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으로만 움직이지 않을뿐···'세계사를 바꾼 13가지 식물'

기사등록 2019/08/14 06:03:00

【서울=뉴시스】최지윤 기자 = 식물이 인류 1만년 역사를 송두리째 바꿔놓았다. 밀 씨앗은 인류가 수렵·채집에 의존해 살아가던 시절 우연히 발견한 돌연변이다. 작은 한 톨이 농업을 가능하게 해 인류를 생존·번성하게 했고 부와 권력, 빈부 격차와 계급을 만들었다. 문명을 태동시켰고 국가 생성과 발전으로 이어졌다. '세계사를 바꾼 13가지 식물'이다.

이 책은 모두 13개의 장으로 구성돼 있다. 초강대국 미국을 만든 악마의 식물-감자, 인류의 식탁을 바꾼 새빨간 열매-토마토, 대항해시대를 연 검은 욕망-후추, 콜럼버스의 고뇌와 아시아의 열광-고추, 거대한 피라미드를 떠받친 약효-양파, 세계사를 바꾼 두 전쟁의 촉매제-차, 인류의 재앙 노예무역을 부른 달콤하고 위험한 맛-사탕수수, 산업혁명을 일으킨 식물-목화, 씨앗 한 톨에서 문명을 탄생시킨 인큐베이터-볏과 식물·밀, 고대 국가의 탄생 기반이 된 작물-벼, 대공황의 위기를 극복하게 해준 식물-콩,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재배되는 작물-옥수수, 인류 역사상 최초로 거품경제를 일으킨 욕망의 알뿌리-튤립이다.

고고학자들은 기원전 수십세기에 건설된 피라미드 부조를 조사하다가 놀라운 것을 발견한다. 피라미드를 건축하는 노동자들이 허리에 양파를 매달고 일하는 장면이다. 고대 이집트 왕실에서 피라미드 건설 노동자들에게 강장제 역할을 하는 양파를 지급했기 때문이다. 어떤 역사학자들은 양파의 탁월한 효능이 뒷받침되지 않았다면, 인류 최고 문화유산 피라미드는 성공적으로 완공되지 못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만큼 피라미드 건설은 엄청난 노동력과 고난도 기술이 요구됐다.

유럽인들은 작은 습관 하나로 세계사를 바꿨다. 17~18세기 차에 아메리카에서 건너온 설탕을 넣어 마시기 시작한 것이다. 덕분에 홍차는 유럽인에게 열렬한 사랑을 받게 됐고, 폭발적인 수요를 충족시키려 애쓰는 과정에서 두 전쟁이 촉발했다. 하나는 미국 독립전쟁, 다른 하나는 영국과 중국 사이에 벌어진 아편전쟁이다.

저자인 이나가키 히데히로는 일본의 농학박사이자 식물학자다. 농업생태학·잡초과학·농업연구에 종사하며 식물의 위대함과 매력을 전하고 있다. 농림수산성, 시즈오카현 농림기술연구소 등을 거쳐 시즈오카대 농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다. 

인간의 원초적 욕망을 자극해 세계사의 흐름을 만들어낸 식물의 이야기다. 식물은 표면상 움직이지 않는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 식물이 얼마나 열정적으로 움직이면서 인간의 욕망을 자극, 추동하며 인류 역사를 만들어냈는지 알 수 있다. 서수지 옮김, 296쪽, 1만6500원, 사람과나무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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