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크로 사용 이미 성행"…만인의 여론 조작 가능해졌나

기사등록 2018/04/21 15:53:19

최종수정 2018/04/21 17:31:15

"매크로, 이미 대중들에게 널리 퍼져 누구나 사용 가능"

"'좋아요' 댓글 시스템으로 여론 좌우하는 것도 문제"

"방어는 불가능…인터넷 사용자들의 자정에 기댈 밖에"


【서울=뉴시스】김지은 기자·박민기 수습기자 = "추천수를 클릭하는 수준의 매크로 프로그램은 웬만한 컴퓨터 공학 지식을 알고 있는 사람들에게 만들기도 쉬워요. 이미 많이 배포돼 있기도 하고요"

 직장인 김모(34)씨는 몇년 전 자신이 활발하게 활동하던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처음으로 매크로 프로그램을 접했다. 자신이 쓴 글의 추천수를 늘려서 인기글 게시판으로 올릴 수 있는 '조작 프로그램'이 공공연하게 이용됐기 때문이다.

 사용하는 방법은 어렵지 않았다. 이미 인터넷에 올라온 프로그램을 깔고 자신의 ID와 글 번호를 입력하는 등 간단한 조작 방법을 따르기만 하면 됐다. 김씨는 "원하는 글이나 기사가 많이 읽히도록 하기 위해 사람들이 주로 쓰는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매년 좋아하는 가수의 콘서트 티켓 예매에 열을 올리는 대학생 최모(24)씨도 티켓팅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이번에 처음으로 매크로를 구입했다. 티켓 구매 사이트에 맞게 빠른 속도로 좌석 예매를 할 수 있는 '티켓팅 매크로'는 인터넷에서 이미 공공연하게 팔리고 있다.
 
 최씨는 "매크로 자체가 불법이긴 하지만 이미 많은 팬들 사이에서 성행하는 방식으로 안다"며 "인터넷에서 구입하면 가격은 2만~3만원대로 저렴하다"고 설명했다.
【서울=뉴시스】인터넷에 올라온 '매크로 티켓팅' 실행 방법 설명 영상
【서울=뉴시스】인터넷에 올라온 '매크로 티켓팅' 실행 방법 설명 영상
최근 드루킹의 포털 댓글조작 논란이 일어난 가운데 조작을 가능케 한 '매크로' 기술에 대한 관심이 급격히 높아지고 있다.

 매크로는 자주 사용하는 명령어를 묶어서 하나의 키 입력 동작으로 만든 기술을 일컫는다. 특정 동작을 빠르게 반복적으로 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다.

 하지만 새삼스럽게 증폭되는 관심에 비해 매크로 자체는 이미 오래전부터 널리 사용돼온 기술이다. 전문가들은 의도를 가진 사람들이 있다면 여론 조작의 가능성은 도처에 널려 있다고 지적했다.

 권헌영 고려대학교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난이도 낮은 매크로는 일반인들도 조금만 배우면 쉽게 할 수 있고 인터넷에서 다운 받아 할 수도 있다"며 "'좋아요' 같은 단순한 댓글 추천 등에 (쓰이는 매크로는) 어렵지 않게 다운 받을 수 있을 정도"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이 같은 '추천 수 올리기' 식의 단순한 여론 조작이 실제로 대중들에게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가다. 

 전문가들은 네이버 등 포털 사이트에 온라인 문화가 집중돼 있어 매크로라는 조악한 기술로도 여론을 움직일 수 있는 상황을 지적했다. 실제로 인터넷을 중심적으로 사용하는 젊은 세대 등은 댓글에 의견이 좌우되기 쉽다는 것이다.

 이택광 경희대 글로벌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한국 인터넷 문화가 포털에 집중돼 있고 그 여론을 통제하면 전체적 주도권을 잡을 수 있는 게 사실"이라며 "포털은 광고 수익성 때문에 댓글 양 등을 관리하지 않는다는 점을 생각하면, 한국은 여론이 형성되는 토대가 시장 논리에 맡겨져 있다는 점에서 취약하다"고 말했다.

 포털사이트들이 자체적으로 '좋아요' 클릭과 베스트 댓글 등의 시스템으로 중심 여론을 형성하지 말아야 한다는 비판도 있다.

 최진봉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다른 나라에는 '좋아요', '공감 댓글' 등의 시스템이 거의 없다. 우리나라에만 독특하게 있는 제도"라며 "이런 제도들이 결국 인터넷 여론을 왜곡시키고 인위적인 방법으로 비틀기 때문에 믿을 수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이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전무하다. 기술적으로도 간단한 '반복 시스템 만들기'는 영구적으로 막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김승주 고려대학교 정보보호학 교수는 "(매크로를 방지한다는 것은) 해킹을 완벽히 막을 수 있는가와 똑같은 질문이다. 방지 시스템을 갖춰도 계속 깨지는 해킹이 개발되듯 매크로도 마찬가지"라며 "결국 인터넷은 만인의 공간인 만큼 사람들이 스스로 노력하고 자정하는 것만이 방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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