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혹한 속 일감 줄어든 대구 인력시장…"연말 코앞인데 일자리 씨말라"

기사등록 2018/12/10 15:27:11

체감 영하 10도 '추위에 꽁꽁'…인력시장 직접 가보니

【대구=뉴시스】배소영 기자 = 10일 오전 대구시 서구 비산동 대구일일취업센터에서 구직자들이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2018.12.10. soso@newsis.com
【대구=뉴시스】배소영 기자 = 10일 오전 대구시 서구 비산동 대구일일취업센터에서 구직자들이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2018.12.10. [email protected]
【대구=뉴시스】김덕용·배소영 기자 = "하루하루가 죽을 맛입니다. 일자리가 없어도 이렇게까지 없는 해는 처음입니다."

아침 수은주가 영하 8도까지 떨어진 10일 오전 대구시 서구 평리동의 한 인력사무소. 

일자리 호출을 기다리고 있던 김모(63)씨는 "경기도 안 좋은데 날씨까지 갑자기 추워져 일자리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날 오전 5시부터 김씨처럼 일감을 찾기 위해 작업복 차림의 구직자가 삼삼오오 모여들었다.

이들은 털모자와 마스크, 두꺼운 점퍼로 온몸을 꽁꽁 싸맸지만 칼바람에는 어쩔 수 없는지 하얀 입김을 뿜었다.

그러나 일거리는 넉넉지 않았다. 겨울에는 아예 공사를 중단하는 건설 현장이 많기 때문이다.

이날 인력사무소 측에 따르면 이달 들어 일감은 작년 대비 50% 가량 감소했다.

폐업한 자영업자와 외국인 근로자들이 늘면서 일할 사람은 많아졌는데 일자리를 만들어야 할 사업자까지 일거리를 찾으면서 엎친 데 덮친 격이 된 셈이다.

최근 자영업을 하다가 폐업한 뒤 인력사무소를 찾은 사람도 2~3명 가량 있었다.

지난 7월 치킨집을 운영하다가 폐업한 윤창현(47)씨는 "경력이 낮아 일주일 나오면 이틀 정도 근무한다"면서 "겨울이 되면 일감이 더 줄어드는데 생각이 많아진다"고 말했다.

15년째 인력소개업을 해온 이모(62)씨는 "지난해 이맘때와 비교하면 올해는 일감이 30% 이상 줄어든 것 같다"며 "나이가 많거나 한국말이 잘 통하지 않는 외국인의 경우 일감을 구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오전 8시 정각이 되자 인력 수송을 위한 승합차가 도착했다.

10여 명이 일자리를 찾아 출발한 뒤에도 일감을 구하지 못한 20여 명은 한참이나 인력사무소 근처를 서성거렸다.
 
같은 시간 대구지방노동청이 운영하는 대구시 서구 비산동 대구일일취업센터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이곳에서 만난 구직자들은 "갑자기 찾아온 추위 탓에 일자리가 귀해진 상황"이라는 데 입을 모았다.

자판기 커피로 언 몸을 녹이던 이인환(63)씨는 "요즘은 공치는 날이 많아 차비만 쓰고 돌아가는 경우가 많지만 집에 있는 자식과 아내를 생각해서라도 매일 나오고 있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조래원 대구일일취업센터 팀장은 "경기침체로 일거리가 없어 집으로 돌아가는 사람들을 보면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면서 "최대한 많은 사람에게 일거리를 알선해 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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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혹한 속 일감 줄어든 대구 인력시장…"연말 코앞인데 일자리 씨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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