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이란 대사 "미사일은 美·이스라엘 막는 억지력…사거리 협상 불가"

기사등록 2026/02/02 19:24:19

최종수정 2026/02/02 21:23:08

사이드 쿠제치 대사 인터뷰 "핵 협상은 즉시 가능"

"대비 태세가 전쟁 억제…美회담, 신뢰 구축 필요"

"NPT 무시 핵개발은 이스라엘"…이중 잣대 비판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사이드 쿠제치 주한 이란 대사가 2일 서울 용산구 주한 이란 이슬람 공화국 대사관에서 뉴시스와 인터뷰 하고 있다. 2026.02.02. bluesoda@newsis.com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사이드 쿠제치 주한 이란 대사가 2일 서울 용산구 주한 이란 이슬람 공화국 대사관에서 뉴시스와 인터뷰 하고 있다. 2026.02.02.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김승민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이란 측에 요구한 탄도미사일 사거리 제한과 관련, 사이드 쿠제치 주(駐)한국 이란대사는 자국 미사일 전력이 미국·이스라엘을 억지해 중동 전쟁을 막고 있다며 이를 수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쿠제치 대사는 2일 서울 용산구 주한 이란대사관에서 진행한 뉴시스와의 인터뷰에서 "지난해 6월 미국과 이스라엘 정권이 12일간 이란을 공격했을 때, 이란의 미사일 반격이 없었다면 그들이 휴전을 요청했겠나"라고 되물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미사일 전력은 이란의 주권과 중동 지역의 안보를 지키는 역량"이라며 "미사일 (사거리) 제한과 관련된 협상은 전혀 불가능하다"고 못박았다.

이어 "우리는 전쟁을 원하지 않지만 준비는 돼 있다"며 "대비 태세를 갖추는 것 자체가 전쟁 억제 수단이다. (전쟁 발발시) 모든 역량을 통해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라늄 농축 중단 요구에 대해서는 "전제 조건을 거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는 것"이라면서도 핵확산금지조약(NPT) 체제와 2015년 체결된 포괄적공동행동계획(JCPOA)에 입각한 협상을 즉각 시작할 수 있다고 밝혔다.

나아가 실질적 핵 위협국은 이란이 아니라 이스라엘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어떤 국가는 NPT에도 가입하지 않고 국제원자력기구(IAEA) 회원국도 아니면서 핵탄두를 수백기 보유해 중동에 위협이 되고 있다"고 날을 세웠다.

반정부 시위가 촉발된 원인인 경제난에 대해서는 "모든 문제의 근본 원인은 이란에 가해진 제재와 경제적 압박"이라며 "(미국의) 제재는 사회 불만을 고조시켜 테러를 시도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다음은 쿠제치 대사와의 일문일답.

-미국이 ▲우라늄 농축 제한 및 농축 우라늄 폐기 ▲탄도미사일 사거리 제한 ▲하마스·헤즈볼라 등 '대리 세력'과의 관계 단절 세 가지를 요구했다. 그에 대한 입장은.

"협상 전에 전제 조건을 거는 것 자체가 협상 의지가 부족하다는 신호다. 특히 미국이 제시하는 모든 전제 조건은 이스라엘의 요구와 정확히 일치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사실상 이스라엘 입장을 반복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란은 NPT의 책임 있는 회원국으로서, 이 조약을 가장 먼저 지지하고 성실히 이행해 온 국가 중 하나다. 평화적 목적을 위한 핵 에너지 이용은 모든 NPT 회원국이 동등하게 누려야 할 권리이다. 이란은 어떠한 차별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란은 이러한 원칙에 따라 협상을 위한 전제 조건이나 일방적인 요구를 명확히 거부해왔다. 이란의 분명한 입장은 핵무기를 추구하지도, 필요로 하지도 않는다는 것이다."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사이드 쿠제치 주한 이란 대사가 2일 서울 용산구 주한 이란 이슬람 공화국 대사관에서 뉴시스와 인터뷰 하고 있다. 2026.02.02. bluesoda@newsis.com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사이드 쿠제치 주한 이란 대사가 2일 서울 용산구 주한 이란 이슬람 공화국 대사관에서 뉴시스와 인터뷰 하고 있다. 2026.02.02. [email protected]

-아바스 아라그치 외무장관은 핵 협상에 대해 '짧은 시간 안에 충분히 가능하다'고 낙관했는데, 작년 핵 협상과 달리 타결될 수 있다고 보는 근거가 있는가?

"이란 핵 문제는 상호간 선의만 있다면 충분히 해결 가능하다. 2015년 5+1(미국·영국·프랑스·중국·러시아+독일)과 체결된 핵 합의(JCPOA) 이후 미국이 일방적으로 탈퇴할 때까지, IAEA는 15차례 보고서를 통해 이란 핵 프로그램이 전적으로 평화적이며 어떤 일탈도 없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이란은 미국의 JCPOA 탈퇴 후에도 1년간 합의를 준수했지만, 그 이상 지킬 의무는 없다고 판단해 협상력 확보 차원에서 60% 수준의 우라늄 농축을 하고 있다. 이를 IAEA에 공식 통보했으며, IAEA 사찰단의 부셰르 원자력발전소 방문을 허용했다. 다만 (미국) 폭격이 이뤄진 곳(핵 시설)에 대해서는 허용하지 않았다. 첩보 활동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아라그치 장관은 튀르키예 등 역내 국가들과의 협의를 통해 이뤄지고 있는 중재 노력의 성과에 낙관적인 입장이다. 다만 신뢰 구축이 먼저다. 지난해 6월 협상 진행 중에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격했다. 당시 미국의 태도는 기만이었다고 생각한다."

-미사일 사거리 제한을 수용할 수 없는 이유는 무엇인가.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가 언급한 '역내 전쟁(regional war)'은 무슨 뜻인가?

"미사일은 방어·억지용이다. 미국 등 외국의 군사 기지들이 밀집해 있는 중동 지역의 현실적인 안보 환경에 대한 자연스러운 대응이자 이란 억지력의 핵심 축이다.

지난해 미국과 이스라엘이 12일간 공동 공격을 감행했을 때, 만약 이란의 미사일 대응 역량이 없었다면 그들이 과연 휴전을 요구했을까? 그들의 원래 (공격) 목표는 실제 결과보다 훨씬 광범위했다.

따라서 이란은 미사일 문제에 대해 어떠한 협상도 할 준비가 돼있지 않다. 이 사안을 협상 의제로 올리는 것 자체를 허용하지 않을 것이다.

미국은 중동 역내에 군사 기지를 다수 보유하고 있다. (이란에 대한) 군사작전을 수행할 경우 주둔국 의사와 관계 없이 역내 기지들을 사용할 것이다. 미국은 기지를 자국 영토로 간주하며, 트럼프 대통령은 주둔국 주권을 거의 존중하지 않고 있다.

이란은 전쟁을 원하지 않지만 최고 수준의 대비 태세를 유지하고 있다. 대비태세를 갖추는 것 자체가 전쟁을 억제하는 수단이다. 가능한 모든 역량을 동원해 대응에 나설 것임을 분명히 한다."

-이란의 핵심 위협은 이스라엘인가.

"중동에는 NPT에 가입하지 않고 IAEA 감시도 받지 않으면서 수백 기의 핵탄두를 보유한 체제가 있다. 이것은 지역 내 안보에 실질적인 위협이다. 이스라엘 정권은 현재까지도 핵 프로그램을 비밀리에, 국제사회의 어떤 감시나 책임도 받지 않은 채 추진하고 있다. 일부 (이스라엘) 고위 당국자들은 핵무기를 가자 사태 종식에 쓸 수도 있다고 수차례 공개 언급했다.

이스라엘 정권, 특히 베냐민 네타냐후(총리)에게 이란과 미국의 합의는 악몽과 같을 것이다. 그는 투명하고 공정하며 건설적인 미-이란 합의가 성사되지 않도록 지속적으로 방해해 왔다. 네타냐후는 이란과 미국이 합의에 도달하는 것을 여전히 두려워하고 있으며, 중동의 긴장을 지속시키면서 이란에 대한 압박을 유지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기 재임 시기에 이어 지금도 미국 내 친(親)이스라엘 로비스트와 네타냐후의 영향을 크게 받고 있다."

-대규모 반정부 시위를 촉발시킨 경제난을 해소할 대책이 있는가.

"시위 발생 며칠 후 대통령이 각 업종 대표를 만나 논의를 진행했다. 이에 따라 중앙은행 환율 정책을 일부 변경했다. 일부 수입업자에게 지급하던 보조금을 중단하고, 그 혜택이 소비자에게 직접 돌아가도록 하는 방향으로 조정했다.

모든 문제의 근본 원인은 이란에 가해진 제재와 경제적 압박에 있다. 미국은 일부 유럽 동맹국들과 공조해 혁명 이후 가장 강도 높고 광범위하며 전면적인 경제 제재를 이란에 가해왔다. 그로 인한 가장 큰 피해자는 이란 국민들이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은 다보스포럼에서 제재의 목적은 이란 경제를 더 압박해 붕괴시키기 위한 것이라는 점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제재를 통해 사회 불만을 고조시켜 테러 행위가 이어지도록 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고 이란은 보고 있다. 국내 불만을 조성해 이를 토대로 외부 개입을 정당화하려는 환경을 만들려는 것이다."

-상황이 안정될 때 한국-이란 양국간 협력 강화 구상은.

"이란과 한국은 상호 보완적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이란은 세계 최대 수준의 탄화수소 에너지 자원을 보유하고 있으며, 석유와 가스 매장량을 합산하면 통계상 가장 풍부한 화석 연료 자원을 가진 국가다. 인프라 분야 투자 협력 측면에서도 양국 간 잠재력이 크며, 한국 기업들은 이란에서 신뢰와 좋은 실적을 쌓아왔다.

그러나 미국이 자국 국내법을 타국 경제 활동에까지 적용하는 제재를 가하면서 지난 수년간 양국 기업들은 충분히 협력하지 못했다. 이란은 가능한 한 조속히 양국 간 정상적인 경제 관계가 회복되기를 기대한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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