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1 아티스타-44] '사람 구경하는 그림'…김진선 작가

기사등록 2019/08/19 10:11:25

【서울=뉴시스】김진선, 2014. 06. 18, 브라질 월드컵, 광화문 (69명의 사람들 컬러포인트 레드아이템 51명), 2014, 캔버스에 혼합재료, 31.8×41cm
【서울=뉴시스】김진선, 2014. 06. 18, 브라질 월드컵, 광화문 (69명의 사람들 컬러포인트 레드아이템 51명), 2014, 캔버스에 혼합재료, 31.8×41cm

【서울=뉴시스】 과거에는 역사적 사실을 기록하고, 그날의 사건을 후대에 전하기 위해 글과 그림을 사용했다. 예컨대, 조선 시대 왕의 행차도나 신하들의 행렬도가 그러했고, 전쟁이나 사건을 담아낸 기록화들은 그날의 사실을 세밀하게 묘사하는 것을 넘어 규모와 감정은 과장해서 그려냈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카메라나 스마트폰을 통해 사진과 영상으로 간편하게 기록한다. 누구나 언제든지 일상을 기록하고 공유할 수 있는 시대인 지금, 여전히 일일이 그려서 기록해내고 있는 작가가 있다.

 김진선 작가의 작품은 그려진 생김새나 모양 역시 현대적의 재해석된 행렬도나 군상도를 보는 듯하다. 전체를 관망하듯 내려다본 시각과 겹치지 않고 한 명 한 명 온전히 다 담아내려는 부지런함도 매우 닮아있다.

하지만 그가 그려낸 사람들은 ‘사실’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소풍 나온 가족들을 하나같이 행복하고 단란하게 담아내려고 꾸미지 않는다. 젊은 남녀는 그려낼 땐, 모델 같이 멋진 포즈를 취하거나 비현실적인 비율로 과장하지도 않았다. 대신 개개인들의 행동과 표정에서 보이는 찰나의 감정과 이야기를 있는 그대로 담으려 애썼다.

“우리가 어떤 시선과 거리를 가지고 대상을 보는지에 따라 사람과 풍경이 달리 보이게 돼요. 이런 점에서 제 그림은 사람과 풍경을 놓치고 사는 현대인에게 ‘사람 구경하는 그림’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김진선에게 거리는 매 시각 새로운 퍼포먼스 예술이 펼쳐지는 커다란 전시장이었다. 지하철 출구에서 쏟아져 나온 사람들이 각자의 목적지를 향해 뿔뿔이 흩어지고, 부딪힐 듯 말듯 아슬아슬하게 비켜 지나간다. 그리고 이내 남남처럼 보였던 두 사람이 어느 한 지점에서 만나 또 다른 목적지로 걸어간다. 퍼포먼스가 일어나는 거리의 표면적인 모습에 주목했던 작가의 관심은 자연스럽게 행위의 주체인 인물들의 이야기로 옮겨갔다.

“처음에는 찰나의 만남과 도시의 인상을 담았지만, 관찰을 지속할수록 특정 장소에서만 보이는 아이템과 인물 유형이 눈에 들어왔어요.”

그는 군중 속을 거닐며 인물을 빠르게 스케치하거나 사진을 찍은 뒤, 작업을 진행한다. 주로 강남, 잠실, 홍대, 광화문 등 장소의 특징을 잘 보여줄 수 있는, 혹은 우리 주변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인물 유형을 골라서 그린다. 그림에 배경묘사나 공간감을 배제한 점 역시, 인물에 집중하기 위해서이다. 높은 곳에서 아래를 내려다본 듯한 각도로 사람을 그렸지만, 이는 어떤 특정 공간에 사람들이 모여 있음을 암시할 뿐이다. 작가는 인물 군상을 담은 사진이나 회화처럼, 다양한 인간상을 보여주거나 도시를 그저 관상학적으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남긴 도시의 문화적 기억과 현재 우리의 보편적인 생활 양식을 담아내려 한다.

【서울=뉴시스】KB 청춘마루에서 진행중인 2019 청춘마루 Arti-Star 콜라보 展 트라이앵글 3인의 시선 전시 전경
【서울=뉴시스】KB 청춘마루에서 진행중인 2019 청춘마루 Arti-Star 콜라보 展 트라이앵글 3인의 시선 전시 전경

“제 그림은 멀리서 빠르게 볼 때는 제대로 알 수 없어요. 몰개성한 인간 개미 떼 혹은 검은 추상화처럼 보일 수 있죠. 가까이 다가와 자세히 들여다보세요. 어디선가 우리 모두 한번쯤은 마주쳤을 사람들이 보이게 될 거예요.” 이렇듯 김진선의 그림은 자세히 보아야 우리의 이웃이 보이고, 오래 보아야 인물들의 짧은 이야기가 읽힌다. 이는 감상자의 공감을 유도하는 방식이자 김진선의 드로잉을 보는 재미이다.

“제 작업은 집을 나서는 순간부터 시작되기 때문에, 완성된 이미지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작업 과정까지 효과적으로 보여줄 방법을 모색하고 있어요. 거리에만 국한되지 않고, 일상에 대해 재미있고 다양한 스토리텔링을 보여주고 싶어요.”

손 가는 대로 사람을 그려냈던 김진선은 조금 더 섬세하게 인간과 장소에 접근하고 있다. 현재 그가 참여중인 단체전 <트라이앵글: 3인의 시선>에서는 일상에 대한 보다 깊이 있는 시선이 담긴 작품을 만날 수 있다. 문래동을 기반으로 한 가상의 공간을 만들어내거나, 우리의 일상에서 발견한 규칙들을 게임으로 응용한 작품을 선보였다. 2019 청춘마루 Arti-Star 콜라보 展 <트라이앵글: 3인의 시선>은 서울 마포구 동교동에 위치한 KB 청춘마루에서 진행 중이며, 8월 31일까지 진행된다. ■글 아트1 전시팀.

    
【서울=뉴시스】아트1 김진선 작가
【서울=뉴시스】아트1 김진선 작가
▲김진선 작가는 인천가톨릭대학교 회화과와 동 대학원 회화과를 졸업했다. 인천 트라이보울, 서울일러스트레이션페어, 성북예술창작터 윈도우 갤러리 등에서 개인전을 열었고, KB 청춘마루, 돈의문 박물관마을 F1, 신도림 예술공간 고리 등에서 작품이 소개되었다. 삼성 갤럭시노트 창작대전 대상을 수상했고 2018 신당창작아케이드 단기입주작가로 활동했다. 2019 아티커버리 TOP 9 작가로 선정되었다. 아트1(http://art1.com)의 신규 플랫폼 작가로, 작품은 ‘아트1 온라인 마켓’에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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