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제맥주 규제완화]외식사업 팔걷은 대기업들…'맥주펍' 통해 2014년부터 시장 진출

기사등록 2017/02/28 14:34:07

신세계·SPC·진주햄 등 잇달아 매장 열어
젊은이들의 입소문 타고 '핫플레이스'로
규제 완화로 새로운 사업모델 또 나올듯

【서울=뉴시스】김종민 기자 = 지난 2002년 주류법 개정으로 국내에 첫선을 보인 이후 '반짝 인기'로 끝나는가 했던 수제맥주 시장이 2014년 관련 규제가 완화되면서부터 3년간 매년 100%의 성장률을 기록하며 폭풍 성장하고 있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현재 국내 수제맥주 시장은 전체 맥주 시장 규모 약 5조원의 1% 수준으로 추산한다. 맥주시장 점유율의 10%만 차지하더라도 5000억원 규모의 수제맥주 시장이 열리고 향후 10년 내에 2조원 규모의 시장으로 발전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이에 신세계, LF, SPC 등 대기업들도 수제맥주 시장의 성장성을 높게 보면서 앞다퉈 진출했다. 특히 자사의 외식사업 분야를 강화하려는 젊은 오너들의 의중과 맞물려 사업 속도도 빨랐다.

 ◇'정용진 펍' 신세계 '데블스도어'

 신세계그룹 신세계푸드는 지난 2014년 11월 수제맥주 매장 '데블스도어(Devil's door)'를 오픈했다. 데블스도어는 매장에서 직접 만든 수제맥주를 즐길 수 있는 펍과 레스토랑을 접목시킨 아메리칸 스타일의 술집이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야심차게 도입했다는 이유로 '정용진 펍'으로도 불린다.

 최고 수준의 양조 전문가가 개발한 레시피를 바탕으로 230여년 전통의 독일 카스파리 양조 설비로 생산한 페일 에일(Pale Ale), IPA(India Pale Ale), 스타우트(Stout), 헬레스(Helles), 헤페바이젠(Hefeweizen) 등 5종의 수제 맥주를 비롯해 국내에서 접하기 어려웠던 해외의 다양한 에일 맥주 20여종을 게스트 맥주로 함께 선보였다.

 데블스도어는 수제 맥주 매니아들 사이에서 '맛있는 수제맥주 매장'으로 입소문이 퍼졌다. 평일 저녁이면 서울 센트럴시티, 스타필드 하남, 부산 센텀시티에 위치한 매장에서 고객들이 줄을 서 1시간씩 기다리는 모습도 흔히 볼 수 있다. 지난 2014년 11월 오픈 후 누적 고객 100만명을 돌파했다. 매장 방문자수도 매년 10% 이상 늘면서 지난해에는 월 평균 4만명이 넘는 고객들이 매장을 찾았다.

 ◇'패션기업 LF, 주류 유통업체 인수…하반기 속초 맥주공장 설립  

 헤지스, 닥스, 라푸마 등으로 알려진 패션기업 LF는 지난달 주류 유통업체 '인덜지'의 지분 50%를 인수하며 주류업계 진출을 발표했다. 인덜지는 국내 판매 1위를 기록하고 있는 스파클링 와인 '버니니', 프리미엄 데킬라 '페트론', 크래프트 맥주 '브루독' 등 해외 주류를 국내에 수입하는 유통업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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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F는 올해 하반기 강원도 속초에 맥주 증류소 공장을 설립해 소규모 맥주 공급 사업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패션사업에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한 구본걸 회장이 사업다각화 차원에서 주류업계에 도전장을 냈다는 평가다. 펜실베니아대 출신으로 젊은 시절 미국 LG전자에서 상당기간 근무한 경험이 있어 글로벌 감각을 지니고 있는 구 회장의 의중이 크게 반영됐다.

 LF 관계자는 "LF는 향후 인덜지의 주류 사업 노하우와 LF의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운영 역량과의 시너지를 통해 고객에게 좀 더 차별화된 가치를 제공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LF의 투자를 받은 인덜지는 주류 유통 및 양조 사업의 경쟁력을 바탕으로 점차 다양화하는 소비자의 입맛과 취향의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진주햄, 유명 수제맥주업체 인수…햄·소시지와 함께 선봬

 육가공업체 진주햄은 지난 2015년 수제맥주업체 '카브루'를 인수했다. '카브루'는 국내 1세대 수제 맥주 제조회사로, 레스토랑·골프장·호텔등에 맥주를 공급해왔다. 프리미엄 소시지 브랜드 '육공방'과 함께 수제맥주를 내놓는 다이닝펍 '공방'을 지난해 2월 반포 서래마을에 열어 수제맥주와 함께 외식시장의 문도 동시에 두드렸다.

 박재복 진주햄 회장의 아들 박정진 사장, 박경진 부사장이 사업을 주도하고 있다. 햄과 소시지 분야에서 진주햄의 핵심 경쟁력을 유지하면서 주류, 외식 분야로의 사업확장을 꾀하며 진주햄의 변화를 이끌고 있다는 평가다.

 ◇SPC, 2015년 첫선 '그릭슈바인' 매장 7곳 오픈

 식품업체 SPC그룹도 새로운 외식사업의 일환으로 수제맥주와 독일식 요리를 내세운 매장 '그릭슈바인(Glucks Schewein)'을 SPC삼립을 통해 운영하고 있다. '행운의 돼지'라는 뜻의 독일어로 지난 2015년 강남역 SPC스퀘에 1호점을 연 이후 강남, 양재, 신사역, 여의도 판교, 서울역점 등 현재까지 6곳을 오픈했다. 20~30대 여성을 타깃으로 신선한 독일식 육가공 요리와 다양한 독일 맥주를 제공하고 있다. '그릭슈바인'은 SPC삼립이 운영하는 육가공 브랜드이기도 하다.

 외식산업을 확대 중인 SPC는 프리미엄 버거 열풍을 부른 '쉐이크쉑', 우동전문매장 '하이면 우동', 이탈리아 캐주얼레스토랑 '라그릴리아', 이밖에 '퀸즈파크', '베라', '라브리', '디퀸즈', '베라피자', '스트릿' 등 다양한 외식 브랜드들을 선보였다. 외식산업을 주도하는 허희수 SPC 부사장은 '2025년까지 외식사업 매출 2000억원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수제맥주 규제완화로 인해 '그릭슈바인'이 매출에 차지하는 비중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관계자는 "여러 기업들이 수제맥주 시장의 성장성을 높게 보고 열었던 매장들이 젊은이들이 많이 찾는 '핫플레이스'가 되고 있다"면서 "수제맥주 시장 규제 완화로 병이나 캔으로 제품을 만들어 자사의 브랜드 맥주가 대형마트, 편의점 등에서 판매할 수있는 길이 열리게 된다면 또다른 새 사업모델이 창출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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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제맥주 규제완화]외식사업 팔걷은 대기업들…'맥주펍' 통해 2014년부터 시장 진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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