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미용문신 시술은 무면허 의료 아니다"…34년만 판례 변경(종합)

기사등록 2026/05/21 17:36:51

최종수정 2026/05/21 20:12:25

문신 시술로 의료법 위반 유죄 2명에 파기환송

대법원, 1992년 처음 '문신시술=의료행위' 판단

34년만 만장일치로 변경…"인식 변화 고려해야"

[서울=뉴시스]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미용 문신시술은 '무면허 의료행위'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무면허 의료행위로 문신 시술자들을 처벌하던 근거가 돼 왔던 판례를 34년만에 변경한 것이다. 지난해 9월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에서 문신사법안이 가결되자 방청하던 문신사들이 기뻐하며 눈물을 훔치고 있다. (사진=뉴시스DB). 2026.05.21.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미용 문신시술은 '무면허 의료행위'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무면허 의료행위로 문신 시술자들을 처벌하던 근거가 돼 왔던 판례를 34년만에 변경한 것이다. 지난해 9월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에서 문신사법안이 가결되자 방청하던 문신사들이 기뻐하며 눈물을 훔치고 있다. (사진=뉴시스DB). 2026.05.21.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김정현 기자 =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미용 문신시술은 '무면허 의료행위'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무면허 의료행위로 문신 시술자들을 처벌하던 근거가 돼 왔던 판례를 34년만에 변경한 것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각 주심 오석준·권영준 대법관)는 21일 오후 2시 의료법 위반 혐의로 각각 재판에 넘겨진 박모씨, 백모씨의 상고심에서 유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서부지법과 수원지법에 돌려 보냈다.

대법원은 1992년 5월 문신 시술행위를 의료행위로 처음 판시했는데 이 판례를 34년만에 바꾼 것이다.

당시 대법원은 눈썹 문신 시술 행위에 대해 '의료인이 행하지 않으면 보건위생상 위해가 생길 우려가 있는 의료행위'라고 봤다. 법원은 이후 문신 시술자들에 무면허 의료를 했다는 혐의로 처벌을 내렸다.

두 사람은 공통으로 무면허 의료행위를 한 자를 처벌하는 의료법 27조 1항 등이 적용돼 각각 별도의 재판에 넘겨졌고, 1·2심에서 모두 유죄가 인정됐다.

박씨는 서울 용산구의 한 미용실 운영자로, 2020년 1~12월 두피 문신을 시술해 재판에 넘겨졌다. 백씨는 2019년 5월 경기 성남시 패션잡화 판매점에서 서화 문신(레터링)을 시술했다는 이유로 기소됐다.

박씨는 1심에서 벌금 150만원, 백씨는 벌금 100만원을 각 선고 받고 항소했으나 2심 형량도 같았다.

대법원은 13인 만장일치로 기존 판례를 변경했다.

먼저 의료법상 '의료행위'의 정의가 명확하지 않다는 지적을 받아들여 해석을 보다 구체화했다.

[서울=뉴시스] 임보란 대한문신사중앙회 회장이 지난해 9월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계단에서 열린 문신사법 본회의 통과 관련 기자회견에서 발언 중 눈물을 훔치고 있다. (사진=뉴시스DB). 2026.05.21.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임보란 대한문신사중앙회 회장이 지난해 9월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계단에서 열린 문신사법 본회의 통과 관련 기자회견에서 발언 중 눈물을 훔치고 있다. (사진=뉴시스DB). 2026.05.21. [email protected]
통상 병원에서 이뤄지는 '의학적 전문지식을 기초로 하는 경험과 기능으로 진찰, 검안, 처방, 투약, 외과적 시술, 조산, 간호 등을 시행하여 질병의 예방 또는 치료를 하는 행위'를 의료행위로 정의했다.

또 '사회 통념에 비춰 의료인이 행하지 않으면 사람의 생명, 신체 등에 보건위생상 위해가 생길 우려가 있어 의학적 전문지식에 기초한 시행 및 관리가 필요한 행위'도 의료행위의 개념으로 새로 판시했다.

의료행위 판단의 기준으로는 ▲행위의 목적과 수단 ▲경위와 태양 ▲행위에 필요한 의학적 전문지식 ▲보건위생상 위해 발생 우려 ▲의료 기술의 발전 양상 ▲의료 환경의 변화 ▲사회 일반의 지식 수준 ▲수요자의 인식과 요구 ▲사회적 평가 등을 열거하며 이를 종합적으로 살펴 판단해야 한다고 전제했다.

대법원은 첫 판례로부터 34년이 지나 인식이 바뀌었다며 "더 이상 일부 집단의 전유물이 아니라 일반인이 자연스레 접할 수 있는 문화로 자리 잡았고 다양한 사회, 문화적 의미를 담고 있다"고 판시했다.

또 "의료 기술의 발전 및 의료 환경의 변화로 말미암아 의료 서비스 수요자의 접근성이 비약적으로 향상됐다"며 "보건 위생에 관한 사회 일반의 지식 수준과 그 실천 정도가 현저히 개선됐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사람들은 통상적인 미용 문신 행위로 인한 보건위생상 위해의 내용과 정도, 관리 가능성에 대한 정보를 바탕으로 자신의 신체를 통해 개성을 발현하고 행복을 추구하는 수단으로 시술을 받을 것인지 스스로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비의료인이 행하는 모든 종류의 '통상적인 미용 문신 시술 행위'는 종전의 관점에서 의료인의 시술이 필요한 '의료행위'로 볼 수 없다는 이야기다.

나아가 의사 등 의료 면허를 취득하는데 많은 노력과 시간, 비용이 드는 점을 고려하면 비(非)의료인에 대한 문신시술 행위를 전면 금지하는 것은 헌법상 기본권을 침해하는 결과에 이를 수 있다고 했다.

[서울=뉴시스] 홍효식 기자 = 조희대 대법원장을 비롯한 대법관들이 21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HD현대중공업 원청 사용자성 쟁점 단체교섭 청구와 두피·서화 문신 시술 관련 무면허 의료행위 등 전원합의체 선고에 참석하고 있다. 2026.05.21. yes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홍효식 기자 = 조희대 대법원장을 비롯한 대법관들이 21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HD현대중공업 원청 사용자성 쟁점 단체교섭 청구와 두피·서화 문신 시술 관련 무면허 의료행위 등 전원합의체 선고에 참석하고 있다. 2026.05.21. [email protected]
특히 서화 문신에 대해서는 "자신이 선택한 도안을 매개로 스스로 추구하는 사회적 인격상을 신체를 통하여 다른 사람들에게 표현하고자 하고, 이를 잘 구현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시술자로부터 서화 문신을 받고 싶어 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의료 지식보다 고도의 창작성을 요구한다며 이같이 평가했다.

대법원은 "문신 행위를 하려는 사람의 직업의 자유, 표현의 자유는 물론, 문신시술을 받으려는 사람의 행복추구권, 표현의 자유 등 관련자들의 헌법상 기본권이 최대한 보장될 수 있는 방향으로 옛 의료법 27조 1항을 해석할 필요가 있다"고 판시했다.

이 판결은 내년 문신사법 시행을 앞두고 나온 것으로 눈길을 끈다. 비의료인의 문신 시술 행위를 허용하는 골자의 문신사법은 내년 10월부터 시행된다.

이 법이 지난해 10월 공포된 후 일부 하급심은 '문신 시술 행위가 의료행위가 아니다'라는 시술자들의 주장을 받아들여 무죄를 선고하는 사례도 나왔지만, 여전히 유죄 판단을 내리는 법원도 적지 않았다.

이날 전원합의체 판결에 따라 통상적인 미용 문신행위는 더 이상 옛 의료법 제27조 제1항이 금지하는 ‘무면허 의료행위'의 범위에 포함되지 않게 됐다.

다만 이날 판결은 문신 시술자가 업무상 과실로 상해를 입히는 경우처럼 형법이나 공중위생관리법을 위반한 자의 처벌 가능성까지 부정하지는 않았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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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미용문신 시술은 무면허 의료 아니다"…34년만 판례 변경(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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