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학력 떨어진 원인 모른채…평가방식 또 바꾼다는 교육부

기사등록 2019/03/28 15:3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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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인 진단도 없이 3번이나 평가방식 변경 방침
국가평가임에도 연도별 학력 변동도 비교 불가
"토론·문제해결 중심 교육과 현행 평가 안 맞아"

associate_pic4【세종=뉴시스】강종민 기자 = 박백범 교육부 차관이 28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모든 학생의 행복한 출발을 위한 '기초학력 지원 내실화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2019.03.28.  ppkjm@newsis.com
【세종=뉴시스】 이연희 기자 = 지난해 중·고등학생 기초학력이 떨어졌다는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가 나왔지만 교육부는 제대로 된 원인 진단도 없이 평가 방식을 바꾸겠다고 밝혀 논란이 예상된다.

특히 지난 2003년 표집조사, 2008년 전수조사, 2017년 표집조사로 바꾼데 이어 다시 2년 만에 전면 개편을 시사한 것이어서 학력 저하 책임을 정책이 아닌 평가 자체에 떠넘긴다는 비판이 나온다.

교육부 박백범 차관은 2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2018년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결과와 기초학력 지원 내실화 방안을 발표하며 "지난 2017년부터 2년간 표집조사로 이뤄지던 국가수준학업성취도평가를 내년부터 성취수준의 경향성을 파악하는 참고자료 수준으로 개편하겠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올해는 기존 평가방식대로 실시하지만 정책연구를 통해 내년부터는 개편된 평가 방식을 적용하기로 했다. 달라진 교육과정을 반영해 교과내용은 물론 학생들의 교과역량을 종합 평가하는 새로운 문항을 도입하고, 평가방식도 컴퓨터 기반 평가로 적용한다는 게 골자다.

교육부는 지난 1986년부터 특정 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전수 또는 표집 평가를 통해 기초학력 미달 비율을 파악해왔다. 그러나 이후 학업성취도 평가 방식은 정권 성향에 따라 전수조사에서 표집조사로 번복해 바뀌는 경향을 보였다.

국민의정부와 참여정부 시절이던 2003년부터 2007년까지는 표집조사를 실시했지만, 이명박정부와 박근혜정부 시절인 2008년부터 2016년까지는 전수평가를 실시했다. 2010년부터는 평가결과를 공시하면서 '일제고사'로 불렸으며, 지역과 학교 간 서열화가 조장된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문재인정부가 출범한 2017년에는 이후 중학교 3학년과 고등학교 2학년 학생 3%를 대상으로 한 표집조사로 다시 회귀했다. 전국 시·도교육감협의회가 전수조사 방식이 시·도와 학교를 서열화·계층화하는 데 활용된다며 표집평가로 전환할 것을 제안했기 때문이다. 시·도별 평가 결과도 공시하지 않기로 했다.

그러나 이번에 다시 표집조사 평가를 실시한지 2년 만에 또 다시 학업 성취도 평가를 전면 개편하기로 한 것이다. 표집조사 방식은 유지하지만 조사 항목과 표집 방법 등은 변경될 수 있다.

지난해 11월쯤 발표했어야 할 국가 수준 학업성취도평가 결과 발표는 4개월여 늦어졌다. 교육계 한 인사는 "학력이 더 떨어졌다는 결과표를 받아들고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고, 기초학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대안을 함께 제시하느라 늦어졌다"고 전했다.

그러나 정작 교육부는 이날 기초학력 미달인 학생 비율이 늘어난 이유에 대한 원인을 내놓지 않았다. 공교롭게도 문재인정부가 출범한 2017년부터 국어와 수학 교과의 기초학력 미달률이 높아졌지만 중학교 자유학기·자유학년제와 혁신학교 확대 등 초·중등 교육정책이 학력 저하에 미친 영향에 대한 진단이나 분석은 전혀 찾아볼 수없었다.

박 차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기초학력 저하 원인을 묻는 질문을 받은 뒤에야 견해를 밝혔다. 그는 "중3·고2 아이들이 중학교 시절 자유학기제나 자유학년제를 겪었고, 고2는 대부분 과목이 학종전형이나 교과전형에서 입시를 앞두고 있는 아이들이기 때문에 아무래도 토론 중심 수업과 프로젝트 학습 등 혁신적인 교육방법을 받았기 때문에 지식습득 정도를 평가하는 학업성취도 평가와는 경향이 다른 점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혁신학교 확대 정책에 대해서는 "직접적인 연관성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나아가 "지식습득 위주 교육에서 전인적 교육으로 교육과정이 바뀌는 만큼 학업성취도 평가 체계와 방식도 바뀌어야 한다"면서 "더욱이 학생들의 과목 선택권이 높아지는 2015 개정 교육과정에 맞지 않으며, 고교학점제가 도입되면 기존처럼 전수조사나 표집조사를 통한 학력진단이 어렵다"고도 강조했다.

박 차관은 "평가방식이 정권 성향에 따라 계속 바뀌지 않도록 객관성과 일관성을 유지하는 방안도 개선안에 담겠다"면서도 "기초학력 보장법에 포함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기적으로는 국가교육위원회가 설립된다면 이 같은 우려가 일부 해소될 것으로 봤다.

그러나 기초학력이 떨어졌다는 결과가 나온 상황에서 정확안 원인 진단 없이 평가방식만 바꾸는 것은 교육부의 책임회피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조성철 대변인은 "국가 수준 학업성취도 평가를 기준으로 객관적인 학력을 평가할 필요가 있다"면서 "기존 정책의 영향력을 진단·분석하지 않고 평가만 바꾼다면 결국 평가방식 탓을 하며 정책실패에 대한 국가 책임을 피하려는 의도로 해석될 수 있다"고 말했다.

 dyhlee@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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