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록 형님들의 화끈한 귀환 '로큰롤 포에버 리브롱'

기사등록 2017/08/23 08:15:42

최종수정 2017/08/23 08:23:20

【서울=뉴시스】 푸 파이터스, 미국 하드록 밴드. 2017.08.22. (사진 = 라이브 네이션 코리아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푸 파이터스, 미국 하드록 밴드. 2017.08.22. (사진 = 라이브 네이션 코리아 제공)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역시 '로큰롤 형님들'이었다.

미국과 영국을 대표하는 로큰롤 밴드 '푸 파이터스'와 '오아시스' 출신 리엄 갤러거(45)가 22일 오후 잠실종합운동장 보조경기장에서 펼친 릴레이 공연 '리브 포에버 롱'은 록이라는 거대한 괴물을 실은 폭주기관차가 질주한 현장이었다.

선봉장은 2년 만에 내한한 푸 파이터스가 맡았다. 보컬과 기타를 맡은 데이브 그롤(48)의 샤우팅을 시작으로 약 100분 간을 끊임없이 내달렸다.

록계에 획을 그은 미국 얼터너티브 록밴드 '너바나' 드러머 출신의 이 거물은 지난 2015년 첫 내한 당시 다리 부상으로 깁스를 한 채 특수 제작된 왕좌에 앉아 노래하고 연주한 것이 답답했나 보다. '올 마이 라이프(All My Life)'로 포문을 연 이날 공연에서는 초반부터 무대를 종횡무진 하며 분풀이하듯 노래하고 연주했다. 

【서울=뉴시스】 푸 파이터스, 미국 하드록 밴드. 2017.08.22. (사진 = 라이브 네이션 코리아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푸 파이터스, 미국 하드록 밴드. 2017.08.22. (사진 = 라이브 네이션 코리아 제공) [email protected]
'런 투 플라이(Learn to Fly)'의 상승감은 8000여 관객들을 단숨에 흥분시켰다. 강렬함과 냉철함을 오간 '더 프리텐더'에서 "로크롤 음악을 아냐?"고 관객들에게 연신 질문하며 끊임없이 내달렸다.

가을이 시작된다는 처서(處暑)를 앞둔 밤이었던 만큼 꽤 선선했는데 '마이 히어로(My Hero)' 앞에서는 그 기운마저 감춰졌다. 드러머 테일러 호킨스의 강렬한 연주를 비롯한 야외 공연장을 가득 채우는 밴드의 강력한 철성(鐵聲)에 공기마저 데워질 정도였다.

관객들의 '데어 고즈 마이 히이로(There goes my hero)' 파트 떼창을 가만히 지켜보던 그롤은 만족한듯 자신의 입근처 수염을 천천히 쓰다듬기도 했다. 

【서울=뉴시스】 푸 파이터스, 미국 하드록 밴드. 2017.08.22. (사진 = 라이브 네이션 코리아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푸 파이터스, 미국 하드록 밴드. 2017.08.22. (사진 = 라이브 네이션 코리아 제공) [email protected]
우렁찬 록 기운은 최대 히트곡 중 하나인 '베스트 오브 유(Best of You)'를 앙코르 곡인 '에버롱(Everlong)까지 거침없이 이어졌다. 그롤과 푸 파이터스 멤버들은 록의 찌꺼기까지 모두 쏟아낼 정도로 정열을 토해했다. 관객들의 손은 일제히 모두 머리 위로 들려져 있었고, 그 풍경은 마치 로큰롤을 위한 제의 같았다. 

그롤은 연신 친근하게 욕을 섞어가며 관객들에게 미쳤다는 말은 남발했다. 22년 동안 한국을 2번 찾았는데 앞으로는 10번 더 찾겠다는 약속이 이날 들려준 화끈한 연주만큼 믿음직스러웠다.

푸 파이터스 직전에 공연한 갤러거는 5년 만에 한국을 찾았는데 쿨내 진동하는 무대 가운데서도 록 기운을 선사했다.

【서울=뉴시스】 리엄 갤러거, 브릿팝 밴드 '오아시스' 출신 뮤지션. 2017.08.22. (사진 = 라이브 네이션 코리아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리엄 갤러거, 브릿팝 밴드 '오아시스' 출신 뮤지션. 2017.08.22. (사진 = 라이브 네이션 코리아 제공) [email protected]
뒷짐을 지거나 손을 탬버린을 든 채 또는 후드 모자를 뒤집어 쓴 채 노래를 이어간 그는 이날 앞서 열린 간담회에서 자신을 싱어라고 표현한 것처럼, 전성기 못지않은 허스키한 보컬을 들려주며 건재를 과시했다.

'로큰롤 스타', '슬라이드 어웨이' '비 히어 나우' '원더월' 등 오아시스 시절 곡들은 관객들에게 추억을 선사했다. 갤러거의 무대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흘러나와 관심을 끌기도 했다.

갤러거는 이날 오전 '강남스타일' 말춤의 두 손을 형상화한 동상 앞에서 말춤을 흉내내며 찍은 기념사진을 인스타그램에 남겨 화제가 됐다. 그는 싸이에 대해 "행복을 주는 아티스트"라고도 했다.

【서울=뉴시스】 '푸 파이터스' 데이브 그롤 & 모노톤즈. 2017.08.22. (사진 = 모노톤즈 인스타그램 캡처)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푸 파이터스' 데이브 그롤 & 모노톤즈. 2017.08.22. (사진 = 모노톤즈 인스타그램 캡처) [email protected]
무엇보다 미·영 로큰롤스타들의 이날 공연은 EDM이 점차 점령해온 '지산 밸리록 뮤직앤드아츠 페스티벌 2017'과 '2017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 등 지난 여름의 페스티벌에 맞서 아직 록은 죽지 않았다고 항변하는 록의 철옹성 같은 자리였다.

젊은 힙스터들에게 페스티벌 자리를 점차 내주던 30~40대 회사원들은 평일 저녁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스탠딩 구역에서 슬램(몸을 부딪히는 행동)을 마음껏 즐겼다. 몸을 흔드는 EDM의 수평 운동 대신, 몸을 위아래로 뛰게 만드는 록의 수직운동이 눈에 띄는 자리였다.

이날 오프닝 무대를 꾸민 한국의 록밴드 '모노톤즈'는 갤러거, 그롤과 각각 찍은 사진을 자신들의 인스타그램에 남기며 로큰롤 영웅과의 만남을 기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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