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정 합의 '선원일자리기금'..."좋은선례, 사회변화 첫 단추"

기사등록 2019/12/06 17:02:46

경사노위, 해운산업委 '선원일자리연대기금' 마련

노사정, 선원일자리에 매년 40억원 10년간 출연해

'산별 단위 연맹' 차원 합의...통일성 확보에 유의미

노조 자체 재원 출연...관성깨고 '노조 선진화' 평가

【서울=뉴시스】김병문 기자 =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경사노위 제4차 운영위원회'에 참석자들이 들어서고 있다.사회적 대화의 정상화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박태주 경사노위 상임위원 주재로 열린 이날 회의는 비공개로 진행됐다. 2019.05.08.   dadazon@newsis.com
【서울=뉴시스】김병문 기자 =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경사노위 제4차 운영위원회'에 참석자들이 들어서고 있다.사회적 대화의 정상화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박태주 경사노위 상임위원 주재로 열린 이날 회의는 비공개로 진행됐다. 2019.05.08.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400억원에 달하는 해운산업 일자리 창출 기금을 마련하는데 노·사·정이 합의하면서 이번 사례가 산업 전반으로 확산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산별노조가 합의 주체로 참여하고, 재원까지 직접 마련한 것은 이전에는 없던 일인 만큼 노·사·정 대화가 필요한 다른 산업 주체들에게 던지는 메시지가 적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통령직속 사회적 대화기구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소속 해운산업발전위원회는 6일 오전 서울 종로구 경사노위 사무실에서 '선원일자리상생연대기금'(선원일자리기금) 마련을 위한 최종 합의문을 작성한다.

선원일자리기금은 10년간 노·사·정이 매년 30억~40억원 규모의 자금을 출연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노동계 측 전국해상선원노동조합연맹(선원노련)이 5억원을, 사용자 측 선주협호가 5억원을 출연하면 소관 부처인 해양수산부가 25억원을 마련하는 구조다. 총 35억원 규모의 기금은 외국인선원의 저가 노동 공급으로 인해 취업에 고충을 겪고 있는 해양계 청년들을 지원하기 위해 쓰인다.

◇해운업 전반 위기 극복 위한 '노·사·정 합의' 상징성

선원일자리기금의 가장 큰 의의는 노동계와 사용자, 정부 세 주체가 산업 전반의 위기를 극복하는데 합의를 이뤘다는 점이다.

범람하는 외국인 선원으로 인한 해운산업의 문제는 고질화 돼 줄곧 논의의 대상으로 여겨져 왔다. 하지만 이를 해결하기 위한 움직임은 파편적인 수준에 그쳤다.

고용노동부는 일자리안정자금, 고용유지지원금제도, 고용촉진장려금 등으로 다양한 지원을 시도하고 있지만, 해양산업 특수성을 고려했을 때 적용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계속돼 왔다. 선원노련 역시 정체된 해기사들의 해외진출 지원 등의 노력을 이어왔지만, 개별단체로서 활동 반경이 제한될 수 밖에 없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노·사·정이 모두 참여해 구체적 실행방안을 위한 기금을 조성했다는 점은 그간의 관성을 깨는 새로운 움직임으로 해석될 수 있다.

경사노위 관계자는 "그간 좁은 차원에서 일부 합의를 도출하는 경우는 있었지만, 이번과 같이 산업 자체의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 노동자, 기업이 힘을 모은 것은 처음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산별노조 차원의 첫 사례...사업 '투명성' 기대

이번 기금 조성은 향후 기급사업의 통일성과 확장성에 있어서도 긍정적 평가를 받는다.

선원일자리기금은 산별노조 차원에서 노사 합의에 참여한 첫 사례다. 개별 단위 노조보다 규모가 큰 산별노조가 합의에 동참한 만큼 영향력이 클 수 밖에 없고 기금으로 집행되는 사업의 실효성도 높을 것으로 기대된다.

노·사·정이 기금으로 추진하는 사업은 현재 외항선 국적선대에 고용된 외국인 사관의 일자리 3000개를 내국인 일자리로 전환하는 등 상당히 구체적이다. 

따라서 산별노조 산하 각 단위연맹에서 진행될 경우, 사업의 속도와 효과 등 진행 척도 뿐 아니라 투명한 자금 운영도 기대되는 포인트다. 25억원이라는 국고 투입에 대한 '책임론'에서도 보다 자유로워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경사노위 관계자는 "개별기업 노조의 결의와 산별 연맹의 결의는 엄청난 차이를 갖는다"라며 "산별 노조에 참여한 소속 기업 자체 범주도 넓지만, '연맹' 차원에서 뜻을 모은 부분인 만큼 사업 자체에 통일성을 부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조가 직접 재원 마련...'노조의 선진화' 평가

 무엇보다 노조가 자체 보유한 재원을 출연한 선례로도 남을 수 있다. 그동안 노조가 마련한 재원만큼 국고로 지원해온 형태와 달리 이번 사례는 '선진화 된 노조'의 사례로 해석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 설명이다.

앞서 공공기관 노조가 주축이 돼 만들어진 '공공상생연대기금'도 좋은 사례로 꼽히지만, 당시 노조가 출연한 자금은 성과연봉제 도입으로 지급된 인센티브였다. 기금은 공익을 위해 쓰였지만 노조 자체 재원이 아닌 환급 성격을 지녀 일부 아쉬운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이 같은 지점에서 선원노련의 기금조성 합의는 파격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노조 재정은 열악한 상황에 놓여있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익단체와 유사하게 회비 등을 걷지만, 중점 사업은 이윤을 추구하는 데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자체 재원을 내놓겠다는 노조의 의지는 경제주체로서의 역할론을 부각시킬 수 있다는 평가다.

경사노위 관계자는 "그간 노조가 자금을 출연하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것으로 치부되어 온 만큼 이번 사례는 노조의 선진화라는 의미가 크다"라고 말했다.

문성현 경사노위 위원장도 "산별노조가 참여해 합의를 이룬 첫 사례인만큼 조심스러운 것도 사실이지만 좋은 선례가 만들어졌다고 본다"라며 재원 자체는 크지 않지만 이런 노력을 바탕으로 많은 사회적 합의가 이뤄질 수 있도록 지켜봐달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button by close ad
button by close ad

이시간 뉴스

많이 본 기사

기사등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