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개별관광' 구상에 美대사 견제 '파장'…靑도 "부적절" 단호(종합2보)

기사등록 2020/01/17 18:00:24

美대사, '속도조절' 이어 北개별관광 제재 우려 발언 파문

"文 낙관론 고무적…제재 유발할 오해 피하려면 협의해야"

與 "내정간섭 같은 발언…한미 동맹에 도움 안 돼" 비판

통일부 "대북정책은 주권…개별관광, 대북제재 저촉 안돼"

이도훈 "남북협력사업 한미 긴밀히 협의…이제 시작"

靑 "美와 긴밀 협의…올해 적극 제재 면제 협상할 생각"

【서울=뉴시스】박미소 기자 = 해리 해리스 주한미국대사가 6일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 들어서고 있다. 2019.11.06.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박미소 기자 = 해리 해리스 주한미국대사가 6일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 들어서고 있다. 2019.11.06.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이국현 기자 = 해리 해리스 주한미대사가 남북관계 '속도조절론'에 이어 개별 관광의 대북 제재 위반 가능성을 거론하며 파장이 일파만파 확산됐다. 해리스 대사는 미국 정부의 공식 입장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지만 문재인 대통령의 남북 협력 구상에 견제구를 던진 것으로 해석되며, 청와대는 "부적절한 발언", 정치권에서는 "내정간섭"이라고 즉각 반발했다.

통일부도 "대북 정책은 대한민국의 주권"이라며 북한 개별 관광 추진 등 남북 교류와 협력 사업에 대한 의지를 재차 확인했다. 연초 잇따라 방미를 통해 문 대통령의 구상에 대한 이해를 구하고 있는 외교부는 미국과 충분한 협의를 통해 남북 협력을 진행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하며 상황 관리에 나섰다. 

◇해리스 대사 "제재 유발 오해 피하려면 워킹그룹 통해 논의해야"

발단은 해리스 대사의 '입'이었다. 해리스 대사는 지난 16일 외신기자 간담회에서 "향후 제재를 유발할 수 있는 오해를 피하기 위해서는 한미 워킹그룹을 통해 북한과의 협력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밝혔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해리스 대사는 공식 입장이 아니라고 밝히면서도 거침 없이 남북 협력 사업에 대한 우려를 내놓은 것이 도마에 올랐다.

해리스 대사는 북한 개별 관광 추진에 대해 "제재 아래서도 관광이 허용되지만 여행을 할 때 가져가는 것들 중 일부는 제재 하에 허용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문 대통령의 지속적 낙관주의는 고무적이다. 그의 낙관주의가 희망을 조성한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이에 따른 행동은 미국과의 협의 하에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해리스 대사는 지난 7일 KBS와 인터뷰에서 남북관계 '속도 조절론'을 언급해 논란이 됐다. 그는 문재인 대통령의 신년사에 대해 "남북 관계의 성공이나 진전과 더불어 비핵화를 향한 진전을 보기를 원한다. 그것이 중요한 조건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당시 통일부는 "한반도 문제 당사자는 한국"이라며 한 차례 반박한 바 있다.
[서울=뉴시스]김병문 기자 = 이상민 통일부 대변인이 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북한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5차 전원회의 결과 보도에 대한 논평 발표를 하고 있다. 2020.01.01. dadazon@newsis.com
[서울=뉴시스]김병문 기자 = 이상민 통일부 대변인이 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북한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5차 전원회의 결과 보도에 대한 논평 발표를 하고 있다. 2020.01.01. [email protected]

◇정치권 "내정간섭 같은 발언, 동맹에 도움 안돼" 쓴소리

집권 여당은 해리스 대사가 북한 개별관광 추진 구상에 제동을 걸었다는 해석을 내놓으며 공개적인 성토에 나섰다.

설훈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이날 확대간부회의에서 "해리스 대사가 제재의 잣대를 들이댄 데 대해 엄중한 유감의 뜻을 표명한다"며 "개별 관광은 제재 대상도 아니며, 내정간섭 같은 발언은 동맹 관계에도 도움이 안 된다"고 비판했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송영길 의원 역시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대사가 무슨 조선총독이냐. 대사로서 위치에 걸맞지 않는 과한 발언이 아닌가 생각한다"며 "개인의 의견인지 본부의 훈령을 받은 국무부의 공식 의견인지 구분이 잘 안 된다. 한미 우호를 바라는 양국 국민들에게 별로 도움이 안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통일부도 우회적으로 불쾌감을 드러냈다. 이상민 통일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해리스 대사의 발언에 정부 입장을 언급할 필요는 없다"면서도 "대북정책은 대한민국의 주권에 해당된다"고 논평했다. 특히 개별 관광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에 해당하지 않으며, 남북 협력과 민간 교류 확대 차원에서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대변인은 "관광 문제는 대북제재에 저촉되지 않고, 지금 관광이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여러 외국사람들이 북한을 관광 목적으로 방문을 하고 있다"며 "지금 이뤄지고 있는 관광에 대한 현실적인 검토를 바탕으로 다양한 방안을 모색해 나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천공항=뉴시스] 고범준 기자 =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한미 북핵 수석대표 협의를 위해 15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을 통해 미국 워싱턴으로 출국하기 전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2020.01.15.   bjko@newsis.com
[인천공항=뉴시스] 고범준 기자 =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한미 북핵 수석대표 협의를 위해 15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을 통해 미국 워싱턴으로 출국하기 전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2020.01.15.  [email protected]

◇비건 만난 이도훈 "남북 협력사업, 한미 긴밀 조율"

외교부는 남북 협력 사업 추진을 위해 미국과 사전 협의에 힘을 실고 있다. 이도훈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16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스티븐 비건 국무부 부장관과 올해 첫 한미 북핵 수석대표 협의를 가진 후 기자들과 만나 "남북 협력사업에 대해 한미가 협의를 긴밀히 조율키로 했다. 이제 시작인 것 같다"며 해리스 대사의 우려를 일축했다.
 
이 본부장은 북한 개별 관광에 대해선 "기본적으로 유엔 대북제재에 의해 규정돼 있는 것 아니다"면서도 "부차적으로 관광객이 뭘 들고 들어가는가에 소소한 문제가 걸릴 수 있어서 우리 쪽 전문가들이 잘 지켜봐서 오해가 생기지 않게 조정 가능할 것 같다"고 부연했다.

이 본부장은 한미 워킹그룹 등 협의 방식에 대해서는 "협의는 필요에 따라 여러 가지 형태로 할 수 있다. 전화할 수도 있고, 워킹 그룹을 열 수도 있고, 그때 그때 상황에 따라 하는 것"이라며 "분명히 말할 수 있는 것은 그 동안 효율적으로 유효하게 이뤄져 왔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강경화 외교부 장관 역시 미국에서 폼페이오 미 국무부 장관을 만나 문 대통령의 남북 협력 구상을 설명하며 이해를 구했다. 강 장관은 회담 직후 기자들과 만나 "남북 간에 중요한 합의가 있었고 그 중에서도 제재 문제가 되지 않는 부분이 있고, 예외를 인정받아 할 수 있는 사업들이 있다"며 "폼페이오 장관과 여러 가지 의견을 나눴고, 미측에서도 우리의 의지나 희망사항에 대해 충분히 이해를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다만 아직까지 미국이 한국의 구상에 대한 설명을 들었을 뿐 동의하는 수준은 아닌 것으로 관측된다. 외교부 당국자는 "장관 회담을 비롯해 각급에서 긴밀히 소통하면서 우리의 의지와 희망을 미측에 알려 왔다"며 "미국도 우리의 의지와 희망에 대해 이해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이도훈 본부장은 "미 국무부도 한국의 입장을 이해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기본적으로 미국은 우리가 주권국가로서 내리는 결정에 대해 존중한다는 입장"이라며 "존중의 기초 위에서 한미가 동맹으로서 열심히 같이 일하고 조율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밝혔다.
[서울=뉴시스]배훈식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2020 대통령 신년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0.01.14. dahora83@newsis.com
[서울=뉴시스]배훈식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2020 대통령 신년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0.01.14. [email protected]

◇靑 "미국과 긴밀하게 협의..적극적으로 제재 면제 협상"

문재인 대통령은 신년사와 새해 기자회견을 통해 북한 개별 관광, 스포츠 교류, 접경지역 교류 등 5대 남북 협력 사업을 제시했다. 지난 2017년에는 남북간 대화가 북미 대화로 이어지면서 모두 북미 대화 진전을 지켜봤지만 지난해 북미 대화가 교착 상태에 빠지며 남북 관계의 '후퇴'까지 염려되는 상황에 이르렀다는 판단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남북 간에도 이제 북미 대화만 바라보지 않겠다"며 남북 협력 증진을 위한 현실적인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날 오후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대사가 주재국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서 언론에 공개적으로 언급한 부분은 대단히 부적절하다고 생각한다"며 "정부는 남북관계의 실질적 진전과 조속한 북미대화를 위해서 지속적으로 노력해 나갈 것이다. 남북협력과 관련된 부분은 정부가 결정할 사안"이라고 일축했다.

특히 청와대는 우선적으로 북한 개별 관광을 꼽으며 미국과 협의하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은 전날 cbs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에 출연해 "개별 방문은 사실은 UN 대북제재에 들어가지 않는다"며 "UN의 대북제재, 미국의 단독 제재 모든 부분에서 미국과 아주 긴밀하게 협의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상당한 부분 제재 면제받은 것도 있고, 제재도 면제도 사유가 있다"며 "그  사유에 해당하는 것에 대해서는 올해 우리가 적극적으로 그런 제재 면제에 대한 협상을 할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미국의소리(VOA)에 따르면 16일(현지시간) 미 국무부 대변인실 관계자는 '남북이 북미보다 먼저 나갈 수도 있다'는 강경화 장관의 발언에 관한 논평 요청에 대해 "미국은 남북 협력을 지지하며 남북 협력이 반드시 비핵화의 진전과 보조를 맞춰(in lockstep with) 진행되도록 우리 동맹국인 한국과 조율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소리는 미 국무부가 최근까지 한국의 남북 경협 구상에 관해 대북 제재 이행과 속도 조절 필요성을 강조해 왔지만 남북 협력 지지 입장을 공개 거론해 주목된다고 지적했다. 특히 한국과 조율 중이라고 밝힌 것은 남북 협력 수위에 대한 북미 간 협의가 이뤄졌음을 시시한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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