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첫 여야 합의 불발…법정 처리시한 8일 넘겨
3.4조 증액안 제시에 野 "특활비 증액 수용 불가"
예비비 2조4000억 삭감…대왕고래 예산 등 감액
[세종=뉴시스]김동현 기자 =
정기국회 마지막 날인 10일 2025년도 예산안이 확정됐다. 내년도 나라살림은 정부가 편성한 677조4000억원에서 총 4조1000억원을 감액한 673조3000억원 규모로 최종 편성됐다. 여야 합의 없이 예산안이 국회 문턱을 넘어선 것은 헌정 사상 처음이다.
정부와 여당은 막판 협상을 통해 야당의 삭감 예산안에서 '이재명표 예산'으로 불리는 지역화폐사업 등 일부를 증액하고 절반 이상 삭감된 예비비를 일부분 되살리는 방안을 제시했지만 최종 결렬됐다.
또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전날 우원식 국회의장을 만나 "여야 협의를 통한 내년도 예산안 처리가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하며 국회 본회의 상정을 늦춰달라는 의사를 우회적으로 전했지만 끝내 받아 들여지지 않았다.
기획재정부는 10일 국회 본회의에서 673조3000억원 규모의 '2025년 예산안 및 기금운용안'이 통과됐다고 밝혔다. 이번 예산안은 법정 예산처리 시한(12월2일)을 8일 넘겼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지난 2일 예산안을 국회 본회의에 상정하지 않고 약 일주일 가량 의견 수렴 또는 협상할 수 있는 기회를 줬지만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과 탄핵 정국으로 인해 여야는 제대로 된 협상을 실시하지 못했다.
10일 본회의가 처리되기 직전 정부와 여당은 예비비 1조5000억원, 유전개발 예산 500원 등 1조6000억원을 복원하고 지역사랑상품권 발행 예산 3000억원을 포함한 3조4000억원의 증액안을 제시했지만 야당이 받아들이지 않았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국회는 기재부 예산으로 올린 4조8000억원 규모의 예비비 중 2조4000억원을 감액했고 미래융복합경제교육 예산안 2억1500만원, 총액인건비 비대상 기본경비 1억5300만원 등을 감액했다.
대통령실 예산 중 특수활동비 82억5100만원은 전액 삭감됐다. 또 국정운영관리 예산 5000만원, 기본경비 1억원 등의 예산이 깍였다. 법무부는 특정업무경비 9억4200만원, 특수활동비 4억8200만원, 특정업무경비 45억3900만원 등이 감액됐다.
검찰 특활비 506억9100만원, 헌법재판소 특수활동비 15억1900만원, 국방부 병 인건비 645억원, 국방사이버보안 지원체계 구축 15억6500만원, 경찰청 특수활동비 31억6700만원, 감사원 특수활동비 60억원 등도 삭감됐다.
이외에도 산업통상자원부 동해 심해 가스전 예산 497억원, 금융위원회 청년도약계좌 출자금 260억원, 여성가족부 아이돌봄 지원사업 예산 384억원 등의 감액이 이뤄졌다.
이에 따라 총지출 규모는 정부가 당초 제시한 677조4000억원에서 673조3000억원으로 순감됐다. 총지출증가율은 올해 656조6000억원 대비 2.5% 증가했다. 이는 지난해 국가재정운용계획에서 발표한 4.2% 대비 2.7%p 감소한 수준이다.
문재인 정부 5년간 평균 총지출증가율이 8.7% 수준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3분의 1수준에 불과한데다 윤 정부 3년간 평균 총지출증가율인 3.7% 수준보다 1.2%p 낮게 편성된 것이 특징이다.
민주당 측은 내년도 예산안의 총 삭감액인 4조1000억원의 경우 최근 4개년(2019~2023년) 감액 총액 평균치 5조8000억원 대비 낮고 총 예산대비 0.6% 수준에 불과하고 증빙을 하지 못하는 특활비 감액에 집중했다는 입장이다.
특히 지난해 편성된 예비비 4조6000억원 중 실제 집행된 금액은 1조3091억원에 불과하다는 점도 민주당의 감액 근거가 됐다. 집행률이 30%가 되지 않는 것을 고려할 때 예비비 절반 삭감은 당연한 수순이라는 입장이다.
반면 정부는 감액안의 문제점으로 ▲경제 리스크 가중 ▲산업 경쟁력 골든타임 실기 ▲민생·지역경제 지원 계획 차질 등을 꼽았다. 예비비 대폭 감액으로 국제정세 불확실성과 재해대책 등에 대처능력이 크게 떨어질 수 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약자복지 ▲경제활력 확산 ▲미래 도약을 위한 체질개선 ▲안전한 사회·글로벌 중추 외교 등 4가지 정책 분야 예산이 대부분 그대로 통과됐다는 점이다.
앞서 정부는 약자복지를 위해 기초생활보장을 강화하고 노인·장애인·취약아동 맞춤형 보호, 일자리를 통한 취약계층 도약 지원, 교육·주거 사다리 구축 및 문화격차 해소를 위해 예산을 집중 투입했다.
또 경제활력을 위해선 소상공인 전주기 맞춤형 지원, 농어민 소득 확충 및 농수산물 물가 안정, 선도형 연구개발(R&D) 개혁과 첨단 산업 육성, 수출모멘텀 확산과 중소·벤처기업 스케일업에 관련 예산을 배정했다.
이외에도 저출생에 대응하기 위해 일가정양립·돌봄·주거지원을 강화하고 필수의료 확충 및 지역의료 복원으로 복지를 두텁게 만들고 전기차 화재 방지를 위해 스마트제어 충전기 확대 사업 등의 예산을 편성한 바 있다.
정부 관계자는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할 경우 내년도 경제에서 어떤 일이 발생할 지 예단할 수 없는데 야당이 일방적으로 예비비를 대폭 삭감한 것은 문제가 있다"며 "정부의 재해 대응력과 대내외 경제 대응력이 약화될 수 있어 우려스럽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