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 포화·AI 경쟁 압박 확대…성장 축으로 '웹3' 선택
"네이버 AI 역량, 웹3와 시너지 발휘해야 차세대 시장 선점"
송치형 회장에게 동맹 제안…"지분 희석 걱정보다 사업 우선"
![[서울=뉴시스]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왼쪽)과 송치형 두나무 회장 (사진=네이버, 두나무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25/11/25/NISI20251125_0002002339_web.jpg?rnd=20251125170008)
[서울=뉴시스]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왼쪽)과 송치형 두나무 회장 (사진=네이버, 두나무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윤정민 기자 = "(이해진 의장이) 시장에서 호응을 얻을 수 있는 미래 성장 동력을 제시해 주십시오. 솔직히 얘기해서 제 주변에서 네이버 인공지능(AI) 쓰는 사람, 아무도 없습니다. 챗GPT를 거의 다 사용하고 있습니다."
지난 3월 26일 네이버 정기 주주총회. 8년 만에 이사회 의장으로 복귀한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에게 건넨 한 주주의 날카로운 질문이었다.
2023년 전 세계 3번째로 거대언어모델(LLM) '하이퍼클로바X'를 선보인 네이버는 한국의 소버린 AI를 이끄는 대표 기업으로 부상했다. 하지만 주주들의 기대에는 오픈AI '챗GPT'와 같은 혁신적인 서비스를 아직 선보이지 못했다. 미 소비자 간 거래 플랫폼 기업 '포시마크' 인수 효과 등 글로벌 사업 성과도 부진하다는 지적도 잇따랐다.
이 의장은 이날 주총 후 기자들과의 만남에서 "전 세계가 1~2개의 검색 엔진만 사용하고, 또 1~2개의 AI만 쓰는 것은 굉장히 슬픈 일"이라고 말했다. 주주들의 실망 섞인 목소리에 대해 AI 경쟁력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AI만으로는 글로벌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 판단한 이 의장의 또 다른 카드는 블록체인 기반 탈중앙화 웹 '웹3'였다. 업계에서는 올 초부터 이미 이 의장이 서울대 컴퓨터공학과 동문인 송치형 두나무 회장과 만나 큰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고 알려졌다.
이 의장은 3400만명 이상의 간편결제 사용자를 보유하고 연간 결제액 80조원 이상인 '네이버페이' 운영사 네이버파이낸셜 최대주주 자리를 송 회장에게 넘기는 파격적인 결정을 내렸다.
'핀테크 공룡' 탄생시킨 이해진-송치형, 친분 아닌 사업적 신뢰로 만든 결합
![[서울=뉴시스] 네이버가 금융 부문 자회사 네이버파이낸셜과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를 인수한다. 향후 주주 동의 절차까지 마무리되면 네이버는 손자회사로 편입될 두나무의 블록체인·핀테크 기술력을 활용해 스테이블코인·디지털 지갑 등 차세대 결제 생태계 주도권 확보에 나설 전망이다. (그래픽=안지혜 기자) hokma@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5/11/27/NISI20251127_0002004159_web.jpg?rnd=20251127153924)
[서울=뉴시스] 네이버가 금융 부문 자회사 네이버파이낸셜과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를 인수한다. 향후 주주 동의 절차까지 마무리되면 네이버는 손자회사로 편입될 두나무의 블록체인·핀테크 기술력을 활용해 스테이블코인·디지털 지갑 등 차세대 결제 생태계 주도권 확보에 나설 전망이다. (그래픽=안지혜 기자) [email protected]
네이버와 두나무가 구상한 사업 계획은 각 사 강점인 AI, 블록체인을 결합한 차세대 금융 인프라다. 지급 결제를 넘어 금융 전반, 나아가 생활 서비스까지 아우르는 새로운 글로벌 플랫폼 질서를 만들어 다가올 웹3(블록체인 기반 탈중앙화 웹) 시대 주도권을 쥐겠다는 뜻이다.
하지만 세간에 알려졌던 것과 달리 이 의장과 송 회장 간 친분은 오래되지 않았다. 이 의장은 86학번, 송 회장은 98학번. 학번 차가 큰 만큼 자연스러운 인연은 아니었다. 이 의장에게도 두나무를 인수하는 작업은 가벼운 결정이 아니었다는 뜻이다.
이 의장은 27일 열렸던 네이버-두나무 공동 기자간담회에서 "송 회장을 제대로 만난 지는 2년밖에 안 됐다"면서도 그 짧은 기간 기술·사업 감각에서 확신을 갖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송 회장은 옛날 '천재 개발자' 출신으로 기술적 깊이, 호기심, 연구 의지가 굉장히 강하다"며 "함께 일하면 네이버뿐 아니라 대한민국 소프트웨어 산업 발전에도 큰 역할을 할 수 있다고 판단해 내가 제안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외부에서는 발표만 하면 되는 것처럼 보일지 몰라도 조직이 합쳐져 새로운 문화와 시스템을 만드는 과정에는 고통과 희생이 따른다"며 "그럼에도 더 어려운 길을 선택한 이유는 오직 글로벌 진출이라는 꿈과 사명감 때문"이라고 부연했다.
송 회장 역시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고 인정했다. 그는 "제안받았을 때 바로 결정하지 못했다. 인생에서 가장 길게 고민했다. 하지만 혼자 할 때보다 같이 할 때 글로벌에서 더 큰 도전을 할 수 있다는 감정이 더 컸다"며 당시 상황을 전했다.
내수 포화·AI 경쟁 밀리자…이해진, 승부수 던졌다
![[성남=뉴시스] 송치형 두나무 회장(왼쪽)과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이 27일 오전 경기 성남시 네이버 사옥 '1784'에서 열린 네이버-두나무 공동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네이버 제공)](https://img1.newsis.com/2025/11/27/NISI20251127_0002004609_web.jpg?rnd=20251127162332)
[성남=뉴시스] 송치형 두나무 회장(왼쪽)과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이 27일 오전 경기 성남시 네이버 사옥 '1784'에서 열린 네이버-두나무 공동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네이버 제공)
이 의장이 파격적인 결정을 내린 배경에는 한국 인터넷 시장의 구조적 한계가 깔려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네이버는 검색, 커머스 역량을 앞세워 지난해 국내 인터넷 기업 최초로 연 매출 10조원을 넘겼다. 하지만 알리·테무 등 중국발 커머스 공습, 구글·유튜브의 검색 잠식, 생성형 AI 경쟁 심화로 '국민 포털' 지위마저 흔들리는 상황이다.
네이버는 '내수 기업' 꼬리표를 떼기 위해 노력했지만 성과는 제한적이었다. '라인'은 일본과 동남아 국민 메신저로 자리 잡았으나 경영권 이슈 등으로 온전한 네이버의 영토로 보기 힘들다.
북미 최대 패션 소비자 간 거래(C2C) 플랫폼 '포시마크' 인수 원하는 수준의 네트워크 효과를 아직 만들지 못했다는 평가도 있다. 스페인 '왈라팝' 인수 역시 포시마크 전례가 있어 주주들이 우려를 표했다.
하지만 웹3 시장은 아직 절대 강자가 없는 '무주공산'이다. 사용자 행위가 토큰화돼 경제적 보상과 연결되는 구조에서 네이버가 단순 중개자를 넘어 인프라 제공자로 도약할 수 있는 유일한 기회라는 게 업계 시각이다.
두나무를 파트너로 낙점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두나무는 단순 거래소가 아니라 블록체인 기술, 커스터디(디지털 자산 수탁), 실물자산 토큰화(RWA), 대체불가토큰(NFT) 등 차세대 금융 인프라를 구축할 역량을 가지고 있다. 이 기술력은 웹3 기반 경제를 구축하려는 네이버에게 필수였다.
이 의장은 "네이버의 AI 역량은 웹3와 시너지를 발휘해야만 차세대 시장을 선점할 수 있다"며 "글로벌 기업들이 하지 않는 새로운 시도와 도전을 해야 그들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세계에 없는 AI와 웹3 융합이라는 우리만의 새로운 기술과 기획, 도전을 해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업계 한 관계자도 "사용자가 네이버 안에서 돈을 벌고, 쓰고, 불리는 모든 과정이 가능해지면 구글도 넘보지 못할 강력한 락인 효과를 갖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지분보다 사업 성공을 앞세운 선택…이해진의 일관된 철학
![[서울=뉴시스]](https://img1.newsis.com/2025/11/27/NISI20251127_0002004135_web.jpg?rnd=20251127111743)
[서울=뉴시스]
이날 간담회에서는 이 의장에게 "지분 희석을 감수하면서까지 왜 이번 주식 교환을 추진했나"라는 질문이 있었다. 이번 거래가 마무리되면 네이버파이낸셜 최대주주는 송치형 회장(19.5%)이 되고 과반의 지분을 차지하던 대주주 네이버의 네이버파이낸셜 지분율은 약 17%로 희석된다.
송 회장과 김형년 두나무 부회장 의결권을 위임받는다지만 네이버한테는 과감한 선택이었다는 게 업계 평가다.
하지만 이 의장은 지분 문제를 개의치 않는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는 "네이버는 사업 확장을 위해 여러 번 투자도 받고 인수합병(M&A)을 해왔다. 그때마다 내 지분은 자연히 줄어 왔다"며 "만약 M&A를 하지 않았다면 네이버는 아주 작은 회사이거나 망해서 사라졌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사업이 더 우선이지, 지분을 고민하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며 "회사를 지분으로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기여할 수 있으면 계속 역할을 하고 그렇지 않다면 더 능력 있는 후배들이 이끄는 것이 맞다"고 강조했다.
이 의장이 네이버의 정체된 성장 곡선을 뒤집을 또 하나의 승부수, 네이버(NAVER)와 두나무(Dunamu) 간 '나무(NA-MU)' 동맹이 긍정적 효과를 펼칠 수 있을지 시장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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