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턴 보좌관 사임으로 북미 핵협상 진전 이뤄질까

기사등록 2019/09/11 08:50:43 최종수정 2019/09/11 08:5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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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체제 붕괴·선제공격 주장해온 초강경파
'완전 비핵화 뒤 제재 해제는 비현실적' 비판
미국의 대북정책에 반영되는 것 가로막아

associate_pic4【워싱턴=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간)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전격 경질하고, 내주에 후임을 지명하겠다고 밝혔다. 작년 5월22일 볼턴 보좌관이 트럼프 대통령이 주관한 백악관 회의에 참석한 모습. 2019.09.11

【서울=뉴시스】강영진 기자 = 존 볼턴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전격 해임됨으로써 미국의 대북정책에도 영향이 있을 전망이다. 볼턴 전 보좌관은 북한의 체제 붕괴(regime change)를 공개적으로 추구할 만큼 초강경 정책을 추구해온 사람이기 때문이다.

볼턴 전 보좌관의 이같은 성향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대북 정책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볼턴 전 보좌관이 백악관 안보보좌관에 취임한 것은 지난해 4월이다.

당시는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과 협상을 고려하는 시점이어서 볼턴 보좌관이 북미관계에 큰 역할을 담당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그러나 안보보좌관이 되기 전 볼턴은 미국의 보수 뉴스방송인 폭스뉴스(Fox News)의 해설자로 활동하면서 북한에 선제 군사공격을 가해 핵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등 초강경 입장을 고수했으며 폭스뉴스 애청자인 트럼프 대통령의 관심을 끌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볼턴은 국무부 차관이던 2000년대 초반부터 지속적으로 북한 선제공격 주장을 펴기도 했었다.

볼턴 전 보좌관은 또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추진하는 온건한 대북 핵협상 노선을 지속적으로 견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지난 2월말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이 결렬하는데 상당한 역할을 했던 것으로도 전해진다.

볼턴 전 보좌관이 사임한 직접적인 계기는 아프가니스탄 평화협상 진행을 둘러싼 트럼프대통령 및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의 이견인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볼턴 전 보좌관은 북한 핵문제를 놓고도 트럼프 대통령 및 폼페이오 장관과 지속적으로 갈등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가장 최근에는 최근 10여차례 지속되고 있는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 시험발사를 두고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간 합의를 위반한 것이 아니다'라고 평가절하한데 비해 볼턴 전 보좌관은 '유엔 안보리 제재 결의를 위반한 것'이라고 공개 발언하기도 했다.

이처럼 북한에 대해 초강경 입장을 고수하던 볼턴 보좌관이 물러남에 따라 북한과 협상을 중시하는 트럼프 대통령 및 폼페이오 장관의 노선이 한층 강화될 수 있을 전망이다.

다만 폼페이오 장관 역시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를 하기전까지 제재 해제는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왔고 트럼프 대통령도 그같은 입장에 동조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는 점에서 볼턴 보좌관 사임에 따른 미국의 대북정책 변화폭이 어느정도일지를 예측하기 쉽지 않다. 

그렇지만 트럼프 대통령과 폼페이오 장관의 완전한 비핵화 뒤 제재 해제 입장은 북한의 체제붕괴를 의도하는 볼턴 보좌관의 입장과는 달리 핵협상의 전략·전술적 측면에서 접근하고 있다는 점에서 상당한 차이가 있다.

따라서 볼턴 보좌관이 물러난 뒤 미국의 핵협상 전략은 지금까지보다 일정하게 유연해질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이와관련 미국의 북한 전문가들과 정치인들 사이에서 '완전한 비핵화뒤 제재해제'를 추구하는 정책이 비현실적이라는 비판적 의견이 크게 확산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같은 비판적 의견이 미국의 대북정책에 반영되는 것을 가로막아온 장본인이 바로 볼턴 전 보좌관이었다는 것을 고려하면 그의 해임은 미국의 대북정책 전반이 재검토되는 계기가 될 수도 있을 전망이다.

한편 북한은 지난 5월 27일 외무성 대변인이 볼턴 보좌관을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한 뒤로 볼턴 보좌관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아왔으며 오히려 폼페이오 장관에 대해 집중적인 비판을 해왔다.

북한의 이같은 입장은 볼턴 보좌관이 5월 이후 북한에 대해 직접적인 언급한 적이 없다는 점이 가장 큰 이유로 추정돼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대북협상에 볼턴 보좌관이 개입하는 것을 차단했음을 눈치챘을 가능성도 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북한이 최근 폼페이오 장관을 자주 공격하는 것은 핵 실무협상을 거쳐서 모든 것이 정리된 뒤 정상회담을 하자는 폼페이오 장관의 입장에 북한이 반대하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은 김정은-트럼프 정상회담에서 큰 틀의 합의를 하고 합의를 이행하는 과정을 실무협상에서 다루자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지난 2월말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을 트럼프 대통령이 결렬시키는 과정에서 볼턴 보좌관보다 오히려 폼페이오 장관이 큰 역할을 했다는 점도 북한이 폼페이오 장관을 공격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폼페이오 장관은 당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의회 청문회가 진행되는 미국내 정치 상황을 고려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영변 핵단지 폐기와 제재 해제 교환 제안을 거부하도록 트럼프 대통령에게 조언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폼페이오장관을 깊이 신임하는 상태에서 북한은 어쩔 수 없이 폼페이오 장관과 상대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이와관련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은 10일 발표한 담화에서 "미국에서 대조선협상을 주도하는 고위관계자들이 최근 조미(북미) 실무협상 개최에 준비돼 있다고 거듭 공언한데 대하여 류의했다"고 밝힘으로써 폼페이오 장관이 최근 북한의 자위권을 인정하는 발언을 하는 등 유화적 입장을 보이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 실무협상에 나서는 것임을 시사한 바 있다.

yjkang1@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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