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수원, 16년 만에 체코 원전 수주 '쾌거'…유럽 시장 교두보 마련

기사등록 2025/05/06 09:00:00

한수원·체코전력공사, 내일 프라하에서 수주 계약식

두코바니 이어 테믈린까지 4기 기대…총 26조 규모

UAE 이후 두번째 수출…유럽에서 K-원전 입지 강화

팀코리아, 원전 기술 경쟁력 입증…유럽·美 인증까지

[두코바니(체코)=AP/뉴시스] 체코 두코바니 원자력 발전소의 모습. 2011.09. 27.
[두코바니(체코)=AP/뉴시스] 체코 두코바니 원자력 발전소의 모습. 2011.09. 27.


[세종=뉴시스]손차민 기자 = 체코 정부와 한국수력원자력이 내일 신규 원전 건설 프로젝트의 최종 계약을 체결한다.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수출에 이어 16년 만에 원전 수주에 성공한 것이다. 'K-원전'의 경쟁력과 기술력을 입증함과 동시에, 유럽 시장 진출을 위한 교두보가 마련됐다.

6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체코 정부는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각료회의를 열고 원전 건설 예산을 승인하면서 한수원과의 본계약을 예고했다.

 페트르 피알라 체코 총리는 원전 발주계약의 장애물이던 자금조달안을 해소하면서 오는 7일 한수원과 180억 달러(약 25조8000억원) 규모 본계약에 서명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한수원 등 팀코리아가 체코 원전 수주 성공을 확정 지은 셈이다.

수주 계약식은 한수원과 체코전력공사(CEZ) 두코바니Ⅱ 원자력발전사(EDUⅡ)가 참여하며 체코 프라하에서 진행된다.

황주호 한수원 사장은 "신규 원전 사업 본계약 체결 일자가 확정됨에 환영의 뜻을 밝힌다"며 "체코 신규원전사업 본계약 체결, 성공적인 계약 이행과 적기 준공을 위해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루카쉬 블첵 체코 산업통상부 장관이 17일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한-체코 장관급 공급망에너지대회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5.02.17. jhope@newsis.com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루카쉬 블첵 체코 산업통상부 장관이 17일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한-체코 장관급 공급망에너지대회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5.02.17. [email protected]


체코 정부가 추진하는 이번 사업은 프라하에서 남쪽으로 220㎞ 떨어진 두코바니와 130㎞ 떨어진 테믈린에 각각 2기씩 총 원전 4기를 건설하는 프로젝트다.

이번 본계약은 그중 두코바니 지역에 신규 원전 2기를 건설하는 걸 골자로 한다. 두코바니 5·6호기는 확정하고, 테믈린 3·4호기는 발주사와 함께 추후 결정할 예정이다.

다만 한수원이 두코바니 사업자로 확정 지어지면서 앞으로 추진될 테믈린 신규 원전 2기 건설 프로젝트에서도 우선협상대상자로 지정된다. 최대 4기의 원전 수출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투자 규모로도 체코 역사상 최대 규모다. 체코 정부가 예상한 사업비는 1기 약 2000억 코루나(약 13조원), 2기 약 4000억 코루나(약 26조원)다.

우리나라는 이번 수주를 위해 한수원을 주축으로 '팀코리아'를 꾸렸다. 한전기술은 설계, 두산에너빌리티가 주기기 시공, 대우건설도 시공, 한전연료는 핵연료, 한전KPS는 시운전과 정비 등을 맡게 된다.

주계약을 체결한 한수원은 1000㎿(메가와트)급 대형원전(APR1000)의 설계와 구매, 건설, 시운전, 핵연료 공급 등 건설 업무 전체를 일괄 책임진다.

UAE 바라카원전 3호기 전경. (사진=한국전력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UAE 바라카원전 3호기 전경. (사진=한국전력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이에 우리나라는 지난 2009년 UAE 바라카 원전 이후 16년 만에 원전을 수주하는 쾌거를 이뤘다.

이번 수주 성공으로 중동에 이어 유럽 시장에 진출하는 교두보를 마련하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상업용 원전을 최초로 건설한 원전 본산지로 꼽히는 유럽에서 'K-원전'의 입지가 강화된 것이다.

원전 건설은 막대한 초기 투자 비용이 필요하기에 자금력이 부족한 개발도상국보다는 선진국에서 활발하게 이루어진다.

특히 유럽 시장은 최근 에너지 안보와 탈탄소 측면에서 원전 확보 정책을 적극적으로 전개 중이다.

체코에 이어 유럽의 다른 국가에서도 원전 수주 낭보가 지속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오는 이유다.


[서울=뉴시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22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이반 얀차렉 주한체코대사를 만나 APR 1000원전 모형을 관람하고 있다. (사진=산업통상자원부 제공) 2024.07.22.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22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이반 얀차렉 주한체코대사를 만나 APR 1000원전 모형을 관람하고 있다. (사진=산업통상자원부 제공) 2024.07.22.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체코 정부가 한수원의 '온 타임 온 버짓(On time On budget·정해진 예산으로 예정대로 준공)' 역량을 높게 평가한 게 주계약 체결까지 이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수원은 지난 1970년대 원전을 도입한 이래로 국내외 36기의 원전을 지속 건설해 오며 축적한 기술로 주어진 예산으로 적기에 원전을 건설할 수 있는 세계 최고 수준의 건설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

또 유럽·미국 등 세계 원전 주요국에서 기술력을 인정받은 것도 수주 배경으로 지목된다. 우리나라의 수출 노형인 APR1400 노형은 국내 기술로 개발한 1400㎿(메가와트)의 신형 가압경수로로, 외국에서도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APR1400 노형은 지난 2017년 9월 유럽 사업자요건(EUR) 인증심사를 통과한 이후 지난 2022년 3월 EUR 인증을 받았다. 여기에 지난 2018년 9월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의 표준설계인증(SDA)을 얻은 이후 이듬해 8월 NRC로부터 설계인증(DC)도 취득한 바 있다.

더욱이 한수원은 1200㎿(메가와트) 이하 용량의 원전을 원하는 체코의 요구에 맞춰 1000㎿급 APR1000 노형을 체코 측에 제시하는 등 높은 기술력을 선보였다.
[세종=뉴시스]한수원 '체코 글로벌 봉사단'이 2일부터 10일까지 활동을 시작한다. (사진=한국수력원자력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세종=뉴시스]한수원 '체코 글로벌 봉사단'이 2일부터 10일까지 활동을 시작한다. (사진=한국수력원자력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이 외에도 황주호 사장이 직접 체코를 찾으며 한수원의 원전건설 역량을 알리는 데 힘쓴 것도 수주의 성공으로 이어졌다는 평가다.

황 사장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기에 앞서 체코 산업부 장관, 총리 수석고문 등 체코 주요 의사결정권자와의 면담을 통해 적극적으로 홍보에 나선 바 있다.

이를 위해 황 사장은 지난 2022년 8월 취임 이후 공식적으로만 총 7차례 체코를 방문했다.

한수원 역시 지난 2017년부터 9년간 체코에 봉사활동을 전개하며 현지 지역과 상생하는 기업 이미지를 만드는 데 노력해 왔다.

한수원 관계자는 "체코원전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며 "한국 원전의 우수한 기술력과 경쟁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원전 시장에서 입지를 강화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뉴시스]황주호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이 24일(현지시간) 체코 신규원전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한국수력원자력을 선정한 것에 대해 감사 인사를 전하며 페트르 피알라 체코 총리와 악수하고 있다.(사진=한국수력원자력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세종=뉴시스]황주호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이 24일(현지시간) 체코 신규원전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한국수력원자력을 선정한 것에 대해 감사 인사를 전하며 페트르 피알라 체코 총리와 악수하고 있다.(사진=한국수력원자력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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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등록 2025/05/06 09:00:00 최초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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