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총파업 초읽기…"대화로 풀자"던 정부서도 '긴급조정' 기류 확산

기사등록 2026/05/16 12:00:00

산업부 장관, 삼전 파업에 "긴급조정권 불가피" 발언

민주노총 출신 노동부 장관 "대화로 문제 해결이 우선"

청와대 "긴급조정권 검토 단계 아냐…산업부 장관 할말 했다"

[평택=뉴시스] 김근수 기자 = 삼성전자노동조합 공동투쟁본부 조합원들이 23일 오후 경기 평택시 삼성전자 평택사업장 앞에서 열린 투쟁결의대회에 참석해 있다. 2026.04.23. ks@newsis.com
[평택=뉴시스] 김근수 기자 = 삼성전자노동조합 공동투쟁본부 조합원들이 23일 오후 경기 평택시 삼성전자 평택사업장 앞에서 열린 투쟁결의대회에 참석해 있다. 2026.04.23.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남주현 기자 = 삼성전자 노사 협상이 접점을 찾지 못한 채 장기 대치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정부 내에서 긴급조정권 발동 가능성을 둘러싼 기류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그동안 정부는 자율적 노사 협상을 통한 해결에 무게를 두며 신중한 태도를 유지해왔다.

하지만 노조가 교섭 중단과 파업 강행 의지를 공식화하면서 정부 안팎에서는 긴급조정권 발동이 불가피하다는 분위기가 힘을 얻고 있다.

16일 재계에 따르면 고용노동부는 삼성전자 노조 파업이 현실화할 경우 긴급조정권 발동이 가능한지 법적 요건 등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긴급조정권은 쟁의행위가 국민경제를 현저히 해칠 우려가 있을 때 고용노동부 장관이 중앙노동위원회 위원장의 의견을 들어 발동하는 예외적 조치다.

그동안 청와대와 고용노동부는 삼성전자 총파업 우려 속에서도 노사 간 대화를 통한 자율 해결을 우선시했다.

민주노총 위원장 출신인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도 지난 14일 뉴시스와 만나 “어떤 식으로든 반드시 대화로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이라며 중재 의지를 나타냈다.

하지만 정부 분위기 변화의 계기는 같은 날 저녁 나온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의 발언으로 해석된다.

김 장관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노사가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총파업에 돌입한다면 산업부 장관으로서 긴급 조정도 불가피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삼성전자 공정이 중단될 경우 100조원의 천문학적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며 “경쟁력을 상실하는 순간 생존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긴급조정권 최종 결정권은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있지만, 반도체 산업을 담당하는 주무 부처 장관이 공개적으로 긴급조정 가능성을 언급했다는 점에서 정부 내부 공감대가 일정 부분 형성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정부의 위기감이 커진 배경에는 노조의 강경 기조가 자리하고 있다.

사후 조정이 성과 없이 종료된 뒤 지난 15일 오전 사측은 조건 없는 대화를 제안하며 추가 협상 의사를 전달했다.

하지만 노조는 “6월7일 이후 협의할 의사가 있다”며 사실상 21일 파업 강행 방침을 유지했다.

이에 전영현 부회장 등 반도체 사장단은 평택 사업장을 찾아 노조와 직접 만나 교섭 재개 의사를 전달했지만, 노조는 성과급 제도화와 투명화, 상한 폐지 등 기존 요구를 재확인했다.

[서울=뉴시스] 삼성전자 DS부문 경영진이 삼성전자노동조합 공동투쟁본부와 만나 대화하는 모습 . 사진 왼쪽 위부터 투쟁본부 정승원 국장, 이송이 부위원장, 최승호 위원장, 김재원 국장, 사진 오른쪽 위부터 삼성전자 박용인 사장, 한진만 사장, 전영현 부회장, 김용관 사장. (사진=삼성전자 초기업노조 제공). 2026.05.15.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삼성전자 DS부문 경영진이 삼성전자노동조합 공동투쟁본부와 만나 대화하는 모습 . 사진 왼쪽 위부터 투쟁본부 정승원 국장, 이송이 부위원장, 최승호 위원장, 김재원 국장, 사진 오른쪽 위부터 삼성전자 박용인 사장, 한진만 사장, 전영현 부회장, 김용관 사장. (사진=삼성전자 초기업노조 제공). 2026.05.15.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실제 이달 15일 기준 파업 참여 의사를 밝힌 조합원은 4만6028명으로 집계됐다.

재계에서는 사상 초유의 대규모 생산 차질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노조가 협상 테이블 자체를 거부하며 강경 투쟁을 예고한 상황에서 정부가 국가경제 보호 차원에서 긴급조정권 검토에 나설 명분은 충분해졌다”고 말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파업 이후 대응이 아닌 사전 차원의 긴급조정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반도체 생산라인은 한 차례 중단만으로도 수조원의 피해가 발생하는 장치산업인 만큼, 정부가 사전에 강력한 억제 신호를 줄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삼성전자 파업은 국가경제와 직결된 사안”이라며 “정부가 긴급조정권 가능성을 언급하는 것 자체가 상당한 압박 신호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파업 파급력을 고려하면 긴급조정권 발동 요건은 상당 부분 충족됐다고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도 “삼성전자 파업이 현실화하기 전에 정부가 긴급조정권 발동 가능성을 경고해 파업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치권에서도 정부 결단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 사장 출신인 고동진 국민의힘 의원은 전날 정부를 향해 긴급조정권 발동 준비에 즉시 착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고용노동부는 여전히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노사 대화가 우선이라는 기존 기조에는 변함이 없다”며 “남은 기간 노사가 대화를 통해 해결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는 데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이규연 청와대 홍보소통수석도 전날 브리핑에서 긴급조정권과 관련해 “아직 결정할 단계는 아니다”라며 “노사 간 협의가 원만히 마무리되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김정관 장관의 발언에 대해서는 “산업부 장관으로서 충분히 할 수 있는 발언이었다”고 평가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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