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화성 8차 엇갈린 자백···경찰 "윤씨보다 이씨가 설득력"

기사등록 2019/11/17 16:32:14

이씨, 침입경로 범행장소 등 일관된 진술

윤씨, 소아마비 불편한 다리로 담장 넘기 어려워

【수원=뉴시스】 김종택 기자 = 화성연쇄살인 8차 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돼 20년 동안 수감생활을 한 윤모(52)씨가 재심청구서를 들고 13일 오전 경기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법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2019.11.13. semail3778@naver.com
【수원=뉴시스】 김종택 기자 = 화성연쇄살인 8차 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돼 20년 동안 수감생활을 한 윤모(52)씨가 재심청구서를 들고 13일 오전 경기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법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2019.11.13. [email protected]

【수원=뉴시스】이병희 기자 = 경찰이 화성연쇄살인 8차 사건 범인을 피의자 이모(56)씨로 잠정 결론 낸 데에는 범인으로 지목돼 20년 수감생활을 한 윤모(52)씨의 30년 전 자백과 이씨의 최근 경찰조사 자백 가운데 이씨의 진술이 설득력이 있는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인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은 앞서 15일 오전 “윤씨보다 이씨의 진술이 설득력이 있다고 판단했다”며 8차 사건 범인을 이씨로 잠정 결론냈다.

이 사건 재심청구 기자회견에서 윤씨 변호를 맡은 박준영 변호사는 “자백은 증거의 왕이지만, 가장 위험한 증거라고 한다. 이 사건에 존재하는 30년 전 윤씨의 자백과 이씨 자백 가운데 어떤 것을 믿을 것인가가 이 사건의 큰 쟁점”이라고 말한 바 있다. 

박 변호사의 말처럼 어떤 자백을 믿을 것인가가 이 사건의 큰 쟁점이 됐고, 경찰은 30년 전 윤씨의 자백이 아닌 이씨의 자백에 손을 들어줬다. 

 경찰은 이씨가 범인만이 알 수 있는 피해자 신체 특징, 가옥 구조, 침입 경로, 시신 위치, 범행 장소 내부 상황, 속옷을 입힌 사실 등에 대해서도 자세하고 일관되게 진술했다고 밝혔다. 

반면 1989년 7월 윤씨가 검거된 뒤 작성된 자필 진술서, 진술조서, 피의자신문조서 등은 진술의 임의성을 의심케하는 요소가 있고, 현장 상황과 일치하지 않는 내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윤씨의 과거 자백과 이씨의 최근 자백의 차이를 비교분석한 결과, 이씨 자백이 더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먼저 범행 장소에 들어간 방법에 대해 윤씨는 담을 넘어 들어갔다고 진술한 반면, 이씨는 대문을 열고 들어갔다고 진술했다.

윤씨 재심 변호를 맡은 법무법인 다산이 최근 공개한 윤씨 경찰진술조서에는 윤씨가 ‘양손으로 담 위를 잡고 먼저 바른발을 올려 놓은 뒤 넘어갔다’고 돼 있다.

하지만 어릴 때 소아마비를 앓아 한쪽 다리가 불편한 윤씨가 본인의 키와 비슷한 담장을 넘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

윤씨 변호인단은 당시 현장검증에서도 담 넘는 장면과 관련해 의미 있는 장면은 촬영돼 있지 않고, 경찰이 넘겨줬을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이 부분에 대해 남아 있는 경찰 자료에도 윤씨가 담을 넘기 위해 다리를 올리는 장면 등만 있을 뿐 넘는 과정을 찍은 사진은 없다.

다리가 불편한 윤씨가 피해자 가족들에게 들키지 않고 담을 넘었다는 당시 자백보다 대문을 열고 조용히 들어갔다는 이씨 자백에 무게가 실린다.

또 방 안에 들어갈 때 이씨는 구두와 양말을 벗고 맨발로 침입했다고 자백했고, 윤씨는 문 앞의 책상을 손으로 짚고 발로 밟은 뒤 들어갔다고 했다.

현장에 남아 있는 발자국 등을 비교해도 이씨 진술과 더 맞아떨어진다.

경찰은 “윤씨의 당시 자백 가운데 현장 상황과 불일치한 내용으로는, 책상 위 맨발 족흔적 형태가 윤씨 신체 상태와 모순되고, 윤씨가 현장 검증시 두 손을 책상에 짚고 침입하는 것이 사진상 확인되나 당시 현장에는 윤씨 유류 지문이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범행 당시 상황에 대해서도 이씨와 윤씨의 자백은 엇갈린다.

윤씨의 진술조서에는 ‘왼손으로 피해자 입을 막고, 오른손으로 피해자 목을 잡아 눌렀다’고 돼 있을 뿐 장갑이나 다른 헝겊을 사용했다는 기록은 없다.

반면 이씨는 경찰에 양말을 손에 끼고 범행했다고 자백했다.

양말을 손에 낀 상태로 범행했다는 이씨의 진술은 피해자 목 부위 상처가 맨손 범행으로 난 것이 아니라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 결과와 일치한다.

또 뒤집어진 속옷을 입은 채 발견된 피해자 상태도 이씨를 범인으로 판단하는 이유가 됐다.

윤씨는 피해자 속옷을 무릎 위까지 내리고 범행한 뒤 다시 입혔다고 진술한 반면, 이씨는 속옷을 다 벗기고 범행한 뒤 옆에 있던 다른 속옷일 입혔다고 자백했다.

뒤집힌 속옷을 입은 채 발견된 피해자 상태는 이씨 진술과 부합한다.

더군다나 이씨는 피해자의 2차 성징 발현 여부나 머리 길이 등 범인이 아니고선 알 수 없는 피해자의 신체 특징까지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두 사람의 자백에 대해 프로파일러도 이씨 자백은 본인이 직접 보고 경험한 것에 기반한 진술이지만, 과거 윤씨 진술에 대한 임의성 분석 결과 의심될만한 요소가 있다고 판단했다.

화성 연쇄살인 8차 사건은 1988년 9월16일 화성군 태안읍 진안리 자택에서 박모(당시 13세)양이 잠을 자다가 성폭행당한 뒤 목숨을 잃은 사건이다.

윤씨는 다음해 범인으로 검거돼 1심 재판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윤씨는 사건 당시 1심까지 범행을 인정했다. 2·3심에서 고문을 당해 허위자백했다고 주장하며 항소했지만, 항소는 기각됐다. 수감생활을 하던 윤씨는 감형돼 2009년 출소했다.

최근 화성 연쇄살인사건 피의자 이씨가 8차 사건을 포함한 14건의 살인사건을 자신이 저질렀다고 자백하면서 진범 논란이 일었다.

이와 관련 윤씨는 억울함을 주장하며 13일 화성 8차 사건 재심을 청구했다.


[email protected]
button by close ad
button by close ad

이시간 뉴스

많이 본 기사

기사등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