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법개정안 무산]재계 반대한 까닭은…'집중투표제 의무도입' 부작용

기사등록 2017/02/28 09:23:52

【서울=뉴시스】김동현 기자 = 2월 임시국회에서 추진했다 처리가 무산된 '상법 개정안' 처리에 대해 재계가 지속적으로 반대 입장을 보였던 이유는 무엇보다 '집중투표제'를 의무적으로 도입시키는 내용을 담고 있어서다. 

 집중투표제는 주총에서 3명의 이사를 선임할 때 후보자가 4명 나왔다면 주주들이 4명의 후보자들 중 자신이 가장 선호하는 후보자에게 의결권을 몰아주는 제도를 뜻한다.

 대부분 우리나라 상장기업에서는 1번부터 4번까지 후보자별로 각각 찬성, 반대 투표를 진행하는 단순투표제를 실시하고 있다.

 집중투표제가 의무적으로 도입되면 지분율이 높지 않은 외국계 헤지펀드들이 표를 몰아 '자신들의 이익에 충실한 특정 인물'을 경영진에 투입시킬 수 있게 된다.

 외국계 헤지펀드와 관련된 인사들이 경영에 참여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가장 큰 문제점으로는 기업의 지속가능 경영보다는 단기적으로 수익성을 극대화하는 방안만을 추구할 수 있다는 점 등이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중장기적인 계획에 따라 사업을 추진하는 데 있어 방해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적대적 이해관계자 대표 등을 경영에 참여시켜 기업의 발목을 잡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하고 있다.

 제 2의 소버린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으로 재계의 입장은 요약된다.

 소버린 사태는 2003년 헤지펀드인 소버린자산운용이 SK글로벌 분식회계 사태에 따른 경영 공백을 틈타 SK의 지분을 대량 매입, 2대 주주로 등극한 뒤 경영진 퇴진 등을 요구한 사건을 말한다.  

 소버린은 이때 사외이사 추천, 자산 매각, 주주배당 등을 요구하기도 했으며 소액주주와 노조, 시민단체 등을 끌어들여 최태원 회장 퇴진 등 대기업의 개혁을 주장하기도 했다.

 SK그룹은 홍역을 치른 뒤 경영권을 방어할 수 있었지만 일련의 과정을 거치며 소버린은 9000억원이 넘는 투자차익을 챙겨 2005년 유유히 한국을 떠났다.

 '소버린의 대박'이후 외국계 헤지펀드들은 국내 기업이 기업지배구조에서 허점을 보일 때마다 이를 파고들어 경영에 간섭하거나 또는 이를 빌미로 막대한 차익을 챙겼다.

 그러나 집중투표제가 의무적으로 도입될 경우 국내 기업들은 외국계 헤지펀드들의 공격을 방어하는 것이 도입 이전보다 훨씬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것이 재계의 입장이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상법개정안이 국회에서 사실상 무산된 것은 그나마 다행"이라며 "시장경제 원칙을 훼손할 수 있으며 우리나라 경제에 부담이 될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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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법개정안 무산]재계 반대한 까닭은…'집중투표제 의무도입' 부작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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