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레의 시인· 물리학자 니카노르 파라(103) 서거

기사등록 2018/01/24 09:18:07

【 산티아고( 칠레 ) = AP/뉴시스】차미례 기자 = 칠레의 최고령 원로시인으로 '반시'( 反詩 : anti-poesia)를 주창해 중남미 문학의 지도적 위치를 차지한 시인이자 물리학자였던 니카노르 파라가 23일 (현지시간) 별세했다. 향년 103세.

 미첼 바첼레트 칠레 대통령은 이 날 파라에 애한 애도 성명을 통해 그의 죽음을 확인해주었다.  칠레 정부는 모든 공공기관 건물에 조의를 뜻하는 반기(半旗 )를 게양하도록 지시하고 이틀 동안의 전국 애도기간을 선포했다.

 바첼레트 대통령은 "칠레는 서구 문화의 물결 속에서 독특한 목소리로 우리 역사와 문학을 주장해온 위대한 시인을 잃었다" 고 애도했다.

 재치 넘치는 무례하고 거친 표현으로 유명한 파라의 작품들 중에는 "무미건조함과 싸우기 위한 시 "(1993)  "롤러코스터" (1962)를 비롯해 "시와 반시" "러시아 노래들"등이 있다. 
 
 현실을 증언하는 시각과 초현실주의의 시각이 충돌하는 과정에서 나온 산문시,  놀람과 유머가 가득찬 그의 독특한 작품은 근대 세계에 대한 혹독한 비판,  이 세계의 구원 가능성이 없다는 시각과 부르주아 사회에 대한 풍자로 일관했다.

 그는 반수사적인 언어로 파블로 네루다의 시를 패러디하고 자기 자신마저도 조소했으며 작가와 시의 사회적 기능과 역할을 사정없이 폄하하기도 했다.

  칠레 대학과 미 브라운대학에서 물리학 박사를 받은 권위있는 물리학자이기도 했던 그는 영국 옥스퍼드 대학에서 우주물리학을 공부했고 미 컬럼비아대 , 예일대, 뉴욕대, 루이지애나 주립대에서 물리학 교수를 지냈다.

 파라는 자신의 시에다 과학에 대한 회의적 시각을 투입했으며, 기존의 전통적 시적 표현기술을 거부하고 일상적인 이미지나 괴상한 농담 등을 포함시켜 '반시'를 창안했다.

남미의 문학평론가 페르난도 알레그리아는 "문학과 혁명"이란 저서에서 니카노르 파라의 시가 인기 높은 이유를 "마치 링 위에서 볏을 세우고 싸우는 붉은 싸움닭같아서"라고 표현했다.

 1937년 첫 시집 "이름없는 가수" ( Concionero sin Nombre )로 데뷔한 그는 이후로는 일반 대중을 향한 시를 쏟아냈고 1954년에는 '시와 반시'로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었다.  1969년 권위있는 칠레 국가 문학대상을 받았다.

 한 번은 산티아고에서 미술 전시회를 열어 실물 크기의 역대 칠레 대통령 형상을 마분지로 만든 다음 목에 올가미를 걸어 매달았고 옆에는 운전대가 안에 부착된 관(棺 )을 전시했다.  산티아고 광장의 영웅 동상에서 손에 쥔 칼을 우산으로 바꿔 놓는 등 기행에 가까운 창작 활동을 하기도 했다.

 그는 한 때는 중남미 좌파들과 절친하게 교유했지만 미국에 대한 긍정적이고 친밀한 태도 때문에 그들과 늘 충돌을 빚었다.  특히 1971년 칠레 시인들을 이끌고 미 백악관으로 닉슨 대통령을 방문한 것과 패트 닉슨 영부인의 접대를 받은 것은 좌파들의 최고의 비난의 대상이었다.

 음악교사인 부친과 민요가수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파라는 칠레 시골 마을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지만 자신은 "우파도 좌파도 아니며,  모든 것들과 결별한 사람"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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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레의 시인· 물리학자 니카노르 파라(103) 서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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