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문일답]김상조 "재벌도 사회적 대타협 대상…대통령 독대 방식은 안돼"

기사등록 2017/06/19 14:3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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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sociate_pic4【세종=뉴시스】강종민 기자 =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19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공정위 기자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번주 내 대한상공회의소를 통해 4대 그룹과 만남을 추진하겠다"고 말하고 있다. 2017.06.19. ppkjm@newsis.com
"재벌과 상설협의체 만들 생각 없다"
 "韓경제, 자유계약 원리 위에 있지만 현실에서는 자유로운 선택 못한다."

【세종=뉴시스】이윤희 기자 =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19일 재벌과의 대화에 적극 나서겠다면서도 "(재벌기업이) 중간에 모든 것을 생략하고 대통령과 독대를 통해 민원을 제기해 해결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기자단담회에서 "재벌도 사회적 대타협의 대상에서 재외돼야 할 이유는 전혀 없다. 그런 차원에서 (재벌과)대화를 시작하는 것을 분명히 말한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김 위원장은 "대화(상대)는 공정위원장이나 금융위원장이 될 수도 있고, 경제부총리, 국무총리 궁극적으로는 대통령이 될 수도 있다"면서도 "이 모든 과정은 적법하고 적절히 이뤄져야한다"고 힘줘 말했다.

 4대그룹 등 재벌과 대화를 시작하겠다고 밝혔지만, 대기업과의 상시적 협의채널을 만들 생각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김 위원장은 "전 정부가 겪었던 국정농단 사태가 재계와의 부적절한 미팅에서 빚어진 것을 잘 알고 있다. 협의를 정례화하는 것은 매우 부정적"이라며  "상설협의체는 만들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기업과 대통령의 독대과정에서 정경유착 문제가 불거지는 것은 자살행위라는 것을 현 정부에 있는 분들은 누구보다도 잘 안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김 위원장과의 일문일답.

 - 재벌개혁에 대해 기업과 지속 협의한다고 했는데, 실무차원에서 상시적인 채널을 만든다는 것인가.

 "상시적인 공식 협의채널을 만들 생각은 없다. 흔히 대규모 기업집단이라지만 각 그룹마다 사정이 다르다. 특수한 사정에 맞는 문제의식과 해결노력이 필요하기에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대기업집단) 전체를 대상으로 포괄적인 상시협의는 별로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기업과 만나는 계기가 있지만, 그것을 중심으로 재벌정책을 편다는 것은 아니다. 상설협의체는 만들 생각이 없다."

 - 4대그룹과 만난다고 했는데, 만남의 대상과 구상한 형식을 구체적으로 말해달라.

 "4대그룹 관계자를 만나는데 어떤 분이었으면 좋겠다는 희망은 대한상의측에 전달했다. 관심있는 부분이 이른바 총수이냐 전문경영인이냐일 것 같은데, 확정되면 말씀드리겠다. 양쪽 다 일장일단이 있다. 내 희망대로 되는 것도 아니고 대한상의가 연락하면서 조정되는 부분이다. 내가 말하는 순간 기업입장에서는 제한될 수 있다."

associate_pic4【세종=뉴시스】강종민 기자 =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19일 오전 기자 간담회를 위해 정부세종청사 공정위 기자실로 들어서고 있다. 김 위원장은 이날 "이번주 내 대한상공회의소를 통해 4대 그룹과 만남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2017.06.19. ppkjm@newsis.com
- 과거 정부는 재벌들과 만난 뒤 개혁이 후퇴하고 실종된 경우가 있다. 현 정부의 만남과는 어떤 차이가 있다.

 "재계인사와의 만남이 가지는 피할 수 없는 위험이다. 과거 정부가 그런 위험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는 것도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특히 전 정부가 겪었던 국정농단 사태가 재계와의 부적절한 미팅에서 빚어진 것도 잘 안다. 그렇기에 이런 협의를 정례화하는 것은 매우 부정적이다. 과거 정부처럼 3달에 한번 귀빈을 초청해 마치 상생협력대회를 여는 것 같은 방식으로는 제대로 된 성과를 낼 수 없고 지속가능치도 않다. 나아가 이른바 기업인과 대통령의 독대과정에서 정경유착 문제가 불거지는 것은 자살행위라는 것을 현 정부에 계신 분들은 누구보다도 안다. 협의가 비공개적으로 이뤄지는 것의 위험성을 너무나 잘 봤다. 그런 식으로 진행해선 안 된다.
 6·10민주화 30주년 기념사에서 대통령이 경제민주화가 아니라 경제민주주의를 언급하며 방법론으로서 사회적 대타협을 강조했다. 재벌도 사회적 대타협의 대상에서 배제돼야할 이유가 전혀 없다. 그런 차원에서 대화를 시작한다는 것을 분명히 말한다. 다만 그 대화 절차가 공정위원장, 금융위원장이 될 수도 있고 국무총리, 경제부총리, 궁극적으로 대통령과 될 수 도 있다. 이 모든 과정은 적법하고 적절히 이뤄져야한다. 중간에 모든 것을 생략하고 대통령과 독대를 통해 민원을 제기하고 해결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진 않을 것이다."

 - 일감몰아주기 기준 강화는 시행령을 통해서인지, 법 개정을 통해서인지.

 "일감몰아주기 기준은 내일 국정기획자문위원회에 가서 협의할 사항이다. 협의가 진행되는 대로 말씀드리겠다."

 - 공정한 시장경제 질서를 확립하겠다고 거듭 말했다. 위원장이 바라보는 공정한 시장경제는.

 "원론적인 답이 있다. 대통령께서 하신 말씀을 제가 반복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대통령께서 취임사에서 하셨던 말씀이다. 기회는 균등할 것이며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다. 다만 세 가지 요소 중 어느 쪽에 더 강조점을 두느냐에 따라 이념적 스펙트럼이 달라질 수 있고, 정당정책의 내용이 달라질 수 있다. 내가 생각하는 공정한 시장경제 질서도 이 세 가지 요소를 포괄한다."

 - 한국경제가 공정한 시장경제 질서에서 벗어나는 부분은 어떤 것인라고 보는가.

 "시장경제는 자유로운 사적인 계약관계를 말한다. 이익이 되면 그 계약, 거래를 할 수 있고 이익이 되지 않으면 거래를 하지 않을 수 있는 자유로운 선택권이 부여되는 상황을 전제로 힌다. 그런데 한국경제의 현실을 보면, 무엇보다 한국의 내수시장이 그리 크지 않다. 그렇다보니 주요 산업 같은 경우 규모의 경제를 발휘할 기업이 2~3개만 들어가면 시장이 포화되는 상황이 만들어진다. 그 밑에서 소재나 부품을 공급하는 협력기업 입장에서는 거래할 상대방이 2~3개 밖에 없는 근본적인 산업구조의 문제가 있다. 이것이 기본적으로 종속거래 내지는 갑을관계를 만들어낸다. 또, 각 산업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 기업들은 과거 성공의 결과로 지금은 시장을 지배하는 힘을 가진다. 경제력집중과 오남용의 문제다. 자유로운 사적 계약이라는 원리 위에 서있지만 현실에서는 그 자유로운 선택이 이뤄지지 못한다. 그래서 많은 문제점들이 표출된다.
 공정위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역할이 무엇이겠는가. 우리 내수시장의 관계, 과거 성공의 결과로 나타나는 경제력집중으로 시장 주체들 간 거래가 자유로운 사적계약이 되지 못하고 갑을관계가 되는 문제점이 있다면, 그런 문제점을 행위규제와 구조규제를 통해 개선해 시장이 보다 공정한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본다."

 sympathy@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