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이주민 이어 '자이니치' 조명
경계에서 살아온 이들의 기억과 상처 응시
"잊힌 역사가 되살아나는 것만으로도 의미"
![[서울=뉴시스] 작가 조해진 (사진=현대문학 제공, 저작권=정멜멜) 2026.06.05. photo@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6/06/05/NISI20260605_0002153582_web.jpg?rnd=20260605113141)
[서울=뉴시스] 작가 조해진 (사진=현대문학 제공, 저작권=정멜멜) 2026.06.05.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한이재 기자 = "기억으로 잊힌 역사가 되살아나는 것, 그것만으로도 의미가 있겠죠."
소설가 조해진이 신작 '우리 세희'(현대문학)을 통해 붙들고자 한 것은 자이니치(재일 동포)의 삶 그 자체만이 아니었다. 차별과 폭력 속에서 잊혀진 사람들, 그리고 그들을 기억하려는 마음이었다.
조해진은 서면 인터뷰에서 "우리의 망각을 돌아보길 바랐을 뿐"이라며 기억과 애도가 과거의 비극을 현재로 불러내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2002년 '문예중앙'으로 등단한 조해진은 올해로 작품 활동 24년째를 맞았다. 그동안 탈북자와 여성, 노인, 이주민 등 사회 주변부로 밀려난 이들의 삶을 꾸준히 소설로 그려왔던 그는 이번 신작에서 일본 사회에서 경계인으로 살아온 자이니치의 삶을 정면으로 다뤘다.
책은 자이니치 엄마 오세희를 둔 딸 문연주가 영국 런던에서 제주 4·3의 비극을 담은 설치예술가 제이비 류의 작품을 취재하는 내용이다.
동시에 오세희와 대학 시절부터 인연을 맺어온 또 다른 자이니치 서정우의 건강 악화를 그의 부인으로부터 전해 듣는 이야기가 교차하며 흘러간다.
조해진은 "자이니치 대부분이 저마다의 역사가 있다는 걸 알게 되면서부터 그들의 삶에 관심이 생겼다"며 "그들의 이야기를 꼭 한 번은 소설에 담고 싶었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조해진 '우리 세희' (사진=현대문학 제공) 2026.06.05.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26/06/05/NISI20260605_0002153694_web.jpg?rnd=20260605134843)
[서울=뉴시스] 조해진 '우리 세희' (사진=현대문학 제공) 2026.06.05.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자이니치는 징용이나 징집으로 일본에 끌려간 후 일본에서는 차별받고, 한반도에서는 정치적으로 이용당하며 어디에도 정착하지 못한 채 경계에서 살아온 이들이다.
경계인의 삶은 선과 악 같은 이분법으로 설명되기 어렵다. 소설 속 서정우가 자신의 인생을 '끊임없이 이어지는 대합실'에 비유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조해진은 자이니치의 삶을 글로 담아내기 위해 재일동포 출신 작가 서경식, 감독 양영희, 시인 김시종 등의 삶과 가족사를 참고했다.
특히 서경식의 책 '디아스포라 기행'이나, 유학생 간첩조작 사건에 연루된 서승, 서준식 형제의 이야기가 집필 동력이 됐다.
책은 자이니치가 겪은 고통이 과거나 특정 국가에만 머물지 않음을 짚어낸다. 자이니치인 오세희와 서정우 부부가 겪은 구별짓기의 폭력은 오늘날을 살아가는 문연주나 일본계 영국인 제이비 류가 경험한 인종 차별과도 맞닿아 있다.
![[서울=뉴시스] 작가 조해진 (사진=현대문학 제공, 저작권=신중혁) 2026.06.05. photo@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6/06/05/NISI20260605_0002153578_web.jpg?rnd=20260605113042)
[서울=뉴시스] 작가 조해진 (사진=현대문학 제공, 저작권=신중혁) 2026.06.05. [email protected]
조해진은 "저는 다만 우리의 망각을 돌아보길 바랐을 뿐"이라고 했다. 망각에 맞서는 방식으로 조해진은 '기억과 애도'를 이야기한다.
오세희가 딸 문연주에게 자신의 부모와 오빠를 잊지 말아 달라고 부탁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기억으로 잊힌 역사가 되살아나는 것, 그것만으로도 의미가 있겠죠. 나아가 그 역사의 과오랄지 실수가 현재와 미래에서 재현되지 않도록 마음을 모은다면 '기억과 애도'가 더 중요해질 거라고 믿습니다."
기억의 중요성을 알기에 작가 조해진은 책 속 외할아버지가 오세희의 이름을 지어준 동네이자, 자이니치가 모여 살았던 일본 오사카 이코노구에 찾아가기도 했다.
이곳에서 작가는 쓰루하시 시장과 비뚜름하게 걸린 치과 간판, 골목 안 음료 자판기, 2층짜리 흰색 벽돌집 등을 눈에 담았다. 그렇게 수집된 풍경들은 자이니치의 기억과 삶을 담아내는 소설의 배경으로 녹아들었다.
![[서울=뉴시스] 작가 조해진 (사진=현대문학 제공, 저작권=정멜멜) 2026.06.05. photo@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6/06/05/NISI20260605_0002153581_web.jpg?rnd=20260605113122)
[서울=뉴시스] 작가 조해진 (사진=현대문학 제공, 저작권=정멜멜) 2026.06.05. [email protected]
소설 속 문연주의 외할아버지는 이쿠노구 길가에 핀 꽃을 보고 딸에게 '세상과 자신을 구원하며 기뻐할 줄 아는 사람'이라는 뜻을 담아 '세희'라는 이름을 지어준다.
그 바람은 문연주를 향한 오세희의 부탁으로 이어지고, 기억은 다시 다음 세대로 건너간다.
"기억을 통해 우리가 서로를 구원하기 바라는 저의 마음이에요."
조해진은 독자들이 자이니치의 삶을 외면하지 말아 주기를 당부했다.
이어 이번 작품을 쓰며 해방 공간을 배경으로 한 소설에도 관심이 생겼다며, 앞으로 그 시기를 다룬 작품을 써보고 싶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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