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정문 열리자 수백명 인파 본관 앞까지 밀려와
심재철 "국회 주인은 국민인데 문 걸어 잠가" 규탄
황교안 "분노 감당 못해…여기 들어온 여러분 승리"
한국당·보수 지지자 "패트 반대", "좌파독재 막자"
한국당 빠졌지만…4시간째 태극기 휘날리며 함성
文의장 "특정 세력이 국회 유린…심각성 깨달아야"
[서울=뉴시스] 이승주 문광호 최서진 김남희 기자 = 자유한국당이 16일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법안 상정을 반대하며 국회 본관 앞에서 규탄대회를 시작했다. 그러자 국회 정문에서 이를 지지하는 보수성향 시민 수백 명이 몰려와 "패스트트랙 법안 반대"를 외치며 합류했다.
한국당은 이날 오전 11시께 자당 국회의원 및 당원들과 '공수처법 선거법 날치기 저지 규탄대회'를 개최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국회 사무처에서 정문을 걸어잠가 문 밖에 대기중이던 시민들이 안으로 들어오지 못했다.
그러나 이내 문이 열리자 보수를 지지한다는 시민들이 국회 본관 앞까지 밀려들어왔고, 이들은 한국당 의원들과 "문희상 국회의장 사퇴하라", "공수처·선거법, 2대 악법 반대" 등을 크게 외쳤다. 이 때문에 규탄대회는 예정보다 약 20분 늦게 시작했다.
심재철 원내대표는 규탄대회에서 "국회 주인은 국민이다. 주인이 내는 세금으로 움직이는 국회에 들어오겠다는데 국회 문을 걸어 잠그는 행동은 잘못됐다"며 "앞으로 이런 일 없도록 문희상 의장에게 강력하게 항의하겠다"고 말했다.
심 원내대표는 선거법과 관련 "국회 의석이라는 것이 국민 민심을 받아 정확히 대변할 일이지 어디 엿가락 흥정할 일인가"라며 "민주당의 '4+1 협의체'는 아무런 법적 근거도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렇게 많이 와준 시민들께 감사드린다"며 "한국당이 수적으로 부족하지만 여러분께서 도와주면 함께 싸워 이겨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황교안 대표는 "이 정부에 대한 분노를 감당할 수 없다"며 "우리 자유민주주의 정말 소중한 것이다. 우리가 피와 땀으로 지켜낸, 죽음을 각오하고 지켜낸 바로 그 자유다"라고 말했다.
황 대표가 "여러분 국회 들어올 때 자유롭게 왔나? 막혔죠? 오래 고생하셨죠?"라고 물으며 "도대체 말도 안되는 짓 한다고 이래저래 싸우느라 시간 걸렸다. 여러분께 미안하다. 하지만 여기 들어오신 여러분 이미 승리한 것이다"라고 하자 함성이 커졌다.
그는 "좌파독재가 아닌 자유민주주의 국가를 만들어야 한다"며 "저희가 앞장서겠다. 여러분 함께 해달라. 심판하자. 자유우파가 반드시 이기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미경 최고위원은 "황 대표는 매우 순한 사람이다. 이런 사람을 투사로 만든 이들은 누구인가. 아스팔트로 몰고 나간 이들은 누구인가. 문 대통령 맞나?"라며 "촛불로 세워진 정권은 반드시 촛불로 망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안상수 의원은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대해 "윤석열 검찰총장이 잘 하고 있는데 검찰개혁이란 이름으로 독재 연장하려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송석준 의원은 선거법에 대해 "국민 표를 쪼개 소수 정당에 기회를 줘서 한국을 혼란에 빠트리고 좌파 연합 정부를 만들어 북한 추종하는 신좌파 정부를 만들겠다는 것 아니겠나"라며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막아 대한민국을 지켜내자"라며 지지를 호소했다.
그러자 한국당 의원들과 보수 지지자 등 다수의 시민들이 "좌파독재 막아내고 자유민주주의 수호하자"는 구호를 연달아 외쳤다. 곳곳에서 북소리와 징소리가 울려퍼졌다.
참가 시민 중 일부는 국회 앞에서 선거법 통과를 촉구하는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 천막 주위를 포위하며 언성을 높이기도 했다.
규탄대회가 끝난 뒤 태극기와 성조기 등 깃발을 든 보수 시민 수백 명은 일렬로 서서 국회 주변을 둘러쌌다. 약 4시간이 지난 오후 3시30분께 국회 본관 앞에서 이미 한국당 의원 및 당원들은 빠졌지만, 시민들이 여전히 남아 북과 꽹과리를 울리며 함성을 질렀다. 이에 국회로 들어가는 모든 문들은 경찰들이 겹겹이 막아선 상태다.
후문 쪽에도 50여명이 태극기를 흔들며 "2대 악법을 반대한다"고 소리쳤다. 그 중 일부는 국회 진입을 시도하기도 했다.
이들에 대해 우리공화당측은 당의 공식적인 입장과는 관련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인지연 우리공화당 대변인은 뉴시스와 통화에서 "참가자가 우리 당원들이 맞는지 확인해 봐야 할 것 같다"며 "당원이 개인 자격으로는 참가할 수 있지만, 이번 참가가 당 차원에서 지시하거나 동원한 인원은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한 70대 시민은 뉴시스 기자에게 "어느 당에도 소속되지 않았다. 친구와 패스트트랙 저지를 위해 참가했을 뿐"이라며 "패스트트랙을 저지할 때까지 시위를 계속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문희상 국회의장은 "있어서도 안될 일이 급기야 벌어졌다"고 개탄했다.
문 의장이 "특정 세력의 지지자들이 국회를 유린하다시피 했다"며 "여야 모두 이번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아야 한다"고 말했다고 한민수 국회 대변인이 전했다.
또 "집권여당은 물론 제1야당 등 모두가 무거운 책임감으로 현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며 "상식과 이성을 갖고 협상에 나서주기를 의장으로서 강력히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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