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호르무즈 통제권' 평화협상 연계…전쟁재개 불씨 여전

기사등록 2026/06/29 11:47:48

최종수정 2026/06/29 12:52:24

호르무즈 통제권 이란에 '핵심 협상 카드'…합의 파기 불사

미국 양보 이끌어내는데 가장 효과적인 수단으로 인식

[반다르아바스(이란)=AP/뉴시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통제권 강화 의지를 노골화하면서 미국과 이란 간 종전 합의에 따른 실무 협상이 안개 속으로 빠져들어 가고 있다. 사진은 지난 6월1일(현지시간) 이란 반다르아바스 앞 호르무즈 해협 해안에서 소형 보트가 정박 중인 화물선, 예인선, 산업용 바지선 옆을 지나는 모습. 2026.06.29.
[반다르아바스(이란)=AP/뉴시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통제권 강화 의지를 노골화하면서 미국과 이란 간 종전 합의에 따른 실무 협상이 안개 속으로 빠져들어 가고 있다. 사진은 지난 6월1일(현지시간) 이란 반다르아바스 앞 호르무즈 해협 해안에서 소형 보트가 정박 중인 화물선, 예인선, 산업용 바지선 옆을 지나는 모습. 2026.06.29.
[서울=뉴시스] 권성근 기자 =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통제권 강화 의지를 노골화하면서 미국과 이란 간 종전 합의에 따른 실무 협상이 안개 속으로 빠져들어 가고 있다.

28일(현지 시간)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싸고 미국과 벌인 나흘간의 공방은 종전 양해각서(MOU)를 무산시킬 위험을 초래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란 관점에서 이는 불가피한 도박이었다고 말했다.

이란에 호르무즈는 놓칠 수 없는 최상의 협상카드

이란 입장에서 호르무즈 통제권은 미국과의 전쟁 재개를 무릅쓰더라도 결코 놓칠 수 없는 협상카드다.

앞서 오만은 국제해사기구(IMO)와 협력해 오만 해안선을 따라 안전하고 통행료가 없는 임시 유조선 항로를 제공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국제위기그룹(ICG)의 이란 전문가 알리 바에즈는 "최상의 시나리오든 최악의 시나리오든 그들에게는 협상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바에즈는 이란 당국자들은 해협에 대한 통제권을 미국으로부터 양보를 이끌어내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미 중부사령부(CENTCOM)는 지난 27일 호르무즈 해협에서 상선을 공격한 이란의 여러 표적을 대상으로 공습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는 미국의 공격에 대응해 쿠웨이트와 바레인에 있는 미군 기지 8곳을 겨냥해 미사일과 드론 공격을 감행했다고 했다.

미국과 이란은 지난 18일 종전 양해각서(MOU)에 서명했으며 이후 21일부터 이를 이행하기 위한 실무 협상을 시작했다. 종전 MOU가 발효하면서 호르무즈 해협은 재개방됐으나 25일 오만 인근 호르무즈 해협에서 싱가포르 선적의 피격 신고가 접수되면서 긴장이 다시 촉발됐다.

미국과 이란은 이후 상호 공격을 중단하기로 합의하고,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갈등 해소를 위해 오는 30일 카타르 도하에서 회담을 열기로 했다.

이란은 미국과의 실무 회담이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전개된다면 해협은 협상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

일부 이란 고위관리들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단지 시간을 벌기 위해 이란과 예비 합의를 체결했을 것으로 의심한다. 즉 미국 중간선거를 앞두고 고유가에 따른 경제적 압박을 완화한 뒤, 선거가 끝난 후 다시 전쟁으로 돌아갈 계획이라는 것이다.

만약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이란은 다시 해협 장악이 필요할 것이라고 NYT는 짚었다.

[마나마=AP/뉴시스]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이 25일(현지시간)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통행료 부과 가능성에 대해 경고했다. 사진은 루비오 장관이 바레인 마나마에서 중동 방문을 마친 뒤 바레인 국제공항으로 이동하기 전 취재진과 대화하고 있는 모습. 2026.06.26.
[마나마=AP/뉴시스]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이 25일(현지시간)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통행료 부과 가능성에 대해 경고했다. 사진은 루비오 장관이 바레인 마나마에서 중동 방문을 마친 뒤 바레인 국제공항으로 이동하기 전 취재진과 대화하고 있는 모습. 2026.06.26.

이란, 역내 영향력 약화 우려

바에즈는 "이 문제는 매우 중요하다. 이것(호르무즈)은 이란 측의 주요 협상 가드"라며 "최종 합의에 도달하기 전에 이 카드를 약화하는 것은 이란으로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이란은 또 역내 자신들의 영향력이 약화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지역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은 최근 아랍에미리트(UAE), 쿠웨이트, 바레인 등 중동 3개국을 순방해 해협의 자유 항행이 회복될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루비오 장관 순방 이후 오만과 IMO가 이란 영해를 우회하는 새로운 항로를 개설하는 조치를 취했다.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은 이란의 해로 통제권을 우회하려는 시도가 계속되면 더 큰 불안정이 초래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라크를 방문한 아라그치 장관은 28일 바그다드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슬람 공화국이 현재 추진 중인 방안과 별개로 새로안 계획안을 채택하려는 어떤 시도도 상황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고,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을 지연시키며, 긴장을 고조시킬 뿐"이라고 말했다.

스위스 제네바대학원의 이란 분석가 파르잔 사베트는 "이란 측은 자신들이 통제력을 잃어가고 있음을 깨달았다"라며 "그들은 아마도 자신들의 영향력이 전쟁 중이거나 적대적인 휴전 상태에서 교전이 벌어지는 경우에만 통한다는 사실을 파악하기 시작했을 것"이라고 전했다.

사베트는 "이란 지도부는 지금이 위험을 감수하기에 적절한 시기라고 생각할 수 있다"라며 "그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중간선거가 끝날 때까지 전쟁 재개를 꺼릴 것으로 믿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란과 미국이 종전 MOU 체결 이후에도 교전을 계속하고 있지만, 양국은 협상을 이어가야 할 이유가 있다고 전문가는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 전쟁이 국내에서 지지를 얻지 못하고 있고, 전쟁 재개가 또 다른 세계적인 에너지 위기를 촉발할 수 있으므로 전면전 재개를 원하지 않는다. 이란은 석유 수출 재개, 제재 면제, 수십억 달러 규모 동결 자산 해제가 걸려 있어 협상을 중단할 수 없다.

바에즈는 "분쟁으로 돌아가면 발생할 경제적·군사적 비용을 고려할 때 양측 모두 양해각서를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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