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측 "'긴장고조 공격적 美 동맹 탓' 합의"
北발표 공보문엔 빠져…메시지 조절한듯
'핵 인정' 안돼 北실익 적을듯…막판 주목
![[하노이=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연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나겠다는 의사를 밝히는 가운데, 북한은 최선희 외무상을 러시아로 보내 북러간 결속을 다지고 있다. 다만 북한은 미국과 정면으로 각을 세우는 메시지를 자국 내 보도에서는 제외함으로써 수위를 조절하고 있어, 북미 회동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는 관측도 나온다. 사진은 2019년 2월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트럼프 대통령(앞줄 오른쪽)과 김 위원장이 만난 모습. 2025.10.28.](https://img1.newsis.com/2019/02/28/NISI20190228_0014945625_web.jpg?rnd=20190228145354)
[하노이=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연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나겠다는 의사를 밝히는 가운데, 북한은 최선희 외무상을 러시아로 보내 북러간 결속을 다지고 있다. 다만 북한은 미국과 정면으로 각을 세우는 메시지를 자국 내 보도에서는 제외함으로써 수위를 조절하고 있어, 북미 회동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는 관측도 나온다. 사진은 2019년 2월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트럼프 대통령(앞줄 오른쪽)과 김 위원장이 만난 모습. 2025.10.28.
[서울=뉴시스] 김승민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연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나겠다는 의사를 밝히는 가운데, 북한은 최선희 외무상을 러시아로 보내 북러간 결속을 다지고 있다.
다만 북한은 미국과 정면으로 각을 세우는 메시지를 자국 내 보도에서는 제외함으로써 수위를 조절하고 있어, 북미 회동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는 관측도 나온다.
러시아 외무부는 27일(현지 시간) 설명자료를 통해 "양국 장관은 (2024년 6월) 평양 정상회담 이후 양 정상이 서명한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 조약'을 이행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재확인했다"고 했다.
외무부는 특히 미국을 겨냥해 "양국 장관은 한반도, 동북아시아와 전 세계의 긴장 고조의 주된 원인이 '미국과 동맹국의 공격적 행동(aggressive actions)'이라는 공통된 인식을 표명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러시아는 북한 지도부가 국가 주권을 수호하고 국가 안보를 보장하기 위해 취한 조치들에 대해 전적인 지지를 표했다"고 덧붙였다. '주권 수호 조치'는 핵무기 개발을 가리킨다.
북한 전문 매체 NK뉴스는 이날 러시아 발표에 대해 "북한과 러시아가 트럼프 대통령 방한을 앞두고 한반도 긴장 책임을 미국에 돌리며 관계를 다졌다"고 평가했다.
다만 북한 측 발표에는 미국을 겨냥하는 메시지가 빠져 있다.
북한 대외매체 조선중앙통신이 28일 보도한 공보문에 따르면 양측은 "국가수반들 사이에 이룩된 최고위급 합의의 이행결과와 양국 사이의 고위급 왕래 및 다방면적인 협력계획, 두 나라의 관심사로 되는 주요 국제현안들과 관련한 외교적 조정"에 관한 "건설적이며 유익한 전략적 의사소통"을 했다.
미국을 직접적으로 비판한 러시아 측 발표와 비교하면 다소 원론적 설명이다. 조선중앙통신은 최 외무상의 푸틴 대통령 예방도 "조로(북러)관계를 부단히 강화발전시켜나가기 위한 앞으로의 많은 사업들과 관련한 훌륭한 담화"를 나눴다고만 보도하고 구체적으로 전하지는 않았다.
NK뉴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의 회담을 공개적으로 요청하고 평양이 아직 답을 내놓지 않은 상황에서 보도 생략이 이뤄졌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29일 방한할 예정인 트럼프 대통령은 연일 김 위원장과의 회동을 희망한다는 메시지를 내고 있다.
그는 24일 아시아 순방길에 오르면서 "나는 그들(북한)이 일종의 핵보유국(Nuclear Power)이라고 생각한다. 그들은 많은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을 정식 핵보유국으로 인정한다는 것인지 진의가 불분명한 발언이지만, 김 위원장이 대화 재개의 조건으로 내건 '비핵화 포기'를 고려한 파격적 대화 제의라는 해석이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27일에도 "그(김 위원장)가 만나고 싶어한다면 나는 한국에 있을 것"이라며 회동 의사를 재차 피력했다. 순방 일정 연장까지 검토할 수 있다고도 강조했다.
심지어 북한의 회동 수용을 이끌어낼 방법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우선 제재가 상당히 큰 무기"라며 대북 제재 일부 해제 가능성까지 시사했다.
![[모스크바=AP/뉴시스] 최선희(오른쪽) 북한 외무상이 27일(현지 시간) 러시아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예방하고 회담 전 악수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북러 관계가 계획대로 발전하고 있다고 말하며 김정은 위원장에게 안부를 전했다. 2025.10.28.](https://img1.newsis.com/2025/10/27/NISI20251027_0000748416_web.jpg?rnd=20251028074945)
[모스크바=AP/뉴시스] 최선희(오른쪽) 북한 외무상이 27일(현지 시간) 러시아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예방하고 회담 전 악수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북러 관계가 계획대로 발전하고 있다고 말하며 김정은 위원장에게 안부를 전했다. 2025.10.28.
일단 북한은 러시아와 결속을 강화하면서 트럼프 대통령과 거리를 두는 모양새다.
미국 국무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핵보유국' 발언과 무관하게 북한 비핵화를 계속 추진한다는 입장으로 알려졌다.
우크라이나 전쟁 파병을 통해 이미 외교적 활로를 찾은 김 위원장으로서는, '비핵화 포기' 요구가 충족되지 않은 상황에서 미국과의 회동에 응할 실익이 적다고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물리적으로도 트럼프 대통령의 '핵보유국' 발언 이후인 26일 최 외무상의 러시아·벨라루스 방문 계획이 발표되면서 APEC 정상회의 계기의 북미 회동 성사 가능성은 낮아졌다는 관측이 많다.
김 위원장의 외교 최고 참모이자 2018~2019년 북미 접촉 당시 창구였던 최 외무상이 트럼프 대통령 방한 직전 수일간 자리를 비우는 것이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 종전 무산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재집권 후 첫 대러시아 제재를 단행하면서 미러 관계도 급격히 악화된 상황이다.
북한은 다만 트럼프 대통령 움직임도 주시 중인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적 특성상 회동이 전격 성사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지난 2018년 6월 싱가포르 센토사, 2019년 2월 베트남 하노이, 2019년 6월 판문점에서 세 차례 만났다.
이 중 판문점 회동은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차 일본을 찾은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 제안에 김 위원장이 호응하면서 불과 32시간 만에 성사됐다.
양국간 논의가 급물살을 탈 경우 최 외무상이 벨라루스 일정을 취소하고 귀국할 수도 있고, 재회 자체에 의의를 두는 약식 회담이 될 경우 아예 외무상 없이 추진할 가능성도 있다.
우리 정부는 북미 회동 성사 가능성이 높지 않다면서도 만일의 상황에 대비한다는 입장이다.
오현주 국가안보실 제3차장은 27일 외신기자클럽 초청 간담회에서 "대통령실이 봤을 때는 매우 가능성이 낮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북한이 우리가 기대하는 수준으로 행동하면 가능성이 있다"며 "2019년에도 30시간 만에 이뤄졌다고 하는데, 만약 그런 상황이 오면 저희도 그 시간 안에 내부적으로 준비할 수 있는 역량이 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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