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9th아카데미][종합]'문라이트' 작품상…흑인 감독 두번째

기사등록 2017/02/27 16:09:58

【서울=뉴시스】손정빈 기자 = 배리 젱킨스(41) 감독의 '문라이트'가 작품상을 받으며 올해 최고 영화에 선정됐다. 올해 시상식 최다인 13개 부문에 14개 후보를 올린 '라라랜드'는 감독상·여우주연상 등 6관왕에 올랐다.

 '문라이트'는 26일 미국 로스앤젤레스 돌비극장에서 열린 제89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컨택트' '핵소 고지' '히든 피겨스' '라이언' '펜스' '로스트 인 더스트' '맨체스터 바이 더 씨'를 제치고 작품상을 받았다. '문라이트'는 작품상과 함께 남우조연상(마허샬라 알리)·각색상도 함께 받아 3관왕에 올랐다. 흑인 감독 작품이 오스카 작품상을 받은 건 86회 시상식 당시 '노예 12년'(감독 스티브 매퀸) 이후 두 번째다.

 '문라이트'는 영화를 시(詩)의 경지로 끌어올렸다는 극찬을 받는다. 영화는 흑인이자 동성애자이고, 지독한 가난에 시달리고, 아빠는 없고 엄마는 마약중독자인 소년 '샤이론'을 통해 그가 사회적 편견에 맞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다.

 젱킨스 감독은 이 서사를 단순 이야기로 풀어내는 게 아니라 감각적인 촬영과 편집, 강렬한 음악과 조명, 생생한 눈빛과 서글픈 뒷모습으로 담아내는 영화적 마법을 선사했다는 극찬을 이끌어냈다. 젱킨스 감독은 또 '문라이트'를 통해 '소년의 정체성 찾기'라는 주제를 넘어 흑인·동성애자·마약중독자 등을 둘러싼 미국 사회 폐부를 깊이 들여다봤다는 점에서 더 높은 점수를 받았다.

 가장 강력한 작품상·감독상 후보였던 '라라랜드'(감독 데이미언 셔젤)는 감독상·여우주연상·촬영상·미술상·주제가상·음악상 등 6관왕에 올랐다. 데이미언 셔젤(32) 감독은 87회 시상식에서 '위플래쉬'로 오스카 3관왕(남우조연상·편집상·음향믹싱상)을 받은 데 이후 후속작으로 올해 최다 수상을 이끌어내면서 할리우드에서 가장 촉망받는 감독으로 떠올랐다. 셔젤은 역대 최연소 감독상 수상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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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남·녀주연상은 각각 '맨체스터 바이 더 씨'의 케이시 애플렉, '라라랜드'의 에마 스톤에게 돌아갔다. 주연상보다 주목받은 건 조연상이었다. 아카데미는 89년 역사상 처음으로 남·녀조연상을 흑인 배우인 마허샬라 알리와 바이올라 데이비스에게 선사했다.  

 네 개 연기 부문 오스카 중 2개 이상을 흑인 배우가 가져간 건 이번이 두 번째다. 앞서 74회 시상식에서 덴절 워싱턴과 할리베리가 각각 '트레이닝 데이'와 '몬스터 볼'로 남·녀주연상을 받은 바 있다.

 이번 시상식에서는 아카데미 역사상 최고 실수가 최고상인 작품상 시상 도중 벌어지기도 했다. 작품상 시상자로 나선 배우 워런 비티가 수상작을 잘못 발표한 것. 비티는 작품상 수상작이 적힌 봉투가 아닌 여우주연상 수상자('라라랜드' 에마 스톤)가 적힌 봉투를 잘못 가지고 나왔고, '라라랜드'를 작품상 수상작으로 잘못 호명했다.

 '라라랜드' 제작진·배우가 모두 무대 위로 올라와 수상 소감을 말하던 중 아카데미 측이 수상작을 '문라이트'로 정정을 발표했고, 뒤늦게 오스카를 품에 넣은 '문라이트' 젱킨스 감독은 "꿈에서도 일어날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고 소감을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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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날 시상식에서는 트럼프의 반이민 행정명령에 대한 비판이 이어졌다. 사회자로 나선 지키 키멀은 행사가 시작하자마자 "국가가 분열됐다"며 "이제 우리는 한 데 모여야 한다. 미국이 한 곳으로 뭉치길 바란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키멀은 이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감사를 표하고 싶다. 지난해 오스카가 매우 인종차별적이라는 이야기가 나왔는데, 올해 후보자(작)를 보니 그런 경향은 사라진 것 같다. 모두 트럼프 덕분"이라고 덧붙였다.

 셰릴 분 아이작스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 회장은 "예술에는 경계가 없다. 예술은 모든 것을 초월하는 힘을 가지고 있고, 그 결과로 전 세계 모든 예술가를 유대감으로 한 데 묶는다. 우리가 여기 모인 게 바로 그 증거"라고 했다.

 아카데미는 약 3시간 가까이 진행된 행사 내내 자리를 지켜야 하는 참석자들을 위해 천장에서 쿠키와 사탕을 내려주기도 해 웃음을 자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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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상자(작)
▲작품상='문라이트'(감독 배리 젱킨스) ▲감독상=데이미언 셔젤('라라랜드') ▲남우주연상=케이시 애플렉('맨체스터 바이 더 씨') ▲여우주연상=에마 스톤('라라랜드') ▲남우조연상=마허샬라 알리('문라이트') ▲여우조연상=바이올라 데이비스('펜스') ▲각본상='맨체스터 바이 더 씨'(케네스 로너건) ▲각색상='문라이트'(배리 젱킨스) ▲촬영상='라라랜드'(라이너스 산드그렌) ▲미술상='라라랜드'(데이빗 와스코) ▲의상상='신비한 동물 사전'(콜린 앳우드) ▲편집상='핵소 고지'(존 길버트) ▲시각효과상='정글북'(로버트 르가토 외 3명) ▲분장상='수어사이드 스쿼드'(크리스토퍼 앨런 넬슨 외 2명) ▲주제가상='시티 오브 스타'('라라랜드') ▲음악상='라라랜드'(저스틴 허위츠) ▲음향믹싱상='핵소 고지'(로버트 매켄지 외 3명) ▲음향편집상='컨택트'(실뱅 벨레마르) ▲외국어영화상='세일즈 맨'(감독 아쉬가르 파라디) ▲단편영화상='싱'(감독 크리스토프 데아크) ▲단편애니메이션상='파이퍼'(감독 앨런 바릴랄로) ▲장편애니메이션상='주토피아'(감독 바이론 하워드 외 1명) ▲단편다큐멘터리상='더 화이트 헬멧츠' ▲장편다큐멘터리상='O J : 메이드 인 아메리카'(감독 에즈라 에델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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