극장 수위 된 홍범도 장군, 세종문화회관 9단체가 기린다

기사등록 2019/07/23 19:30:12

음악극 ‘극장 앞 독립군’

김광보 연출
김광보 연출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22일 오후 땡볕에 김광보 서울시극단 예술감독은 캄캄했다.

서울시국악관현악단·서울시청소년국악단, 서울시무용단, 서울시합창단·소년소녀합창단, 서울시뮤지컬단, 서울시극단, 서울시오페라단, 서울시유스오케스트라단···.

세종문화회관 산하 9개 단체가 모여서 리허설을 하는 세종문회화관 뒤편 공원 앞 계단. 땀이 뻘뻘 흘렀다.

김 감독은 23일 세종문화회관 예술동 아티스트 라운지에서 “어제 리허설 당시 9개 단체가 모이는 것이 무모한 짓일까 걱정했지만 축제의 현장이었어요. 너무 기뻤습니다”며 웃었다.

“9개 단체가 하나의 단체로 거듭나는 과정을 겪었죠. 다르지만 다르지 않는 동일성을 갖고 있더라고요. 통합 공연이 성공적으로 개최될 거라 믿습니다. 음악이 우리를 하나로 묶고 있어요.”

세종문화회관이 개관 41년 만에 산하 예술단체 9곳의 통합창작 음악극을 선보인다. 9월 20, 21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서울시예술단 통합창작 음악극 ‘극장 앞 독립군’을 공연한다. 세종문화회관 사상 최초로 ‘예술단 통합 브랜딩 공연’이다.

김 감독이 총연출을 맡은 ‘극장 앞 독립군’은 주인공인 배우 강신구를 비롯해 출연자만 300명에 달한다. 연극 기반의 김 감독은 올해 데뷔 25년 만에 오페라 연출작 데뷔작인 서울시오페라단 ‘베르테르’를 성공적으로 이끌고, 서울시국악관현악단의 ‘세종음악기행’을 연출하면서 대작 경험을 쌓았다.

김 감독은 “특히 서울시국악관현악단과 협업을 하면서 학습효과가 컸다”면서 “분업화가 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은 거죠. 파트별로 연습을 하고 조합하는 것이 가능한 거예요. 어제 리허설를 하면서 조합을 해봤어요. 9월 공연이 가능할 겁니다”라고 기대했다.
 
‘극장 앞 독립군’은 올해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과 내년 봉오동 전투의 승전 100주년을 기념한 작품이기도 하다.

1920년 6월7일 중국 지린성 왕칭현 봉오동에서 대한북로독군부의 한국 독립군 연합 부대가 일본군 제19사단의 월강추격대대를 무찌르고 크게 승리한 전투가 봉오동전투다. 8월 유해진, 류준열 주연의 영화 ‘봉오동 전투’가 이 전투를 다뤘다.

홍범도(1868~1943) 장군 등이 이끌었다. ‘극장 앞 독립군’ 주인공이 홍범도다. 19세기 말 일제에 항거해 일어선 항일의병장과 대한독립군 사령관이다. 카자흐스탄에서 생을 마감할 때까지 50여 년간 조국 해방을 위해 무장 독립투쟁을 펼친 전설적인 독립 운동가다.

작품은 홍범도의 영웅적 순간만 다루지 않는다. 카자흐스탄에서 노후 생활을 하던 홍범도를 포함, 일대기를 직조한다. 스탈린에 의해 중앙아시아로 강제 이주당한 홍범도는 말년에 고려극장에서 수위로 일하기도 했다.

고연옥 작가는 “한때 일본군을 떨게 했다는 독립군 대장의 마지막 시간은 그를 현재화 된 인물로 다시 볼 수 있게 하는 중요한 통로인 동시에 이 시대 극장의 의미를 성찰하게 하는 화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극장 앞 독립군' 참여 스태프 & 배우
'극장 앞 독립군' 참여 스태프 & 배우
“홍 장군이 수위로서 극장을 지키는 모습을 생각하면서 극장이 어떤 곳일까 생각했다”면서 “홍범도 장군에 대한 이야기이자 동시에 극장에 대한 이야기다. 세종문화회관 통합 공연으로서 의미에 부합하지 않을까 했다”고 전했다.

김 감독도 “일제 강점기 폐쇄 직전의 극장에서 연극을 하는 행위가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현재 우리 시대와 어떤 부분이 맞닿아 있으며 그런 시대 상황에서 연극을 한다는 것은 무엇인가를 ‘극장 앞 독립군’을 통해 보여주고자 한다”고 특기했다.

최근 일본 경제보복 조치에 맞물려 ‘극장 앞 독립군’이 민족주의적 성향이 강한 음악극이 아닌가 생각하는 관객도 있다.

하지만 김 감독은 “홍범도 장군의 삶에 주목한 음악극이라면서 수위로서 쓸쓸하고 외로웠던 삶과 인간적인 모습에 주목을 했다”고 설명했다.

고 작가 역시 “곁에 있을 것 같은 평범한 영웅에 대해 다뤘다”면서 “특별하게 무엇을 강조하지 않더라도 민족정신이 자연스럽게 전달이 되지 않을까 해요. 초라한 사람들이더라도, 수많은 실패가 있어도 미래를 위한 한 걸음이지 않을까 생각했어요”라고 강조했다.

‘극장 앞 독립군’은 총 24곡의 노래와 장면 음악으로 구성됐다. 90년대 대중가요, 모던 록, 국악, 재즈 등의 다양한 장르로 표현된다. 작곡·음악감독 나실인, 안무가 정혜진 서울시무용단 예술감독이 참여했다. 정 감독은 “인원이 많아서 배우들이 많이 움직이기보다 내재적인 한스러움을 표현하려 했다”고 전했다.
 
총괄프로듀서인 김희철 세종문화회관 공연예술본부장은 “이번 작품을 시작으로 전문 제작 극장인 세종문화회관만이 표현할 수 있는 다양한 장르의 완성도 높은 작품을 만들어 앞으로 오랫동안 많은 분들에게 사랑받을 수 있는 탄탄한 레퍼토리 공연들을 만들어 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성규 세종문화회관 사장도 같은 생각이다. “세계 최대 규모의 산하 예술단을 보유한 제작극장의 정체성을 살려 대표 레퍼토리 작품을 개발하고자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김 사장은 9개 단체가 모이는 것을 논의하는 자체부터 힘들었다. “각 단체의 일정과 이해관계가 조정하는 것이 어렵다”는 얘기다. 다만 “다행스런 것은 처음에는 예술단들이 불만을 내비치면서 ‘남탓’을 했는데 이제는 자기네 단체에 대한 문제를 제기한다”면서 “연습을 통해서 단합해 가는 모습을 보여줬다”며 흡족해했다.

김 사장은 “9개 예술단체들이 함께 하는 것이 세종문화회관 중요하다”면서 “공연 포맷에 대해서 고민은 계속 하겠지만, 단체가 협업해서 세종의 브랜드를 이어나가는 작업은 계속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극장 앞 독립군’은 이날 오후 8시30분 세종문화회관 야외무대에서 쇼케이스를 연다.


[email protected]
button by close ad
button by close ad

극장 수위 된 홍범도 장군, 세종문화회관 9단체가 기린다

기사등록 2019/07/23 19:30:12 최초수정

이시간 뉴스

많이 본 기사

기사등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