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무협상 앞두고 볼턴 경질…트럼프 대북정책 유연해지나

기사등록 2019/09/11 16: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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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트윗 통해 대북 강경파 볼턴 보좌관 전격 경질
'전쟁광', '흡혈귀' '인간오작품' 원색 비난해온 북한 반색
전문가들 "대북협상 큰 영향 없지만 美입장 유연해질 것"
"美 세계 경찰 역할 축소, 손익 따지는 '원맨쇼' 외교될 것"
"내년 대선 승리 위해 트럼프 즉흥적 대북 협상 가능성"

associate_pic4【워싱턴=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간)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전격 경질하고, 내주에 후임을 지명하겠다고 밝혔다. 작년 5월22일 볼턴 보좌관이 트럼프 대통령이 주관한 백악관 회의에 참석한 모습. 2019.09.11
【서울=뉴시스】강수윤 기자 = 미 행정부 내 강경파로 꼽혀온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전격 경질되면서 대북 정책을 포함한 미국의 외교정책 노선에 변화가 예상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간) 트윗을 통해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전격 경질하고, 내주에 후임을 지명하겠다고 밝혔다. 볼턴 보좌관의 경질은 지난해 3월 22일 임명된 이래 약 1년 6개월 만이다.

후임으로는 브라이언 훅 미 국무부 이란 특별대표, 스티브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 등이 거론되고 있다.

볼턴 보좌관의 경질로 외교안보의 '양대 축'인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에게 힘이 실리게 되면서 좀더 유연한 대북 협상이 이뤄질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무엇보다 북한 입장에서는 북미 대화에 훼방을 놓았던 볼턴 보좌관의 경질은 반색할만한 조치다. 북한은 볼턴 보좌관을 향해 '인간오작품', '전쟁광', '흡혈귀' 등 원색적 표현을 써가며 맹렬하게 비난해왔다.

앞서 북한은 지난해 5월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리비아식 해법을 언급한 볼턴 보좌관을 지목하며 강한 거부감을 드러낸 바 있다. 회담이 진통을 겪기도 했다. 지난 5월에는 자신들의 미사일 발사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 위반이라고 평가한 볼턴을 '안보 파괴 보좌관'이라고 규정하기도 했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볼턴의 경질이 대북 협상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면서도 "폼페이오 장관도 북한 의도를 파악하고 있기 때문에 크게 영향을 미칠지는 모르겠다. 볼턴이 백악관을 떠나서 상대적으로 미국의 입장이 유연해질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그동안 볼턴 보좌관은 북한과 이란, 베네수엘라 등 주요 대외정책에서 초강경 노선을 고수해 트럼프 대통령과 수 차례 갈등을 빚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6월에는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판문점 회동 때 수행하지 않고 몽골로 가면서 '볼턴 패싱'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때문에 내년 11월 미 대선을 앞두고 북핵 문제 등 외교 성과가 절실한 트럼프 대통령이 빅딜론을 포함해 대북 강경론을 주도한 볼턴 보좌관을 눈엣가시처럼 여겼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또 앞으로 트럼프 행정부가 테러 진압 등 세계 경찰로서의 역할을 축소하고 손익계산서를 따지는 외교를 펼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게 전문가의 관측이다.

associate_pic4【워싱턴=AP/뉴시스】마이크 폼페이오(왼쪽) 미 국무장관이 10일(현지시간)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과 백악관 브리핑실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새 행정명령에 관한 브리핑을 하면서 기자들과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폼페이오 장관은 볼턴 보좌관의 사임을 몰랐느냐는 기자 질문에 "전혀 놀라지 않았다"라고 답해 모두를 웃게 했으며 볼턴 보좌관과 의견이 다른 적이 많았다고 털어놨다. 2019.09.11.
남성욱 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는 "미국은 테러집단 강경대응, 국제 질서와 평화 유지 등 세계 폴리스로서의 역할을 해왔다"면서 "그러나 앞으로는 돈이 안 되거나 손해가 안 나는 관점에서 정책 기준을 판단해 '원맨쇼' 외교로 미 외교가 바뀔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북한이 '9월 하순' 대화 재개 용의를 밝힌 이후 트럼프 대통령이 볼턴의 경질을 알린 것은 북미 실무협상을 앞두고 미국이 '단계적 비핵화' 등 유연한 대북 협상의 의지를 내비친 것이라 해석이 나온다.

'단계적·부분적 비핵화'에 반대하며 '완전한 비핵화' 정책을 고수해온 볼턴 보좌관이 떠나면서 미측은 실무협상에서 한층 유연성 있는 태도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

반면 의기양양한 북한은 자신들에 적대적인 참모들은 압박하고 트럼프 대통령은 추켜세우는 '이분법 외교'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함께 북한이 미측에 '새로운 계산법'을 들고 나오라고 요구한 만큼, 영변 핵시설 폐기에 따른 대북 제재 완화 등 단계적 비핵화를 미국이 수용할 때까지 버티기에 들어갈 것으로 분석된다.

신 센터장은 "북한이 의도한 대로 가고 있다. 미국과 우리 정부도 좀 더 유연한 대북정책으로 가고 있고 중국과 러시아도 북한 비핵화 해법을 지지하고 있다"면서 "북한이 요구하는 새로운 셈법이 단계적 비핵화에 제재완화를 포함시켜달라는 것인데, 요구를 들어주면 북핵은 물 건너갈 가능성이 있다"고 짚었다.

남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에서 승리하기 위해 대북 협상에서 즉흥적이고 예측불허의 합리적이지 않은 협상을 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내년 대선 레이스 전까지 미국의 대북 외교는 예측불허의 게임에 들어섰다. 그를 막을 어른들이 없어졌다"고 우려했다.

한편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과의 백악관 공동기자회견에서 "전세계 어느 지도자도 우리 중 누군가가 떠난다고 해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정책에 중대한 변화가 이뤄지리라 추정해선 안 될 것"이라고 밝혔다.

shoo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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