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 5억, 집·차까지 줘도…"지방 안가요" 전문의 구인난

기사등록 2025/05/26 06:01:00

최종수정 2025/05/26 06:06:54

전문의 연봉 높게 불러도 지방 기피 여전

"내과 전문의 연봉 5억에도 찾는 이 없어"

"연봉에 수술건수·의료사고 책임 등 반영"

[순창=뉴시스] 70대 환자가 순창보건의료원에서 진료를 받고 있다. (사진= 뉴시스DB) 2025.02.03.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순창=뉴시스] 70대 환자가 순창보건의료원에서 진료를 받고 있다. (사진= 뉴시스DB)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백영미 기자 = 지역 병원들이 전문의 채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의정 갈등 여파로 신규 전문의 배출이 급감하면서 전문의 연봉을 올려 부르고 있지만 지방 소멸에 따른 환자 부족, 상대적으로 열악한 정주 여건 등으로 지방 기피 현상이 여전한 탓이다.

26일 의료계에 따르면 최근 지역의 의원을 비롯해 의료원·종합병원들은 소아청소년과(소청과), 내과, 산부인과 등 진료과의 전문의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다. 보통 수 억원 이상의 연봉을 제안하고 숙소, 차량 등을 추가로 제공하겠다는 병원들도 적지 않지만 모집에 응하는 전문의는 찾기 힘든 실정이다.

강원도의 A 의원 원장은 "강릉의 의원에서 내과 전문의를 구하려고 월 실수령 2500만 원(세전 연봉 약 5억 원)을 제시하고 원룸도 얻어주겠다고 했지만 오는 이가 없다"면서 "보통 가족들이 생활 여건이 좋은 서울에 머무르고 싶어한다"고 말했다.

이어 "영월 의료원은 3억5000만 원(세전 연봉)에 관사를 주고 차량도 제공하겠다며 소청과 전문의를 모집했지만 뽑지 못했다"면서 "지방에선 아무리 수 억원의 연봉과 추가 인센티브를 제시해도 의사를 구하기 힘들다"고 했다.

산부인과 전문의 구인난도 심각하다. 지역의 B 종합병원 원장은 "분만이나 당직을 원하지 않는 전문의들이 많은 데다 남자 의사도 부족하니 지방은 더욱 구하기 힘들다"면서 "헤드헌터들이 이런 분위기에 편승해 연봉을 크게 올려 협상하려 해 더 힘들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월 수령액 기준으로 기본 2000만 원(세전 연봉 4억 원)은 넘어선 것 같다"고 했다.

의정 갈등이 1년 넘게 이어지면서 전문의가 의료 현장에서 귀해졌다는 데 이견은 없다. 정부가 이달 말까지 전공의 추가 모집에 나선 것도 전공의들이 의대 증원 등에 반대해 수련 병원을 떠나면서 올해 신규 전문의 배출이 전년의 5분의1 수준(총 509명)에 그쳤기 때문이다. 기존 전문의 중 상대적으로 업무 강도는 낮고 수입은 더 많은 개원가로 빠지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러나 모집 공고에 제시된 연봉 만을 보고 실제 전문의 몸값이 올랐다고 마냥 좋아할 수 만은 없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고액 연봉 안에는 열악한 근로환경, 수술건수 등 달성해야 하는 진료 실적, 의료사고 발생 책임 등이 반영돼 있다는 것이다. 지역 병원에서 아무리 연봉을 높게 불러도 전문의들이 응하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경남의 C 종합병원 소청과 전문의는 "단순히 숫자(연봉)만을 볼 것이 아니라 근무강도와 시간도 봐야 한다"면서 "우리나라는 수가가 낮기 때문에 24시간 온콜(호출) 대기해야 하고 입원 환자라도 있으면 밤에도 병원에 나가고 주말 근무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지난 2021년 9월29일 오전 서울시내의 한 산부인과 입구의 모습. 2021.09.29. jhope@newsis.com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지난 2021년 9월29일 오전 서울시내의 한 산부인과 입구의 모습. 2021.09.29. [email protected]
충남의 D 종합병원 원장은 "모집 공고상 연봉은 호가일 뿐 실질적인 몸값은 아니다"면서 "급한 불을 꺼야 해서 (전문의를) 불렀다가 서로 맞지 않아 계약을 하지 않고 잠시 일하다가 후임이 구해지면 나가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빚을 내 사람을 쓸 수는 없지 않느냐"며 "병원에서 수입을 얼마만큼 올리느냐에 따라 몸값이 결정된다"고 했다.

지역 전문의 기피 현상을 해결하려면 저출산에 따른 지방 소멸 문제 해결, 대형병원 쏠림 현상을 개선하기 위한 의료전달체계(환자의뢰체계) 개편, 불가항력적 의료 사고에 대한 국가책임 강화 등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C 종합병원 소청과 전문의는 "지방 의료 붕괴는 수도권 쏠림 현상과 출산률의 급격한 감소로 인한 지방소멸의 한 단면"이라면서 "지방소멸 문제는 등한시하고 지방에 의사가 부족하니 수만 늘리겠다는 것은 해결책이 아니다"고 말했다.

 지역 병원은 환자 수가 적어 수술 건수가 적다보니 임상 경험을 쌓을 기회가 부족해 그나마 부족한 의사가 추가로 이탈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서울의 대형병원으로 환자 이탈이 가속화돼 의료의 질이 더 떨어지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다.

D 종합병원 원장은 "의료전달체계를 손보지 않으면 지방 의료는 5~10년 뒤 완전히 붕괴할 것"이라면서 "원가에 못 미치는 저수가를 정상화하고 불가항력적 의료 사고에 대해 국가 책임 강화로 수억원대에 달하는 의료 소송 책임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고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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