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 "亞지역 미-중 패권다툼, 中쏠림 가시화"

기사등록 2018/03/13 13:50:00

【팜비치=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7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 팜비치 마라라고에서 정상회담 후 함께 걷고 있다. 2017.04.08
【팜비치=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7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 팜비치 마라라고에서 정상회담 후 함께 걷고 있다. 2017.04.08
트럼프 취임 이후 중국 경제-군사적 영향력 증가
필리핀-베트남 등 미-중 사이 줄타기 외교전략도

【서울=뉴시스】박상주 기자 =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미국과 중국 간 패권 다툼에서 중국 쏠림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특히 경제적으로는 대부분 아시아 국가들이 미국보다 중국과의 거래를 더 많이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보호무역주의를 주창하고 나선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취임 이후 아시아 지역에서 중국의 영향력이 눈에 뛰게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뉴욕타임스(NYT)는 최근 기획시사를 통해 많은 아시아 국가들이 미중 양대국 사이에서 “헤징(hedging, 위험회피)”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면서 “미국이 아시아에서 군사적으로는 아직까지 우월적 지위를 점하고 있지만 경제적, 군사적 힘의 균형추가 점점 중국 쪽으로 기울고 있다”고 보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들어서면서 미국 중심의 전략을 재고하려는 아시아 국가들이 늘고 있다. 지난 8일 아시아-태평양 지역 11개국이 체결한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omprehensive and Progressive Pacific Partnership, CPTPP)’은 이 지역 국가들이 미국의 리더십 없이도 어떻게 움직일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일본과 호주, 뉴질랜드, 캐나다, 멕시코, 칠레, 페루, 싱가포르, 베트남, 말레이시아, 브루나이 등 11개국의 외교∙통상 장관들은 이날  칠레 산티아고에서 CPTPP에 서명했다.  CPTPP는 환태평양 지역을 아우르는 세계 최대의 무역협정이다. CPTPP는 인구 5억 명의 시장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국내총생산(GDP) 총합은 전 세계의 13.5%에 달한다. CPTPP는 회원국 가운데 최소 6개국이 국내 비준절차를 완료한 시점으로부터 60일 이후에 발효된다. CPTPP는 내년 초 공식 발효를 목표로 하고 있다.

 미국은 2015년 10월 CPTPP의 전신인 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추진 대열에 합류했다. 그러나 “아메리카 퍼스트”와 보호무역주의를 내세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월 TPP를 전격 탈퇴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3일 "TPP는 미국에 몹시 나쁜 거래"라고 비판하면서도 "더 나은 조건을 제안한다면 우리가 다시 들어갈 가능성이 있다"라며 여지를 남겼다.

 NYT는 그러나 군사적인 면에서는 여전히 많은 나라들이 미국과의 강한 유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NYT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20여 개 국가들은 중국의 경제력과 미국의 군사력중 하나를  택해야 하는 “불가능한 선택(an impossible choice)”의 상황을 맞이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 싱크탱크인 브루킹스 연구소의 아시아 전문가인 탄비 매단(Tanvi Madan)은 “이들 아시아 국가들은 어느 한쪽만을 택하기를 원치 않는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아시아 국가들은 둘 중 하나를 택하지 않고 있다. 그들은 양대 강국으로부터 최대의 이득을 이끌어내는 전략을 추구하고 있다. 어느 한쪽을 자극하지 않으면서 자국의 독립성을 보전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것이다.

 아시아 지역에서 중국의 경제적, 군사적 영향력이 증가하고 있지만 미국과 중국을 대하는 일본의 전략은 중국이 미국 스타일의 영향력을 발휘하기 단계까지 이르기에는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세계 3위 경제대국인 일본은 갈수록 증가하고 있는 중국의 영향력에 대응하기 위한 군사력 및 외교력 강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날로 커지고 있는 중국의 영향력에 맞서기 위해 일본은 미국과 인도, 호주 등 4개국을 묶는 ‘4개국 군사동맹(QUAD)’을 강화하고 있다. 일본이 중국의 팽창을 저지하는 첨병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팜비치=신화/뉴시스】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7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 팜비치 마라라고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중 발언하고 있다.  2017.04.09
【팜비치=신화/뉴시스】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7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 팜비치 마라라고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중 발언하고 있다.  2017.04.09
북한의 유일한 동맹국인 북한도 최근 중국의 영향력에서 벗어난 독립성을 보여주고 있다. 북한은 중국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핵 프로그램을 강행하고 있다. 그동안 북한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해온 중국의 입장에서는 굴욕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지난 2014년 중국의 잠수함이 스리랑카의 한 항구에 정박했다. 중국의 투자로 만들어진 항구였다. NYT는 이를 중국이 막강한 경제력을 군사적, 정치적 영향력으로 전용하는 “새로운 기원”을 연 사건이라고 풀이했다. 

 중국은 아시아 빈국들의 인프라(사회기반시설) 건설에 많은 지원을 하고 있다. 특히 전략적으로 중요한 항구와 전략적 경로 선상의 지역에 전략적인 투자를 하고 있다. 이러한 프로젝트들은 처음엔 합작형태로 시작되지만 결국 중국 주도로 기울어지게 된다. 스리랑카의 경우 항구 건설 당시 중국으로부터 빌린 돈을 갚지 못해 결국 중국에 99년 간 조차를 허용해야 했다.

 예일대학 로스쿨의 아시아 지역 안보 전문가인 미라 랩-후퍼 박사는 “중국은 자국의 풍부한 인력과 자본 등을 바탕을 영향력을 행사한다. 대부분 미국의 영향력 혹은 원조가 미치지 못하는 나라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NYT는 그러나 경제적 투자를 바탕으로 정치-군사적 영향력을 확대하는 중국의 이런 전략이 파키스탄의 경우처럼 미국이 엄청난 공을 들여온 나라에서도 버젓이 일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은 또한 최근 아시아를 넘어 다른 지역으로까지 이런 전략을 확산하는 ‘글로벌 네트워크’를 구축하시 시작했다고 NYT는 전했다.

 NYT는 또 중국이 인도를 고립시키는 전략을 추구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인도가 중국에 맞서는 라이벌로 성장하지 못하도록 힘을 빼려 하고 있다는 것이다. NYT는 인도가 중국에 강경한 노선을 취할수록 아시아 국가들과의 동맹 관계는 위축될 수 밖에 없다고 풀이했다.

 NYT는  많은 아시아 지도자들은 미중 양대국 사이에서 “헤징(hedging, 위험회피)”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고 전했다.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미중 양대국 사이에서 줄타기를 한 대표적인 경우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지난 2016년 취임과 함께 65년 역사를 지닌 미국과의 동맹관계를 파기할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그해 12월 두테르테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만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사법제도를 무시한 자신의 마약범 소탕전과 관련해 정상회담에서 문제를 제기할 경우 “창녀의 아들”이라고 욕할 것”이라고 막말을 퍼부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오바마 대통령을 겨냥해 “그게 누군데?(Who is he?). 나는 주권국가의 대통령이다. 우리는 이미 오래전 미국의 식민지를 벗어났다”라고 말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그러나 며칠 뒤 자신은 오바마 대통령을 욕한 적이 없으며, 이는 언론의 왜곡보도에 따른 오해라고 주장했다. 중국과 미국 사이의 중간 즈음에 자리를 잡은 것이다.

 전통적으로 중국과 적대적 관계를 보여온 베트남마저도 중국과 미국 사이의 줄타기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또한 베트남은 오바마 행정부가 무기 엠바고를 해제했음에도 베트남은 여전히 러시아로부터 대부분의 무기를 사들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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