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지법, 20대 군인에 대한 '2차 공판' 진행
병원에서 모친에 "심신미약 주장" 진술 나와
정확 판단 위해 정신감정 요청…재판부 채택

[대전=뉴시스]김도현 기자 = 휴가를 나와 일면식도 없던 여성에게 흉기를 휘두르고 성폭행을 시도한 20대 군인이 범행 직후 가족과 대화에서 심신미약을 주장하면 된다고 했다는 진술이 나왔다.
대전지법 형사11부(부장판사 박우근)는 17일 316호 법정에서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강간 등 살인, 성적 목적 다중 이용 시설 침입), 특수방실침입 등 혐의로 기소된 20대 A씨에 대한 2차 공판을 열었다.
이날 범행 직후 A씨와 함께 병원에 있었던 경찰관 B씨가 증인으로 출석해 신문 절차가 진행됐다.
B씨는 "범행 직후 A씨가 극단적 선택을 시도하는 등 도주·자해 방지를 위해 병원에 동행했고 봉합 수술이 끝난 뒤 A씨는 부친을 병실 밖으로 나가라고 한 뒤 모친과 대화를 나눴다"며 "첫 마디가 '외삼촌과 외할아버지 돈도 많은데 도와줄 사람 없냐' '심신미약을 주장하면 된다'는 취지로 모친에게 말했다"고 진술했다.
이어 "모친이 심신미약 판정 받은 것이 있었냐고 묻자 A씨는 군대에서 그린캠프를 다녀왔다고 답했다"며 "병실 내부에서 A씨와 모친이 대화하는 것을 직접 들었고 이를 수사보고서로 작성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A씨 측 변호인은 당시 A씨가 정신적 혼란 상태였으며 B씨가 A씨의 사적인 대화를 듣고 개인적 판단을 담아 수사보고서를 작성한 것이 가능한지 지적했다.
B씨는 충분히 수사보고서를 작성할 수 있고 규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A씨 측 변호인은 "당시 A씨가 경찰관 앞에서 그런 취지로 말을 했다는 것이 오히려 온전한 정신상태가 아니었기 때문에 그랬을 것"이라고 반박하면서 "피고인이 약 1년 6개월 동안 은둔형 외톨이 생활을 겪고 여러 영화를 많이 본 상태에서 범죄 영화 등에서 본 심신미약 용어가 나왔을 것으로 보이며 정확한 판단을 위해 정신감정이 필요하다"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검찰은 A씨의 정신감정이 필요하지 않다고 밝혔으나 재판부는 잠시 협의를 거친 후 A씨 측에서 신청한 정신감정을 채택했다.
재판부는 A씨에 대한 정신감정을 위해 다음 재판을 추정 기일로 설정하며 다음 기일에 피고인 신문과 피해자인 20대 여성 C씨의 피해자 진술 절차를 이어갈 방침이다.
앞서 A씨는 지난 1월8일 오후 3시30분께 대전 중구의 한 상가 건물 여자 화장실에서 20대 여성 B씨를 흉기로 위협해 성폭행을 시도하고 그 과정에서 그의 머리 등 부위에 수차례 흉기를 휘두른 혐의로 기소됐다.
인근 병원으로 이송돼 응급 수술을 받은 B씨는 생명에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범행 후 인근 아파트 옥상에서 생을 마감하려던 A씨는 출동한 경찰에 의해 긴급 체포됐다.
경찰 조사결과 휴가를 나온 군인이었던 A씨는 B씨와 일면식이 없는 사이였으며 화장실에 들어가던 B씨를 따라 들어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파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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