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설명글 北관광·방위비·파병…韓美 전방위 '마찰음' 연초부터 대북 협력은 물론 방위비 분담금 협상, 호르무즈 파병 등 현안에서 한국과 미국의 마찰이 본격화하고 있다. 미국은 '한미 동맹'을 내세워 방위비 분담금 대폭 증액은 물론 호르무즈 파병, 남북 협력 속도 조절 등을 요구하고 나섰다. 반면 한국 정부와 여당은 "한국은 주권국가"라는 점을 환기시키며 독자적인 남북 협력 사업을 추진하고, 합리적 근거 없는 방위비 인상 요구는 물론 호르무즈 파병 등에는 신중을 기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하고 있다. ◇北개별관광 추진에 美대사가 제동?…대북 공조 '불협화음' 한미 간 대북 공조는 연초부터 불협화음을 보이고 있다. 북한이 비핵화 협상 시한으로 제시한 연말을 넘기며 '새로운 전략무기' 공개를 경고하고 정면돌파를 선언하며 한반도를 둘러싼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에서다. 한·미·일 3국 외교장관이 최근 미국에서 만나 북한 핵 문제의 실질적 진전을 위해 3국 공조의 중요성을 확인했지만 온도 차도 감지된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은 연초 신년사와 신년 기자회견을 통해 "북미 대화만 바라보지 않겠다"며 독자적인 남북 협력 사업을 추진하고, 남북 관계는 물론 북미 대화의 모멘텀을 마련하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미국은 남북 협력과 비핵화의 진전이 보조를 맞춰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하면서 한국과 조율할 것이라는 소극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 가운데 해리 해리스 주한미대사가 문 대통령의 남북 협력 사업에 대한 우려를 내놓으면 파장이 커지고 있다. 해리스 대사는 미 정부의 공식 입장이 아니라고 전제했지만 문 대통령의 남북협력 구상에 대한 견제 발언을 가감 없이 내놓고, 미국과 협의를 거듭 요구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물론 정부, 여당 모두 "부적절한 발언"이라며 강한 불쾌감을 드러냈다. 해리스 대사는 지난 16일 외신기자 간담회에서 "향후 제재를 유발할 수 있는 오해를 피하기 위해서는 한미 워킹그룹을 통해 북한과의 협력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밝혔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특히 그는 북한 개별 관광 추진에 대해 "여행을 할 때 가져가는 것들 중 일부는 제재 하에 허용되지 않을 수도 있다"며 미국과의 협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 정부는 북한 개별 관광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제 사항과는 무관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한미 워킹그룹 가동을 거론하며 해리스 대사가 협의 필요성을 언급하자 '내정간섭'이라는 지적까지 나왔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날 오후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대사가 주재국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서 언론에 공개적으로 언급한 부분은 대단히 부적절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부는 남북관계의 실질적 진전과 조속한 북미대화를 위해서 지속적으로 노력해나갈 것"이라며 "남북협력과 관련된 부분은 정부가 결정할 사안"이라고 일축했다. 이상민 통일부 대변인 역시 정례브리핑을 통해 "미국은 여러 차례, 또 다양한 경로를 통해서 대북정책에서 한국의 주권을 존중한다는 점을 밝힌 바 있다. 대북정책은 대한민국의 주권에 해당된다는 점을 다시 한 번 강조해서 말씀드리고자 한다"고 밝혔다. 설훈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이날 확대간부회의에서 "해리스 대사가 제재의 잣대를 들이댄 데 대해 엄중한 유감의 뜻을 표명한다"며 "개별 관광은 제재 대상도 아니며, 내정간섭 같은 발언은 동맹 관계에도 도움이 안 된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해리스 대사의 발언을 계기로 한미 간 마찰이 표면화되는 데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뉴시스와 통화에서 "한미 워킹그룹 등을 통해 물밑에서 미국과 협의할 수 있는 데도 각을 세우며 갈등을 외부적으로 표출했다"면서 "남북 협력 재개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북한에 보여주기 위힌 의도인지는 모르겠으나 북한이 호응하지 않을 경우 한미는 물론 남북 관계도 어려워질 수 있는 만큼 확전을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美 "더 많은 분담" vs 여당 "동맹에 일방적 요구 안 돼" 해를 넘겨 진행되고 있는 방위비 협상도 시한폭탄이다. 11차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 체결을 위한 6차 회의에서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고 돌아선 지 하루도 안 돼 미국은 또다시 '동맹국'이라는 점을 내세워 방위비 증액을 압박하고 나섰다. 여당에서는 미국의 이해를 내세운 '일방적 요구'를 비판하면서 동맹의 근간을 위협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폼페이오와 에스퍼 장관은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에 '한국은 동맹국이지 (미국의)도움을 받는 나라가 아니다'는 제목의 공동 기고문에서 "세계의 주요 경제국가이자 한반도 평화 보전의 동등한 파트너로서 한국이 더 많은 방위비를 분담할 수 있고 또 더 많이 분담해야만 한다"고 직설적으로 요구했다. 특히 이들은 "방위비 분담을 좀더 공평하게 할 수록 양국 모두 이득이 된다"면서 "한국이 분담하는 방위비의 90% 이상이 주한미군에 고용된 군무원들에 대한 봉급이나 건설 계약 등을 통해 한국 경제에 돌아간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확대간부회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납득할 만한 인상 근거를 미국 정부가 제시하는 것"이라며 "미국은 자국의 이익만 앞세우는 분담금 논의에서 벗어나 합리적 태도를 취하기를 정중하게 요청드린다"고 말했다. 특히 이 원내대표는 "70년 가까운 한미동맹의 가치는 매우 소중하지만 동맹에게 일방적 요구를 강요하는 것은 동맹의 근간을 위협한다"며 "일방적인 분담금 요구로 한미동맹을 위태롭게 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현재 한미는 협정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협상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아직 입장 차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10차 SMA 협정의 유효기간은 1년으로 지난해 말 만료됐다. 노영민 청와대 비서실장은 전날 CBS 라디오 '정관용의 시사자키'에 출연해 "조만간 한미 양국에 서로가 수용할 수 있는 수준, 윈윈 할 수 있는 결과가 도출될 것"이라고 밝혔다. 제임스 김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미국과 중국이 1단계 무역 협상을 타결하고 이란 문제도 진정 국면에 접어든 만큼, 미국은 4월 총선 전에 방위비 협상을 타결해 비준까지 통과를 목표로 하는 것 같다"며 "2월 들어 방위비에 대한 미국의 압박이 심해질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美 "호르무즈 해협 기여" vs 韓 "국민·기업 안전 고려" 연초 미국과 이란의 갈등이 불거지면서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파병 문제을 놓고도 한미가 입장 차를 보이고 있다. 미국은 호르무즈 해협에서 안전한 항행을 위해 동맹국들에 미국 주도의 국제해양안보구상(IMSC) 참여를 요청하고 있 다. 특히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만남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부 부장관은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기여를 요청하며 사실상 파병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한국은 미국의 동맹국으로서 기여를 고려하면서도 이란과의 관계나 우리 국민·기업의 안전을 감안해야 한다는 점에서 신중을 기하고 있다. 미국 주도의 호위 연합체에 참여했다가는 이란의 반발이 불가피하고, 중동지역에 국내 건설 기업들이 대거 진출해 있는 상황에서 기업과 국민 안전은 물론 수주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노영민 비서실장은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국제해양안보구상 일원으로 우리가 참여하는 형태의 파병에 대해서는 결정된 바가 없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최근 중동 지역 정세와 관련해 우리 국민과 기업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고 우리 선박의 안전한 자유 항행을 확보하기 위한 방안은 검토하고 있다. 내부적으로는 상당 부분 진척이 돼 있다"고 설명했다. 박인휘 이화여대 교수는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워 동맹도 비용 차원으로 접근하며 한미 동맹이 삐걱대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자연스러워 보인다"면서 "다만 한국은 미국이 해결하려는 방위비나 파병 등 중요한 문제들이 맞물려 있어 난처한 건 사실이지만 동맹이 근본적으로 흔들린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