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링의 메카 의성'…척박한 땅에서 일군 '은메달'

기사등록 2018/02/25 11:46:37

【강릉=뉴시스】추상철 기자 = 25일 오전 강원 강릉 컬링센터에서 열린 여자 컬링 4강전 대한민국과 스웨덴의 경기에서 져 은메달을 딴 대한민국 (김은정,김경애,김영미,김선영) 대표팀이 눈물을 흘리며 인사하고 있다. 2018.02.25. scchoo@newsis.com
【강릉=뉴시스】추상철 기자 = 25일 오전 강원 강릉 컬링센터에서 열린 여자 컬링 4강전 대한민국과 스웨덴의 경기에서 져 은메달을 딴 대한민국 (김은정,김경애,김영미,김선영) 대표팀이 눈물을 흘리며 인사하고 있다. 2018.02.25. [email protected]
컬링연습장 건립, 구미시에 먼저 제의했지만 무산
의성도 비용 부담에 반대하다 우여곡절 끝에 추진

【의성=뉴시스】김진호 기자 = '듣지도 알지도 보지도 못했던' 컬링이 대한민국을 열광의 도가니에 몰아넣었다.

25일 강릉컬링센터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여자 컬링 결승전 대한민국과 스웨덴 경기에서 경북 의성군 출신 마늘 소녀들이 금메달 못지 않은 값진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았던 비인기 종목 컬링은 평창동계올림픽 동안 수 많은 패러디를 양산해 내며 '2018평창동계올림픽'의 최고 인기종목으로 등극했다.

외신들까지 앞 다퉈 연일 극찬하고 있는 대한민국 컬링 여자대표팀의 이 같은 성과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컬링은 의성 출신 오세정·김경두 회장이 개척

의성군에 따르면 우리나라 컬링의 역사는 경북컬링협회 오세정(63) 회장과 김경두(63) 전 회장(현 대한컬링연맹 부회장)이 선구자이다.

의성이 고향으로 동갑내기 친구이자 동아대학교 레슬링 선수 출신인 이들은 90년대 후반 의기투합해 캐나다로 컬링 유학길에 올랐다.

홈스테이와 아르바이트로 고생하며 생소했던 컬링기술과 선수육성법을 배워 귀국했다. 하지만 그때까지도 우리나라에는 컬링장이 단 한 곳도 없었다.

【강릉=뉴시스】추상철 기자 = 25일 오전 강원 강릉 컬링센터에서 열린 여자 컬링 4강전 대한민국과 스웨덴의 경기. 대한민국 (김은정,김경애,김영미,김선영) 대표팀이 점수를 따낸 후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2018.02.25. scchoo@newsis.com
【강릉=뉴시스】추상철 기자 = 25일 오전 강원 강릉 컬링센터에서 열린 여자 컬링 4강전 대한민국과 스웨덴의 경기. 대한민국 (김은정,김경애,김영미,김선영) 대표팀이 점수를 따낸 후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2018.02.25. [email protected]
이들은 이의근(80) 경북도지사를 찾아가 컬링 보급을 위한 연습장 건설을 간곡하게 건의했다.

마침내 이 지사로부터 '부지를 한번 물색해보라'는 반승낙을 얻고 구미시로 향했다. 그러나 구미시 관계자들은 생전 듣지도 보지도 알지도 못한 비인기 종목인 컬링의 연습장 건설에 난색을 표했다.

결국 고향인 의성으로 돌아와 자신들의 은사인 의성고등학교 교장 출신 정해걸(78) 의성군수에게 매달렸다. 자신들의 부모가 거주하고 있던 의성읍 오로리 일대 논에라도 좋으니 연습장을 지어달라고 간청했다.

"처음에는 의성군도 불가론을 폈어요. 컬링장 건립에 따른 예상 사업비가 8억 원 정도였는 데 경북도는 1억5000만 원만 지원하겠다고 했어요. 나머지는 재정이 매우 열악한 의성군이 충당해야 할 판이었습니다."

서수환 의성군 재무과장은 당시 구미시는 물론 의성군도 반대 분위기가 강했다고 회고했다.

컬링연습장 건립에 따른 비용조달 문제 뿐 만이 아니었다. 컬링연습장 건물을 짓고 관리하는 곳은 의성군인 반면 운영은 컬링협회에서 하겠다는 것이 모순이라는 여론이 높았다.

2003년 우여곡절 끝에 정해걸 군수는 컬링연습장 건립이라는 결단을 내렸다. '이왕 지을 바에야 제대로 된 시설로 짓자'며 캐나다에서 설계도면을 가져와 국제규격에 맞췄다.

사업비는 당초 계획보다 배 이상 많은 20억 원(도비 11억 원, 군비 5억 원, 협회 4억 원) 가량이 투입됐다. 드디어 2006년 국내 최초로 4시트 국제규격을 갖춘 전용컬링센터가 의성에서 문을 열었다.

◇평창올림픽 출전 컬링선수 12명 중 8명이 의성 출신

【의성=뉴시스】김진호 기자 = 25일 경북 의성군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컬링 여자대표팀 대한민국-스웨덴 결승전' 응원에 참가한 주민들이 '영미~금메달 가즈아' '의성마늘 먹고 힘내'라고 적힌 피켓 등을 들고 응원하고 있다. 2018.02.25 kjh9326@newsis.com
【의성=뉴시스】김진호 기자 = 25일 경북 의성군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컬링 여자대표팀 대한민국-스웨덴 결승전' 응원에 참가한 주민들이 '영미~금메달 가즈아' '의성마늘 먹고 힘내'라고 적힌 피켓 등을 들고 응원하고 있다. 2018.02.25 [email protected]
김성영 의성군 기획실장은 "막상 컬링장을 지었지만 처음에는 생소한 운동이라 참여할 사람이 없었다"며 "그래서 의성여고부터 시작했다. 그 다음에는 의성읍에 있는 초·중·고로 확대했다"고 당시를 기억했다.

컬링의 저변확대를 위해 고군분투하던 중 의성여고 친구이던 김은정과 김영미가 방과 후 활동으로 컬링을 시작했다. 이어 김영미의 동생 김경애가 합류하고, 김경애를 따라 친구 김선영이 들어왔다. 의성군의 컬링은 이렇게 조금씩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의성군수배컬링대회도 개최하고, 국제대회도 유치했다. '2016 아시아태평양 컬링선수권대회'를 비롯해 2016~2017년도에만 해도 국내외 대회 15개를 유치해 성공적으로 치러냈다.

2015년에는 문화체육관광부 공모사업으로 선정되면서 총 사업비 60억 원을 투입해 컬링장 2레인, 선수대기실, 관람석, 경기운영실 등을 확충했다.

이런 작은 노력들이 켜켜이 쌓이면서 10여 년이 흐르다보니 지금은 초창기 멤버들이 성장해 전국의 지도자가 됐다. 소치올림픽에 이어 이번 평창동계올림픽이 두 번째 출전에 불과하지만 여자팀은 10위권 내의 최강팀을 모두 꺾을 만큼 실력도 최정상급으로 성장했다.

이번 올림픽에 출전한 우리나라 컬링 선수는 남자팀 5명, 여자팀 5명, 믹스더블팀(혼성팀) 2명 등 총 12명이다. 이 중 8명이 의성 출신이다. 여자팀 4명을 비롯해 남자팀의 김창민·성세현·오은수 등 3명, 믹스더블팀의 장혜지가 의성이 고향이다.

김 기획실장은 "오세정·김경두 회장의 열정과 끈기, 정해걸 군수의 미래를 내다본 현명한 결단, 기반을 굳건히 다지려는 김주수 현 군수의 각종 국내외 대회 유치 노력, 컬링장의 희소성 등이 한데 뭉쳐 인구 5만의 작은 농촌인 의성군을 전세계적인 유명 도시로 끌어올렸다"고 평가했다.

◇'의성마늘' 홍보효과 톡톡, 선수층 저변확대는 과제

컬링 열풍이 불면서 의성은 지역홍보 효과도 급상승하고 있다.

 【의성=뉴시스】김진호 기자 = 25일 경북 의성군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컬링 여자대표팀 대한민국-스웨덴 결승전' 응원에 참가한 주민들이 '장한 의성의 딸들, 금메달을 기원합니다'라고 적힌 플래카드와 피켓, 응원봉 등을 들고 응원하고 있다. 2018.02.25 kjh9326@newsis.com
【의성=뉴시스】김진호 기자 = 25일 경북 의성군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컬링 여자대표팀 대한민국-스웨덴 결승전' 응원에 참가한 주민들이 '장한 의성의 딸들, 금메달을 기원합니다'라고 적힌 플래카드와 피켓, 응원봉 등을 들고 응원하고 있다. 2018.02.25 [email protected]
여자 컬링 대표팀이 국내외 언론들로부터 '마늘소녀(Garlic girls)'라는 애칭으로 집중 조명되면서 지역의 최대 농특산품인 의성마늘의 홍보 효과도 쏠쏠하다.

'컬링의 메카'로 자리잡은 의성컬링장은 앞으로 우리나라 선수들은 물론 외국 선수들의 전지훈련 및 베이스캠프로 인기를 끌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른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도 기대된다.

풀어야 할 과제도 있다.

지속적으로 우수선수를 배출하려면 밑에서 받쳐주며 올라오는 저변층이 두꺼워야 한다. 하지만 아직은 지원자가 적고 층이 얇아 자칫 맥이 끊길 판이다. 현 상태가 지속된다면 한 팀도 제대로 만들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컬링의 명문고'로 우뚝선 의성여고만 해도 현재 컬링을 배우는 학생은 불과 5명에 불과하다.

김주수 군수는 "자칫 맥이 끊길까 걱정이 된다. 그러나 김연아 선수가 금메달을 따며 피겨에 붐을 일으켰듯 이번 올림픽을 통해 컬링도 어린 꿈나무들이 많이 찾을 것으로 확신한다"며 "앞으로도 '컬링의 메카 의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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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링의 메카 의성'…척박한 땅에서 일군 '은메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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