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보다 더 힘들어 물가부터 잡아달라"…상인들, 새 정부에 당부

기사등록 2025/06/04 15:03:09

최종수정 2025/06/04 17:02:23

李 빚 탕감·지역화폐 확대 공약에 소상공인들 기대·회의 교차

"채무탕감·상품권 반갑지만 물가·인건비가 더 시급"

[서울=뉴시스]김지윤 인턴기자=4일 오전 서울 광진구 중곡제일시장에서 상인들이 대화를 하고 있는 모습.2025.06.04
[서울=뉴시스]김지윤 인턴기자=4일 오전 서울 광진구 중곡제일시장에서 상인들이 대화를 하고 있는 모습.2025.06.04

[서울=뉴시스]최은수 기자, 김지윤 인턴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당선되며 소상공인 채무 탕감과 지역화폐 확대 등 자영업자 지원 공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일선 상인들은 소비에 민감한 영향을 주는 물가부터 잡아달라고 호소했다. 상인들은 가장 큰 어려움으로 '물가 상승'을 지목하며 물가 안정과 실효성 있는 지원책을 새 정부의 시급한 과제로 꼽았다.

4일 오전 찾은 서울 광진구 중곡제일시장. 이곳에서 30년째 반찬가게를 운영 중인 박순희(65·여)씨는 "지금 다들 힘들어서 그렇지, 문 닫은 데가 너무 많다. 경기가 살아야만이 나라가 살고 모두 산다"며 경기 부양에 가장 큰 기대를 걸었다.

정부가 지역화폐나 온누리상품권을 더 푼다는 계획에 대해서는 "요즘도 지원금 받아 쓰시는 분들이 많다. 상품권을 풀면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어 그는 "물가가 너무 많이 올라 힘들다. LPG 가스비나 세금 부담도 크다"며 "채무 탕감은 숨 좀 쉴 수 있게 해줄 수 있다"고 했다.

반면 같은 시장에서 건어물 가게를 운영하는 60대 여성 A씨는 "지원금도 별로 효과 없었고, 온누리상품권은 현금과 다를 바 없다"며 회의적이었다. 그는 "물가가 안정돼야 재래시장도 살아난다. 수입 건어물 가격이 너무 올라 아예 들여오지도 못한다"고 말했다. 복지 공약에 대해선 "1인 가게는 폐쇄회로(CC)TV라도 지원되면 좋겠다"고 했다.

상인 박행복(66·여)씨는 "김문수 후보를 지지했지만 새 대통령이 잘해주길 바란다"며 "인건비랑 식자재값이 가장 부담된다"고 했다. 지역화폐 확대는 긍정적으로 평가했지만, 빚 탕감에 대해선 "혼자 일하며 빚 안 지고 버텨온 사람도 있다. 누구는 계산기만 두드리고 빚 탕감 받는 건 불공평하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김지윤 인턴기자=4일 오후 서울 광진구 건대입구역 인근 '건대맛의거리'에 위치한 한 공실 점포에 임대문의 안내문이 붙어 있다. 2025.06.04.
[서울=뉴시스]김지윤 인턴기자=4일 오후 서울 광진구 건대입구역 인근 '건대맛의거리'에 위치한 한 공실 점포에 임대문의 안내문이 붙어 있다. 2025.06.04.

최근 상권 침체를 겪고 있는 건대입구 인근 먹자골목도 분위기는 다르지 않았다. 의류매장을 운영하는 B(42)씨는 "장사 6년째인데 지금이 제일 힘들다. 코로나 때보다도 안 좋다. 소비심리가 많이 죽었다. 주변 식당들도 월요일마다 다 쉰다"고 했다.

이어 그는 "가격은 억제하려고 해도 한계가 있다. 떼오는 옷값이 너무 올라서 어쩔 수 없다"며 "임대료와 인건비가 모두 부담이다. 최저임금도 계속 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온누리상품권에 대해서는 "코로나 때도 효과가 너무 한시적이었다. 잠깐 매출 오르고 다시 안 좋아졌다"라고 했다.

자영업자들이 느끼는 경영 위기는 통계로도 드러난다. 한국신용데이터(KCD)가 지난 3월 발표한 '2025년 1분기 소상공인 동향'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기준 개인사업자의 대출 잔액은 719조원으로 전년 대비 15조원 늘었다. 같은 기간 도소매업·숙박음식점업 등 자영업 주요 업종의 평균 매출은 7.3% 줄었고, 수도권 대형 상권의 일평균 유동인구도 1.4% 감소했다.

이날 임기를 시작한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기간 내내 자영업자 회복 정책을 핵심 공약으로 내세웠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소비 침체와 비용 압박에 시달리는 영세 자영업자들의 고충을 완화하고, 지역 기반 경제의 회복을 촉진하겠다는 취지다.

더불어민주당 공약집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을 위한 핵심 과제로 ▲코로나19로 인한 피해 누적 채무의 탕감 및 유예 조치 ▲지역화폐 및 온누리상품권의 발행 규모 확대를 통한 전통시장 활성화 ▲급등하는 원자재비, 임대료, 플랫폼 수수료 등 고정비 절감을 위한 지원책 마련 ▲1인 점포 여성 상인을 포함한 영세 사업자 대상 복지·안전망 강화 등을 제시했다.

소상공인 단체들은 관련 대책을 조속히 추진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이날 논평을 내고 "소상공인 긴급경영안정자금 지급과 채무조정 등 대책이 새 정부 추경안에 반영돼야 한다"고 밝혔다.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도 성명을 통해 "추경의 핵심은 소멸성 지역화폐 형태의 긴급민생회복지원금과 3조원 규모의 지역사랑상품권 지원 예산이 포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자영업자 지원책이 효과를 거두려면 실효성 있는 정책 설계와 실행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물가가 전반적으로 오르고 있지만 매출은 늘지 않아 비용 부담이 큰 상황"이라며 "방향 자체는 민생 살리기에 필요하지만, 정책 실효성을 높이려면 구체적 기준과 맞춤형 설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자영업자 채무 조정과 관련해선 "단순히 일괄적인 탕감이 아니라 코로나 시기 정책금융 등을 통해 채무가 누적된 구조적 피해자에 한해 정리가 필요하다"며 "향후 기준이 얼마나 엄격하게 마련되느냐가 형평성 논란을 가를 핵심"이라고 했다.

이어 이 교수는 "지금처럼 상권이 무너진 지역 경제 상황에선 지역화폐의 실효성을 높이는 방식으로 지역 기반 소비를 살릴 필요가 있다"며 "실태조사에 근거한 선별적이고 맞춤형 지원 정책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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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보다 더 힘들어 물가부터 잡아달라"…상인들, 새 정부에 당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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