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500여명 감축했지만…전공의·의대생 요지부동
"돌아올 가능성 희박해, 수험생·학부모 혼란만 가중"
[서울=뉴시스] 구무서 기자 = 2025학년도 대학 입학 수시 전형 모집 마감을 앞두고 의료계에서는 정시로 이월을 제한해야 한다는 분위기이지만, 정작 이를 통해 전공의나 의대생들이 돌아올 가능성이 낮아 실익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24일 교육부와 입시업계 등에 따르면 지난 13일 발표된 수시 전형 합격자들은 18일까지 등록을 마쳤다. 중복 합격 등으로 등록을 하지 않은 인원에 대해서는 추가 합격 발표가 이어지고 추가 합격 통보는 26일까지, 등록 마감은 27일까지다.
2025학년도 정원 원점 재검토, 2026학년도 의대 모집 정지 등을 요구하는 의료계에서는 이미 2025학년도 입시 일정이 상당 부분 진행된 점을 고려해 수시에서 정시로 이월되는 인원이라도 뽑지 않는 방안을 제안하고 있다.
수시는 총 6번을 지원할 수 있는데, 여러 대학에 중복 합격해도 1개 대학에만 등록하고 다른 대학 등록은 포기해야 하기 때문에 수시에서 충원되지 않은 인원이 발생할 수 있다.
실제로 지난 22일 종로학원이 학교 홈페이지에 수시 최초 합격자 등록 여부를 공개한 10개 의대를 분석한 결과, 641명 모집에 392명만 등록해 38.8%인 249명은 등록하지 않았다. 올해는 의대 증원 영향으로 지난해보다 의대 합격자 중 미등록 인원이 87명 더 늘었다.
지난 1일부터 잠정 휴지기에 들어간 여야의정협의체에서도 의료계 참가 단체에서는 ▲수시에서 정시 이월 중단 ▲예비 합격자 번호 축소 ▲불합격 등 학교별·의대별 자율권 부여 등을 제안한 바 있다.
문제는 의료계 요구대로 수시 미충원 인원을 정시로 이월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현재 최대 쟁점인 전공의와 의대생이 돌아올지가 미지수라는 점이다.
이미 정부는 국립대 총장들의 건의를 받아 2025학년도 정원 증가분에 한해 50~100% 사이로 자율 모집하도록 한 바 있다. 이를 통해 당초 증원 계획이었던 2000명보다 4분의1에 해당하는 약 500명을 줄였다.
그럼에도 211개 수련병원의 전공의 전체 출근율은 지난 20일 기준 8.7%에 그치고 있다. 의대생들도 교육부 집계에 따르면 지난 11월21일까지 40개 의대 재적생 1만9410명 중 59.7%인 1만1584명이 복귀 대신 휴학을 선택했다. 나머지 40.3% 역시 대체로 복귀보다는 휴학 승인을 기다리는 것으로 교육부는 보고 있다.
지난해 수시에서 의대 합격 후 미등록 인원은 33명인데, 올해 의대 증원으로 2배가 증가한다고 해도 66명, 3배가 늘어도 99명이다. 지금 같은 상황에 100명 남짓한 정원을 뽑지 않는다고 전공의와 의대생이 돌아올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게 중론이다. 이미 전공의들은 7대 요구 사항에 의대 증원 계획 전면 백지화를 가장 앞에 뒀다.
수시 미충원 인원을 정시로 이월하지 않을 경우 법령에 저촉되는 문제도 발생한다. 교육부는 고등교육법 제34조의5와 고등교육법 시행령 제33조에 따른 대입 사전예고제에 따라 미충원 인원을 이월하지 않는 건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도 지난 18일 국회 교육위원회 현안질의에서 "법령, 법규에서 어떻게 할 수 없는 부분"이라며 "예외적인 것이 천재지변 같은 사항인데, 의대 정원 변동을 천재지변으로 볼 수는 없기 때문에 못 박혀 있는 숫자를 바꾸는 것은 법령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송기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보건의료위원장은 "수시 미충원 인원을 정시로 이월하지 않는다고 해서 전공의나 의대생이 돌아올 가능성은 희박하다"며 "오히려 수험생과 학부모들의 혼란만 가중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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