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적 위기' 처한 페이스북…데이터 이용 근본문제 직면

기사등록 2018/03/20 09:58:22

"유저 데이터 앱 개발자에 판매…3자 제공 통제 힘들어"
"정보 유출로 브랜드가치 타격…올해 25세 미만 200만명 떠날것"
"시총 40조원 증발했지만 저커버그는 48시간째 침묵"

【서울=뉴시스】 안호균 기자 = 최근 러시아의 온라인 선전 활동에 대한 책임론으로 곤욕을 치러 왔던 페이스북이 지난주 개인정보 유출 사태라는 겹악재를 맞으면서 패닉에 빠졌다.

페이스북은 지난 2016년 러시아의 대선 개입 사태가 불거지면서 흔들리기 시작했다. 세계 최대 소셜미디어가 가짜뉴스와 허위 정보 전파의 통로로 활용됐다는 사실은 이용자들을 실망시켰다. 페이스북은 내년까지 안전·보안 전문가 2만명을 확보하고 봇(Bot)과 스팸을 식별 기능을 확대하는 등 재발 방지 노력을 강화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며 수습에 나섰다.

하지만 이번 개인정보 유출 사태로 페이스북은 보다 근본적인 위기에 봉착했다. 지난 대선 당시 케임브리지 애널리티라는 데이터 회사는 페이스북에서 얻은 개인 정보를 토대로 도널드 트럼프 캠프에 유권자 성향을 분석한 데이터를 제공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페이스북은 브랜드 가치에 막대한 손상을 입은 것은 물론 영업 활동의 기반 자체가 흔들릴 위기에 처했다.

CNN은 19일(현지시간) "이번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 스캔들은 페이스북의 DNA에 내재된 문제를 보여준다. 그것은 바로 데이터의 이용(exploitation)"이라고 보도했다.

CNN은 "페이스북은 데이터를 수확해 앱 개발자들에게 판매함으로써 돈을 번다"며 "구매자가 불법적인 동기로 제3자에게 데이터를 전달하는 행위를 방지하는 것은 불가능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페이스북은 지난 2014년 알렉산드르 코건 케임브리지 대학 심리학 교수가 '디스이즈유어디지털라이프'라는 앱을 통해 사용자들의 정보를 얻을 수 있도록 허용했다. 코건 교수는 27만명이 작성한 설문조사를 이용해 5000만명 이상의 페이스북 사용자 정보에 접근할 수 있었다. 페이스북은 이 과정이 자체 규정에 저촉되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페이스북은 코건 교수가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에 정보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규정 위반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문제는 앱 개발자나 광고주들이 보유하고 있는 데이터를 제3자에게 제공하는 것을 페이스북이 모두 모니터링할 수 없다는데 있다. CNN은 "이는 누군가에서 담배를 팔면서 담배를 친구와 공유하지 말라고 하는 것과 같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미 의회에서는 '러시아 스캔들' 때보다 훨씬 강하게 규제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에이미 클로버샤 민주당 상원의원(미네소타)은 "미국인 5000만여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것이라면 저커버그 최고경영자(CEO)가 상원 법제사법위원회에 출석해 해명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근 잇따르고 있는 문제들로 인해 염증을 느낀 이용자들이 점점 페이스북을 떠나고 있다는 점도 큰 문제다.

미국과 캐나다의 페이스북 월간 사용자 수는 지난해 3분기 185만명에서 4분기 184만명으로 처음으로 감소했다. 매일 서비스에 로그인하는 '활동적 사용자' 수는 약 25%나 줄었다.

시장조사업체 이마케터(eMarketer)는 페이스북의 25세 미만 이용자가 지난해 280만명이나 감소했으며, 올해는 200만명 더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개인정보 유출 사태의 여파로 19일 뉴욕 증시에서 페이스북 주가는 6.8%나 떨어진 172.56달러로 곤두박질 쳤다. 하루 만에 시가총액은 367억 달러(약 40조원)나 증발했다.

이런 상황에서 회사의 리더십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가디언은 "저커버그 CEO는 5000만명의 개인 데이터 유출 사실이 드러나고 주가가 폭락하고 있는 상황에서 48시간 이상 침묵을 지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불거진 문제들에 대한 대처법을 두고 회사 내에선 내홍이 발생해 고위직이 자리에서 물러나는 일도 벌어졌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알렉스 스테이모스 페이스북 최고정보보안책임자(CISO)는 러시아의 온라인 선전활동 등에 대한 대처법을 놓고 내부에서 갈등을 겪다 자리에서 물러나기로 했다.

그는 사내에서 러시아의 활동을 조사하고 공개해야 한다는 강한 입장을 고수해 셰릴 샌드버그 최고운영책임자(COO)를 비롯한 최고 경영진들을 자주 놀라게 만들었던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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