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김래현 기자 = 실무를 담당하는 일선 검사들이 검찰을 떠나고 있다. 사건을 직접 조사하는 평검사와 부부장검사 수는 4년간 꾸준하게 감소했다. 지난 2020년 1406명에서 2021년 1385명, 2022년 1329명, 2023년 1291명으로 줄고 있다.
일선 검사 수와 달리 민생 범죄를 포함한 장기 미제 사건은 늘어나고 있다.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겠지만, 수사 검사 수가 감소한 영향도 작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전체 검찰 미제 사건 가운데 3개월을 넘긴 장기 미제 비율은 지난 2020년 11.8%, 2021년 13.6%, 2022년 17.8%에서 지난해 25.1%까지 올랐다.
검사들과 함께 현장에서 사라지고 있는 것은 사명감이라고 한다. 어떤 결과를 내놓든 조직은 늘 비난을 받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검찰 조직 해체까지 거론되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구성원들이 힘을 내기는 쉽지 않다. 정치 이슈를 두고 편가르기가 보편화되면서 검찰 불신이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기 때문이다.
뜻한 바가 있는 검사 지망생 수도 예전 같지 않다고 한다.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학생들 사이에서는 검찰을 거치지 않고 대형 로펌으로 직행하는 게 현명한 선택이라는 말이 나온다. 검사가 돼도 대의를 추구하기 어려운 만큼 돈이라도 많이 버는 게 낫다는 이유에서다.
최근 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수 의혹 처분에서도 검찰이 처한 상황을 엿볼 수 있었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불기소할 수밖에 없었던 근거를 1시간50여분에 걸쳐 설명했다. 그 과정에서 법률가의 양심을 강조하기도 했다. 법과 원칙을 따랐다는 당연한 설명을 반복해도 믿어주는 이가 드무니 양심까지 걸어야 하는 것이다.
검찰 바람과는 달리 당분간 논란은 수그러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즉시 항고하겠다는 고발인과 자신을 처벌해달라는 최재영 목사, 김 여사 특검법을 재추진하겠다는 정치권이 버티고 서 있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사법 리스크, 문재인 정권에서 불거진 의혹들에 관한 검찰 수사도 진행 중이다. 어쩌면 검찰이 또다시 양심을 걸어야 할 것만 같은 일들이다.
검찰이 공익의 대표자라는 제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게 견제하는 일은 중요하다. 불신과 논란으로 점철된 지금 상황은 검찰이 자초한 측면도 있다. 명품백 의혹에 있어서도 총장을 패싱한 김 여사 비공개 대면 조사, 검찰수사심의위원회(수심위) 회부 등으로 스스로 잡음을 키웠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수사 대상에 따라 과도하거나 미온적인 태도를 보였던 과거까지 돌아보면 좋지 않은 여론이 이해되기도 한다.
하지만 정치적 이슈를 검찰로 끌어와 '너는 누구 편이냐'고 묻는 일들이 반복되고, 그 결과를 비난하고, 예산과 조직 개편안 등을 쥐고 으름장을 놓는 패턴이 반복되는 일은 우려스럽다. 검사가 법률과 증거 외에 고려할 것이 많아지면 사건 처분이 늦어지거나 결과가 산으로 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사람이 떠나고, 의지가 꺾이고, 결국 범죄 대응 능력이 약해지는 검찰을 보며 웃을 사람이 누구인지 검찰과 정치권이 함께 고민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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