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필, 누구보다 음악 힘 신봉…그래서 가왕이네

기사등록 2026/01/10 09:38:37

최종수정 2026/01/10 10:42:47

9일 케이스포돔서 연 단독 콘서트 리뷰

11일까지 5개 도시 전국 투어 피날레

2시간10분 동안 25곡 쉬지 않고 부르는 강철 체력

60년 죽마고우 안성기 발인식날이기도…객석서 응원 쏟아져

슬픔 티 내지 않는 프로 정신…애이불비 미학

'고독한 러너' 등 이른바 '고독 3부작' 무대 눈길

[서울=뉴시스] '광복 80주년 KBS 대기획 이 순간을 영원히-조용필'. (사진 = KBS·YPC 제공) 2025.09.18.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광복 80주년 KBS 대기획 이 순간을 영원히-조용필'. (사진 = KBS·YPC 제공) 2025.09.18.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누구보다 음악의 힘을 신봉하는 사람이 조용필(76)이고, 그래서 그는 '가왕(歌王)'일 수밖에 없다.

조용필이 9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케이스포돔(KSPO DOME)에서 연 단독 공연 '2025–26 조용필&위대한탄생 콘서트'는 그가 왜 많은 이들로부터 자발적인 존경을 받는지를 깨닫게 한 자리다.

슬픈 상황을 노래로 이겨내며, 이를 통해 많은 이들에게 위로와 감동 그리고 용기를 줄 수 있는 이가 조용필이기 때문이다.  

이날은 '국민가수' 조용필의 '60년 지기 죽마고우'인 국민배우 고(故) 안성기의 발인식이 엄수된 날. 앞서 콘서트 준비 중임에도 고인의 빈소에 한달음에 달려갔던 조용필은 관객들과 약속을 지키기 위해 슬픔을 딛고 무대에 올랐다. '애이불비(哀而不悲) 미학'을 보여주며 프로답게 한치의 흐트러짐 없이 2시간10분의 완벽한 공연을 선보였다.

지난 투어와 지난해 9월 KBS 2TV 광복 80주년 KBS 대기획 '조용필, 이 순간을 영원히' 일환 고척스카이돔 공연을 성료한 조용필은 익숙한 세트리스트를 반복하는 쉬운 길은 절대 가지 않는다. 

이날 조용필 식 웅장함이 돋보이는 '태양의 눈'으로 포문을 열었다. 이는 공연으로 들어가는 성스러운 의식이었다.

이어지는 '물망초'는 직전 곡과 '불과 물'의 색채 대비감을 안겼다. 특히 노래 막바지의 고음은 유려했다. '자존심'에서도 짱짱한 보컬이 이어졌다. 여러 아름다운 자개 모양이 스크린을 장식했다. '그대여'에선 화려한 기타 연주도 선보였다.

조용필은 그렇게 네 곡을 연속해서 들려준 뒤 "오랜만에 뵙겠습니다. 여러분이 있기에 노래합니다"라고 운을 뗐다.
[서울=뉴시스] 중학교 동창인 가왕 조용필과 국민배우 안성기가 2013년 11월18일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열린 '2013 대한민국 대중문화예술상' 시상식에서 함께 은관 문화훈장을 받은 뒤 이야기를 나누며 자리로 돌아가고 있다. (사진 = 뉴시스 DB) 2026.01.05. photo@newsis.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중학교 동창인 가왕 조용필과 국민배우 안성기가 2013년 11월18일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열린 '2013 대한민국 대중문화예술상' 시상식에서 함께 은관 문화훈장을 받은 뒤 이야기를 나누며 자리로 돌아가고 있다. (사진 = 뉴시스 DB) 2026.01.05. photo@newsis. *재판매 및 DB 금지
그는 "나이를 먹는 게 아니라 세월이 간다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나이가 되도록 이렇게 노래하고 있다"며 웃었다. "노래하면 건강해요. 건강하면 오래 삽니다. 실제 투어를 하면서 가슴이 커졌어요. 숨이 잘 쉬어지죠. 그러니 옆 사람 눈치 보지 말고 마음껏 노래하세요."

'추억 속의 재회'에 이어 특유의 "기도하는~"으로 시작하는 '비련' 도입부에선 여지 없이 관객들의 환호성이 터져나왔다. 세련된 코러스의 화음과 신시사이저 소리로 시작하는 '단발머리'를 거쳐 '고추잠자리'까지 이어졌다.

이후 조용필과 관객들이 떼창하는 무대가 마련됐다. '허공' '그 겨울에 찻집'을 관객과 함께 부른 조용필은 "행복하다"고 했다.

조용필의 절친 안성기가 자연스레 떠오른 '친구여' 무대는 관객들이 많은 생각을 할 수밖에 없었다.

"꿈은 하늘에서 잠자고 추억은 / 구름 따라 흐르고 친구여 모습은 / 어딜 갔나 그리운 친구여" 객석 곳곳에서 "울지마요"라는 응원의 목소리가 나왔다.

'친구여' 다음 바로 이어진 곡은 '돌아와요 부산항에'였다. 조용필은 이 곡에 대해 자신을 알린 곡이라고 소개했다. 공교롭게도 해당 곡은 안성기 애창곡 중 하나다. 안성기는 방송에 니와 이 곡에 대해 "'돌아와요 부산항에'는 그렇게 많이 들었는데도 몸과 마음이 푸근하게 젖어든다고 그럴까? 너무 많이 알려졌지만 너무 좋아하는 노래"라고 말했다.

느낌 탓일까. 이날 '돌아와요 부산항에' 전까지 조용필은 모든 곡을 온전히 불렀는데 이 곡을 부를 땐 유독 객석에 마이크를 많이 넘겼다. 다만 선글라스를 끼고 있는 조용필이 해당 곡을 부르면서 눈시울을 붉혔는지는 알 수 없다. 이후 '잊혀진 사랑'까지 부른 조용필은 "이렇게 해주시니까(같이 불러주시니까) 노래를 안 하는데도 목소리 나오네요. 하루 종일 노래만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이재훈 기자 = 조용필이 5개 도시 전국투어를 마무리한 케이스포돔 전경. 2026.01.09. realpaper7@newsis.com
[서울=뉴시스] 이재훈 기자 = 조용필이 5개 도시 전국투어를 마무리한 케이스포돔 전경. 2026.01.09. [email protected]
공연이 끝나고 만난, 서울에 사는 60대 김혜숙 씨는 "티 내지 않고 조용하면서 성실하게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안성기 씨와 조용필 씨의 공통점이라 국민배우, 국민 가수가 친구라는 사실이 신기하면서도 믿겨진다"고 했다. 

이번 투어에서 가장 눈에 띈 곡은 최근 공연에서 잘 들려주지 않던 '고독한 러너'였다. 조용필도 이번엔 "신청곡에서 안 밀렸다"고 했다. 이 곡을 들려줄 때 무대 양 옆에 등장한 대형 양 손 모양의 애드벌룬은 장거리 달리기에 지친 이들을 감싸주는 손길처럼 느껴졌다.

'고독한 러너'에 이어 연이어 들려준 '킬리만자로의 표범' '바람의 노래'는 이번 세트리스트에서 '고독 3부작'으로 묶어 불러도 되지 않을까 싶었다.

"지쳐 쓰러져도 달려가리라 푸른바다에 파도가 되어 / 우리 인생이란 머나먼 길에 나는 고독한 러너(runner)가 되어"(''고독한 러너' 중)

"바람처럼 왔다가 이슬처럼 갈 순 없잖아 / 내가 산 흔적일랑 남겨둬야지 / 한줄기 연기처럼 가뭇 없이 사라져도 / 빛나는 불꽃으로 타올라야지"('킬리만자로의 표범' 중)

"보다 많은 실패와 고뇌의 시간이 비켜 갈 수 없다는 걸 / 우린 깨달아야 돼 / 이제 그 해답이 사랑이라면 / 나는 이 세상 모든 것들을 사랑하겠네"('바람의 노래' 중)

이 세 곡은 도달불능점의 세상 속에서 실패를 거듭하는 고난의 고독 가운데도 우리가 왜 살아가야 하는지를 증험케 했다. 이후 '그래도 돼'라는 위로가 따라오자 눈물이 펑펑 쏟아졌다.
[서울=뉴시스] KBS2TV 광복 80주년 KBS 대기획 '조용필, 이 순간을 영원히'. (사진=KBS 제공) 2025.10.07.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KBS2TV 광복 80주년 KBS 대기획 '조용필, 이 순간을 영원히'. (사진=KBS 제공) 2025.10.07.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이후부터는 강렬함의 시간. 낭창낭창한 고음이 화룡점정이 된 '아시아의 불꽃'부터 '못찾겠다 꾀꼬리' '미지의 세계' 그리고 사이키델릭함의 절정이었던 '판도라의 상자' 그리고 '여행을 떠나요'까지 한여름 록페스티벌을 방불케하는 사운드의 폭풍이 이어졌다. 이날 부모와 함께 온 젊은 관객층 사이에선 "조용필을 '펜타포트' '부산록페스티벌' 헤드라이너로 모셔야 한다" 등의 얘기가 나올 정도였다. 

22곡을 한 번도 쉬지 않고 부른 조용필은 앙코르를 위해 옷을 다시 갈아 입고 나왔을 뿐 또 거침 없이 내달렸다. '꿈' '바운스' '모나리자'까지 25곡을 들려준 이날 공연은 군더더기 없는 매끈한 구성이 일품이었다. 

이날부터 11일까지 이어지는 이번 서울 공연은 지난달 부산에서 출발해 대구, 인천, 광주 무대를 거친 5개 도시 전국 투어를 마무리하는 자리다. 칠순이 훌쩍 넘은 나이에, 체력적인 부담과 최근의 일로 심적인 부담이 상당할 텐데도 조용필은 더 좋아진 목소리로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는 공연을 '이터널리', '미지의 세계', '위대한 탄생' 등 팬들에게 선사했다. 

밴드 '위대한 탄생'의 위력도 여전했다. 기타 최희선·베이스 이태윤·키보드 최태완·키보드 이종욱·드럼 김선중의 연주는 조용필이 확신하는 음악에 설득력을 부여했다.

조용필 콘서트가 웰메이드라는 입소문이 점차 번지면서 공연문화를 좋아하는 젊은 관객들 사이에서 '필수 관람' 코스가 됐다. 현장을 직접 찾아 공연 완성도를 검증하고 조용필의 인기를 역산(逆算)해 보겠다는 젊은 관객들만 오는 경우도 상당수다.

연령대별 예매자 통계가 보이는 놀(Nol) 티켓에 따르면, 이번 서울 콘서트 예매 관객의 20대와 30대 비율은 각각 19.1%와 37.5%에 달했다. 부모를 대신해 예매한 20~30대 관객도 꽤 있겠지만 실제 공연장엔 젊은 관객들이 많았다.

조용필 그리고 조용필과 위대한 탄생의 시대는 세대를 넘어 현재 진행형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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