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성 폐기·정부 축소' 행정부 독주에 번지는 反트럼프 시위[트럼프 100일④]

기사등록 2025/04/26 06:15:00

최종수정 2025/04/26 14:26:24

트럼프 행정부 '대학 길들이기' 시도…하버드대 소송전 불사

이민자 추방하면서 연방 대법원 판결도 무시…정치권 갈등 격화

민주주의·인권 후퇴에 대규모 시위…풀뿌리 '50501' 운동 주도

[워싱턴=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4일(현지 시간) 백악관에서 요나스 가르 스퇴르 노르웨이 총리를 맞이하며 취재진에 엄지를 들어보이고 있다. 2025.04.25.
[워싱턴=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4일(현지 시간) 백악관에서 요나스 가르 스퇴르 노르웨이 총리를 맞이하며 취재진에 엄지를 들어보이고 있다. 2025.04.25.
[서울=뉴시스] 권성근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100일을 맞이한 가운데 사법부의 권위마저 무시하는 트럼프 행정부의 일방주의에 관한 반발이 확산하고 있다.

미국 시민들은 다양성·형평성·포용성(DEI) 정책 폐기,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이끄는 정부효율부(DOGE)의 연방 정부 축소, 이민세관단속국(ICE)의 강경 단속, 예산 삭감 등 절차적 민주주의가 무시된 데 대해 분노를 표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런 저항에도 행정명령 등을 통해 자신이 추진한 정책들을 속속 실행에 옮기고 있다.

다양성 정책 폐지 요구에 반발하는 상아탑

트럼프 행정부가 연방 재정을 계속 지원받기 위해 DEI 프로그램 등을 폐지하라고 요구하자 대학은 반기를 들었다.

특히 하버드대는 행정부가 학문의 자유를 침해하고 있다며 대학들 가운데 처음으로 연방 부처들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하버드대는 지난 22일 매사추세츠주 연방법원에 낸 소장에서 연방 보조금 중단 조치는 "대학의 학문적 결정에 관한 통제권을 확보하려는 수단"이라며 이를 멈춰달라고 했다.

앨런 가버 하버드대 총장은 이날 대학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미국의 고등 교육은 정부가 아닌 학자들이 무엇을 연구하고 가르칠지 결정해 왔다"며 "트럼프 행정부 조치는 우리 대학의 교육적 사명과 학문적 자유를 심각하게 위협하는 전례 없는 행위"라고 밝혔다.

하버드대가 연방 지원금 삭감 압박에도 정책 변경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자, 트럼프 대통령은 자금 지원 동결에 그치지 않고 면세 지위까지 박탈하겠다며 위협 수위를 한층 높였다.

앞서 트럼프 행정부는 ▲교수진 채용 감사 ▲모든 입학 관련 보고서 제출 ▲DEI 정책 중단 ▲반유대주의 프로그램 개편 등을 하버드대에 요구했다.

미국 내 150개 대학 총장은 최근 공동 성명에서 정부의 조처는 전례가 없다며 "정부의 과도한 개입과 정치적 간섭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학문적 자유와 대학의 자율성을 수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합법 체류자도 표적이 된 강경 이민 정책

트럼프 2기 행정부가 강경한 반 이민 정책을 펼치면서 합법적 체류자가 추방되는 등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케임브리지=AP/뉴시스] 미국 매사추세츠주 케임브리지에 있는 하버드대 캠퍼스.
[케임브리지=AP/뉴시스] 미국 매사추세츠주 케임브리지에 있는 하버드대 캠퍼스.
트럼프 행정부는 올해 안에 불법 이민자 100만 명을 추방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워싱턴포스트(WP)는 지난 12일 백악관이 국토안보부 등 관련 연방기관과 협력해 역대 최대 규모의 추방 작전을 계획하고 있다면서 30여 개 국가와 이민자 수용을 위한 협상을 진행 중이라고 보도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불법 이민자를 추방하는 과정에서 실수로 합법 체류자를 엘살바도르 교도소로 추방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킬마르 아브레고 가르시아(29)는 10년 전 망명 신청을 거쳐 합법적으로 미국에 거주하고 있었지만, 지난달 15일 미국 정부가 그를 범죄 조직 '트렌 데 아라과' 조직원으로 잘못 지목해 300여 명과 함께 엘살바도르 감옥으로 보냈다.

미국 연방법원은 아브레고 가르시아의 추방에 행정적 오류가 있었다고 했고, 연방 대법원도 이를 인정해 그의 귀환을 지원하라고 정부에 지시했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법원의 결정을 이행하지 않고 있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지난 15일 정례 브리핑에서 아브레고 가르시아가 미국으로 송환되면 재추방될 것이라며 "그가 메릴랜드주에서 평화로운 삶을 살 시나리오는 없다"고 일축했다.

레빗 대변인은 아브레고 가르시아를 엘살바도르로 돌려보낸 것은 "최종 결정"이라며 "그는 외국 테러리스트이자 MS-13 갱단의 일원이다. (나입) 부켈레 (에콰도르) 대통령도 어제 백악관에서 이를 확인했다"고 말했다.

합법 체류자 송환을 두고 미국 내 정치권 갈등도 격화하고 있다.

엘살바도르에서 아브레고 가르시아를 면담한 크리스 밴 홀런(민주·메릴랜드) 상원의원은 지난 20일 NBC방송 '미트 더 프레스'에 출연해 "우리가 대화하는 이 순간에도 그들(행정부)은 법원을 무시하는 행태를 보인다"며 "그들은 (법원 명령에도)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반트럼프 시위 확산

미국 전역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하는 시위가 열리면서 그 파급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19일 워싱턴DC, 뉴욕, 시카고, 필라델피아 등 대도시를 포함해 미 전역에서 300만 명 이상이 참가한 반트럼프 시위가 열렸다.

[마이애미=AP/뉴시스] 사진은 지난 19일(현지 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서 열린 반(反)트럼프 시위에서 한 참가자가 구호를 외치고 있는 모습. 2025.04.19.
[마이애미=AP/뉴시스] 사진은 지난 19일(현지 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서 열린 반(反)트럼프 시위에서 한 참가자가 구호를 외치고 있는 모습. 2025.04.19.
이들은 트럼프 행정부의 반이민 정책, 복지 축소, 머스크 CEO의 국정 운영 개입과 연방 공무원 대량 해고, 언론 탄압, 기후정책 후퇴 등을 규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외원조 기구인 국제개발처(USAID)를 사실상 폐지하는 등 눈엣가시로 여기던 연방정부 기관 퇴출·축소에 나섰다. 교육부를 폐지하는 내용이 담긴 행정명령에도 서명했다.

시위는 소셜미디어 레딧에서 시작된 풀뿌리 저항 캠페인인 '50501' 운동이 주도했다. 50501은 미국 50개 주(州)에서 50개의 시위를, 하나의 운동으로 열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50501은 초당파적인 민주주의 수호, 헌법 수호, 행정권 남용 반대, 비폭력 풀뿌리 운동을 표방한다.

이 단체는 웹사이트에 올린 글에서 "우리 운동은 금권주의자들이 법치주의를 훼손하면서 민주적 제도와 시민의 자유를 박탈하는 것을 방관하지 않을 것임을 세계에 보여준다"라고 밝혔다.

주최 측은 이 운동에는 기부, 의류 교환, 향후 행동을 논의하기 위한 커뮤니티 활동도 포함된다고 밝혔다.

주최 측은 "우리는 서로를 돕고 공감하는 우리가 바라는 미국의 모습에 대해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며 "그것은 시위만큼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50501 첫 시위는 지난 2월 5일 열렸다.

지난 5일에도 미국 곳곳에서 수백만 명의 시민들이 '손 떼라'라는 문구가 적힌 팻말을 들고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연방기관 건물, 주 의회 건물 앞에 모여 구호를 외쳤다.

참가자들은 시위를 계속 하겠다는 방침이다. 노동절인 내달 1일에도 대규모 시위를 예고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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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성 폐기·정부 축소' 행정부 독주에 번지는 反트럼프 시위[트럼프 100일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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