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 경제·식량·전력난에 이어 식수난까지 '4중고'

기사등록 2019/04/05 16:55:53

인구의 3분의2에 해당하는 2000만명이 물부족 시달려

전력 부족으로 펌프 가동 못해 물공급 어려워

【카라카스=AP/뉴시스】베네수엘라에 정전으로 수도마저 끊겨 지난달 26일(현지시간) 수도 카라카스에서 한 여성이 빈 물통을 들고 물탱크가 있는 한 애완동물 상점으로 물을 구하러 가고 있다.  베네수엘라 전역에 정전이 재발, 확산하면서 수많은 사람이 전기와 수도가 끊어진 채 불편을 감수하고 있다. 2019.03.27.
【카라카스=AP/뉴시스】베네수엘라에 정전으로 수도마저 끊겨 지난달 26일(현지시간) 수도 카라카스에서 한 여성이 빈 물통을 들고 물탱크가 있는 한 애완동물 상점으로 물을 구하러 가고 있다.  베네수엘라 전역에 정전이 재발, 확산하면서 수많은 사람이 전기와 수도가 끊어진 채 불편을 감수하고 있다. 2019.03.27.
【서울=뉴시스】이재우 기자 = 베네수엘라 시민들이 경제난, 식량난, 전력난에 이어 식수난이라는 4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경제난과 관리 부실 등으로 국가 전력망이 사실상 붕괴되면서 상수도 공급 체계도 덩달아 멈춰 섰기 때문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5일(현지시간) 식수 공급이 중단되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 시민들의 일상을 보도했다. 정쟁으로 사회 체제가 사실상 붕괴되면서 사람들이 돈, 음식, 전기에 이어 물을 얻기 위한 투쟁에 내몰리고 있다는 것이다.

WP가 인용한 복수의 전문가에 따르면 지난 2주간 베네수엘라 인구의 3분의 2인 2000만명이 물 부족에 시달리거나 물 공급을 전혀 받지 못하고 있다.

특히 해발 914m의 계곡에 자리 잡은 인구 200만명의 카라카스는 전력이 없으면 펌프를 가동할 수 없어 상수도를 공급할 수 없다. 물 부족은 시민들을 거리로 내몰았다.

시민들은 빈병과 양동이를 들고 가파른 빈민가를 내려가, 위험한 고속도를 가로질러, 공공 분수는 물론 진흙 하천, 하수도 냄새가 나는 도시 우물에서 물을 긷고 있다.

카라카스 동부에 거주하는 자클린 몬카다(43·여)는 2차례 전국적인 정전과 이후 전력 배급으로 자신의 집을 포함한 베네수엘라의 많은 지역에 물 공급이 중단됐다고 WP에 전했다.

몬카다는 단수 15일째 되던 날 물을 구하기 위해 인근 강가 진흙 둑을 기어 내려가는 10대 아들을 지켜봐야 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정말 부유한 나라였다"며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고 토로했다.

카라카스 빈민가 바리오에 거주하는 이네스 블랑코(58·여)는 오전 7시 집에서 내려와 도시 우물에서 물을 긷는다. 블랑코를 포함해 수십명이 물을 얻기 위해 기다리는 이 도시 우물은 실상은 타인의 화장실에서 나오는 하수구다.

그나마 중산층들은 차량을 이용해 하천, 강, 호수를 찾고 있다. 소형차에 앉아 아들이 카라카스 동부의 한 강가에서 물통을 채우는 것을 지켜보던 지오마르 살라스(62)는 WP에 "돈도, 전기도, 물도 없다. 무력함을 느낀다"며 "정부도 야당도 모두  유죄다. 시민들만 더 가난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베네수엘라 시민들이 굶주림에 이어 깨끗한 물도 얻지 못하는 상황이 길어지면서 전염병도 확산하고 있다.

카라카스 대학병원 감염학과 의사인 마리아 유지니아 란다에타는 WP에 "설사와 장티푸스, A형 간염이 급증하고 있다"고 전했다.

카라카스 대학병원도 수개월째 전력과 상수도 공급이 중단돼 발전기와 물탱크에 의존하면서 감염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란다에타는 "불결한 위생과 비살균수 사용으로 여성의 분만 후 감염 사례가 많이 발생하고 있다"고 했다.

한편,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과 후안 과이도 국회의장 및 미국은 서로 상대쪽에 베네수엘라 체제 붕괴 책임을 떠밀고 있다.

경찰과 친정부 준군사 단체는 지난 주말 카라카스와 시골 지역에서 물 부족 항의 시위에 폭력으로 대응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카라카스 시내에서만 2명이 총격을 당했다.

마두로 대통령은 지난 3일 트위터에 글을 올려 '북미 제국주의자와 잔혹한 괴뢰'를 탓했다. 반면 존 볼턴 미국 국가안보보좌관은 트위터에 '이 문제를 만든 것은 마두로'라고 응수했다.


[email protected]
button by close ad
button by close ad

베네수엘라, 경제·식량·전력난에 이어 식수난까지 '4중고'

기사등록 2019/04/05 16:55:53 최초수정

이시간 뉴스

많이 본 기사

기사등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