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흑자 3억달러 때문에…한국, 美 '환율관찰대상국' 유지

기사등록 2020/01/14 11:55:10

"환율관찰대상국 유지, 금융시장 부정적 영향 없을 것"

"中, 심층분석대상국 제외, 국내 금융시장 긍정적 영향"

[워싱턴=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2020.01.10.
[워싱턴=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2020.01.10.
[세종=뉴시스] 박영주 기자 = 우리나라가 미국의 '환율관찰대상국' 명단에 계속 남아있게 됐다. 무역흑자 규모가 미국이 내세운 기준치를 넘으면서 '관찰대상국' 제외 기회가 박탈된 셈이다.

미국 재무부는 13일(현지 시간) '주요 교역상대국의 환율정책 보고서'에 한국을 중국, 일본 등과 함께 관찰대상국에 포함했다. 환율관찰대상국은 환율을 조작하는 나라를 뜻하는 '심층분석대상국'보다 한 단계 아래 단계다. 이는 언제든 환율을 조작할 수 있기 때문에 면밀히 지켜볼 필요가 있는 국가를 의미한다.

환율관찰대상국에 포함됐다는 이유로 미국이 우리 정부의 환율정책에 실질적인 제약을 가하는 것은 아니지만, 국제 금융시장에서 '환율 조작 가능성이 있는 나라'라는 부정적인 인식이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이번 보고서에서 우리나라는 미국 재무부의 판단 기준인 3가지 요건 ▲1년간 대(對)미 무역흑자 200억 달러 초과 ▲국내총생산(GDP)의 2%를 넘는 경상수지 흑자 ▲12개월 동안 GDP의 2%를 넘는 외환을 순매수하는 지속적·일방적인 외환 시장 개입 중에서 2개를 충족했다.

재무부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대미 무역흑자는 203억 달러다. 운송장비 등 대미 수출 확대 등으로 지난해 5월(180억 달러)보다 늘어났다. 경상수지 흑자는 지난해 5월(4.4%)보다 축소된 국내총생산(GDP)의 4.0%를 기록했다.

지난해 5월 환율보고서에서 우리나라는 재무부의 심층분석대상국 지정 요건 중 '경상수지 흑자' 기준 한 가지만 해당했다. 실제 지난해 대미 무역흑자 규모는 180억 달러 수준으로 낮았으며 달러 순매수 규모도 GDP 대비 0.2%에 그쳤다.

이에 따라 당시 미국 재무부는 "이번 관찰대상국으로 분류했으나 올해 10월(다음) 환율보고서에서도 심층분석대상국으로 지정할 수 있는 3개 요건 중 1가지 기준만 해당할 경우 관찰대상국에서 제외할 것"이라고 명시한 바 있다.

하지만 이번 무역흑자가 3억 달러를 초과하며 '환율관찰대상국'을 그대로 유지하게 됐다. 이와 관련해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해 10월 기자 간담회에서 "한국이 환율 관찰 대상국에서 제외되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고 예고하기도 했다.
[서울=뉴시스]미국과 중국이 1단계 무역합의에 서명하기 이틀 전인 13일(현지시간) 미 재무부가 중국을 환율조작국 지정에서 해제했다. (그래픽=안지혜 기자) hokma@newsis.com
[서울=뉴시스]미국과 중국이 1단계 무역합의에 서명하기 이틀 전인 13일(현지시간) 미 재무부가 중국을 환율조작국 지정에서 해제했다. (그래픽=안지혜 기자) [email protected]

환율관찰대상국 유지가 우리 금융시장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기재부 관계자는 "환율관찰대상국에서 제외되지 않은 게 우리 금융시장에 크게 문제가 되거나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이 우리나라의 외환정책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긍정적으로 바라본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미국은 이번 보고서에서 우리나라의 외환시장 개입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과 관련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우리나라는 반기별로 공개했던 외환시장 개입정보를 지난해 3분기부터는 분기별로 공개하기 시작했다.

미국이 중국을 심층분석대상국 지정을 해제하고 환율관찰대상국으로 완화한 점과 관련해서는 우리 금융시장에 긍정적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번 중국에 대한 심층분석대상국 해제는 미국과 중국의 1단계 무역 합의 서명 이틀 전에 이뤄졌다.

앞서 미국은 지난해 8월 이례적으로 환율보고서 없이 중국을 심층분석대상국으로 지정했다. 당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중국이 위안화 가치를 사상 최저 수준에 가까울 정도로 떨어트렸다"며 "이는 환율 조작이고 중대한 위반"이라고 비난하면서 양국 간 갈등이 고조됐다.

이번 환율보고서가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원만해지면서 대외 불확실성이 해소되고 있다는 긍정적인 신호로 작용한다는 분석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미국이 1차 무역 합의 서명을 앞두고 중국을 심층분석대상국에서 제외한 것은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며 "추가로 상황이 더 나빠지지 않는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우리나라에도 좋은 신호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중국의 심층분석대상국 해제는 글로벌 금융시장에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미국과 중국의 갈등으로 주식시장 폭락 등 변동성이 컸던 부분들이 이번 보고서 발표로 글로벌 리스크 요인이 완화되면서 국내 주식, 채권 등 주요 금융시장에도 긍정적인 영향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관련기사

button by close ad
button by close ad

이시간 뉴스

많이 본 기사

기사등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