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메시지·현실성·재미 무엇도 잡지 못했다···'얼굴없는 보스'

기사등록 2019/11/15 15:59:33

【서울=뉴시스】 영화 '얼굴없는 보스' (사진=좋은하늘 제공) 2019.11.15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영화 '얼굴없는 보스' (사진=좋은하늘 제공) 2019.11.15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남정현 기자 = 영화 '얼굴없는 보스'의 연출 송창용 감독과 배우진은 영화의 제작보고회와 기자간담회에서 조폭을 미화하는 기존 조폭 영화와 달리 조폭의 현실을 보여주는데 집중했다고 수없이 강조했다.

실제로 '얼굴없는 보스'는 실제 조폭들의 처절한 말로를 보여주기 위해 애쓴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극적 재미는 부족하고, 일부는 조폭을 미화하는 모습이 그려진다. 실제 사건에서 기반했음을 강조하는데 현실성이 부족해 보이는 장면도 있다.

'얼굴없는 보스'는 피도 눈물도 없는 냉혹한 건달 세계를 그린 감성 느와르다. 멋진 남자로 폼 나는 삶을 살 수 있을 거란 일념으로 최고의 자리까지 올랐지만 끝없는 음모와 배신 속에 모든 것을 빼앗길 위기에 처한 보스의 이야기다.
【서울=뉴시스】 영화 '얼굴없는 보스' (사진=좋은하늘 제공) 2019.11.15 photo@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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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불행한 조폭들의 끝을 보여주지만, 이들 사이의 끈끈한 우정과 가족애를 긍정적으로 묘사한다. 조폭 미화를 지양코자 했지만, 결국 조폭 미화로 이어진 셈이다. 이러한 묘사가 조폭 미화가 아닌지 묻는 질문에 송 감독은 아리송한 답변을 내놓았다.

"조직 생활하는 조폭들 얘기가 시대별로 다른 것 같다. 영화의 시작점은 2000년대 초의 조폭 얘기라고 할 수 있다. 당시에는 의리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지금은 돈에 왔다갔다한다. 그래서 영화의 형제들의 의리 부분에 초점을 많이 뒀다. 현실적이지 않은데 너무 멋있게 보이고 그런 작품들이 상업적으로 흥행이 됐다. 비현실적인 부분도 있겠지만, 최대한 가족이라는 드라마를 많이 표현하려고 노력했다."

송 감독의 답변을 보면 돈에 움직이는 현재의 조폭은 비판하지만, 우정이 끈끈했던 과거의 조폭은 옹호하는 듯한 태도다. 조폭 미화를 없애자는 당초 영화의 기획의도와 맞아떨어지는 설정인지 의문이 든다.
【서울=뉴시스】 영화 '얼굴없는 보스' (사진=좋은하늘 제공) 2019.11.15 photo@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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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전개는 빠르지만 높은 몰입감을 선사하는데 실패한다. 영화는 장르적인 재미는 배제한 채, 특별한 변주없이 내내 몰락해 가는 조폭의 모습을 보이는데 집중한다. 특별한 사건없이 비슷한 결의 내용이 계속되니 관객은 지루해질 수밖에 없다. 누와르 영화지만, 다큐멘터리에 가깝다는 생각이 든다. 송 감독은 영화의 극적 재미가 무엇인지 묻는 질문에서도 영화의 계도 기능만 되풀이했다. 조폭을 미화하는 부분이 재미의 한 부분이라고도 했다.

"액션을 기대하고 보러 오시는 분들은 실망할 수도 있을 거다. 그래도 드라마적으로 최대한 조직에 대한 의리와 가족애를 (그리려 했다) 지금도 청소년들 SNS로 서로 욕하고 싸운다. 그런 부분에서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으로 끝까지 마무리했다."

송 감독은 청소년들이 자신의 영화를 보고 조폭에 대한 환상을 버리길 바라기 때문에 청소년들이 꼭 봤으면 좋겠다고 여러번 말한 바 있다.
【서울=뉴시스】영화 '얼굴없는 보스' (사진=좋은하늘 제공) 2019.11.15 photo@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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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 중 현실성이 떨어지는 부분도 눈에 띈다. 영화 속 한 인물의 사형이 집행된다. 감독은 영화의 배경을 2000년대 초반으로 설명했지만 극 중 정확한 시기는 드러나지 않는다. 자연히 관객은 영화의 시기를 현재로 생각하고 영화에 몰입하게 되는데, 사형이 집행되는 모습을 보며 의아한 생각이 들 수 밖에 없다. 한국에서는 97년 이후로 사형이 집행되지 않았다. 마지막 사형이 집행된지 벌써 22년이나 됐다.

천정명의 3년만 스크린 복귀작이다. 천정명은 가족과 동료들을 파멸로 몰고 갈 수밖에 없는 건달의 숙명, 나아가 자신과의 싸움 속에서 처절하게 보스의 자리를 지켜야 하는 주인공 '상곤' 역을 맡았다.

진이한은 '상곤'의 곁에서 함께 그의 생을 동행해 나가는 행동대장 '철회' 역을 분한다. 이하율은 천정명이 목숨보다 아끼는 동생으로 그를 따라 건달의 세계에 입문한 2인자 '태규'역을 연기한다. 곽희성은 '상구' 역을, 이시아는 상곤의 연인 '민정' 역을 담당한다.

【서울=뉴시스】영화 '얼굴없는 보스' (사진=좋은하늘) 2019.11.15 photo@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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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연자 중 신예 김도훈이 특히 눈에 띈다. 그는 '상곤'의 숨겨진 히든카드 '영재' 역을 열연한다. 지난해부터 필모그래피를 쌓아 온 그는 안정적인 연기를 선보이는 한편, 뒤태 노출신까지 감행해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영화 '응징자'(2019), '게이트'(2018), 드라마 '의사요한'(2019), '절대그이'(2019) 등에 출연했다.

강조했던 메시지가 잘 전달될 만큼 감독의 철학이 깊게 담겼는지 의문이 드는 영화다. 21일 개봉, 114분, 15세 이상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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