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의 역사가 가장 정치적인 역사"···'알리바이 연대기'

기사등록 2019/10/15 19:01:56

연극 '알리바이 연대기' (사진= 국립극단 제공)
연극 '알리바이 연대기' (사진= 국립극단 제공)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개인의 역사가 가장 정치적인 역사라고 생각해요. 그런 면에서 이번 '알리바이 연대기'를 다시 볼 필요가 있지 않나 싶어요."

국립극단이 김재엽 작·연출의 연극 '알리바이 연대기'를 5년 만에 다시 선보인다. 16일부터 11월10일까지 명동예술극장 무대에 오른다.

2013년 국립극단 소극장 판에서 초연했을 당시 동아연극상, 대한민국연극대상 등 국내 연극상을 휩쓸며 관객과 평단의 호평을 골고루 들었다. 이듬해 백성희장민호극장에서 재연했다.

김 연출 본인과 그의 가족에 대한 자전적인 이야기가 바탕이다. 영어교사로 평화롭게 퇴직한 아버지가 걸어온 뜻밖의 발자취를 서울과 대구, 오사카를 오가며 러닝 타임 160분 동안 살펴본다.

동시에 개인의 역사 안에서 불가분하게 흘러가는 국가의 역사를 맞닥뜨린다. 일제강점기와 이후 대통령 9명의 시대를 지나온 김 연출의 아버지는 한국 정치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 있다. 이상을 갖고 저항하지도, 현실에 완전히 적응하지도 않은 채 살아가는 '가운데의 삶'을 선택한다.

김 연출의 아버지의 실제 이야기를 뼈대로 삼고 거기에는 현대사가 흐르고 있어 이번 공연에서도 크게 바뀐 점은 없다.
 
하지만 김 연출은 15일 명동예술극장에서 "한국 사회 변화의 속도가 빨라 동시대성의 텍스트를 연극 안으로 어떻게 끌고 들어오느냐에 따라 관객이 느끼는 것이 바뀔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 작품의 초연은 박근혜정부 때였다. 근현대사를 다룬 이 작품에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부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의 이야기도 스며들어 있을 수밖에 없다. 정치적인 코드로 연극이 읽힐 수밖에 없던 때다.

하지만 5년이 흐른 지금은 그 때와 달리 경제 문제, 기회의 평등 등 정의로운 코드가 중요한 때다. 김 연출은 "정치뿐 아니라 다양한 시선을 작품이 포용할 수 있을까, 생각하고 있어요. 젊은 관객이 이 작품을 접하면서 어떤 맥락을 형성할지 궁금합니다"라고 했다.

'알리바이 연대기'는 역사책에서 도드라지던 극단적인 인물들 대신, 언제나 이방인의 경계에 있고자 했던 한 지극히 평범한 개인의 번민에 주목한다.

경상도 출신이자 재일 교포 2세로 다른 경상도 아버지와 어딘가 모르게 남달랐던 김 연출의 아버지로부터 영향을 받은 정서다.

"한국 사회에서는 어딘가 합쳐지거나 수렴돼야 자기 의견이 살아나는 진영 논리가 있잖아요. 정치적이라는 것이 집단이자 목소리라 이데올로기로 구현되죠. 집단이나 패거리에 속하지 못한 개인들의 존재 자체가 정치적일 수 있다고 생각해요. 수렴되지 않은 개인의 역사를 한국 사회에서 허용하지 않은데 그래서 개인의 역사가 생길 수 있죠. 개인주의가 생겨야만 민주주의도 생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알리바이 연대기'에는 초연 배우들이 다시 뭉쳤다.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가운데의 삶'을 택한 아버지 역의 남명렬, 작품 속에서 재엽 연출 역을 맡은 정원조를 비롯 이종무, 지춘성, 전국향 등이 다시 출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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