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30년 전에는 '두 국가론' 경계…南 '대표부' 제안 반대

기사등록 2025/09/02 10:00:00

최종수정 2025/09/02 10:24:25

1990년대 남북고위급회담 문서 공개

북 "상주대표부, 외교기구와 비슷" 반대

'통상' 문구에도 "형제끼리 맞는 표현 쓰자"

[서울=뉴시스] 1990년 9월 5일 서울 인터콘티넨탈 호텔에서 열린 제1차 남북고위급 회담. (사진=통일부 제공) 2025.09.02.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1990년 9월 5일 서울 인터콘티넨탈 호텔에서 열린 제1차 남북고위급 회담. (사진=통일부 제공) 2025.09.02.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남빛나라 기자 = 북한이 30여년 전 남북회담에서 남측과 '국가 대 국가' 관계로 인식되는 것을 극도로 경계했던 대화록이 공개됐다. 북한이 현재 '적대적 두 국가론'을 내세워 남한을 '외국'으로 취급하고 있다는 점에서, 남북관계 격변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는 평가가 나온다.

통일부가 2일 공개한 남북회담 문서에는 1991년 12월 5차 남북고위급회담에서 채택한 남북기본합의서를 둘러싼 전후 협의 과정이 상세히 담겼다.

북한은 서울과 평양에 '상주연락대표부'를 설치하는 내용을 합의서에 반영하자는 남한 측 주장에 여러 차례 반발했다.

1991년 10월 23일 북한 백화원 초대소에서 합의문건 작성을 위한 대표접촉이 이뤄졌을 때 북한의 백남준 정무원 참사실장은 "남북연락이 구태여 국가와 국가 사이의 대사 관계처럼 할 필요는 없지 않은가"라고 이의를 제기했다.

남한은 상주연락대표부가 양측 간 협의 창구로 기능할 것이라고 설득했지만 북한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북한이 외무성을 앞세워 적대적인 대남 정책을 공식화 한 현 상황과 정반대되는 입장이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은 지난달 19일 외무성 주요 국장 협의를 통해 남한과의 대화를 전면 거부하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대외정책 구상을 하달한 바 있다.

1991년 11월 15일 판문점 남측 '평화의 집'에서 열린 2차 대표접촉에서도 북한의 김영철 남북고위급회담 대표 겸 인민무력부 부국장은 "상주연락대표부 설치 이 문제가 한 마디로 찍어 말하면 갈라지는 그런 감, 분열 지향적인 그런 감이 있다"고 했다.

그는 "외교 관례상 정식으로 국교관계가 수립되기 전에 나라와 나라 사이 또 국제기구들에 설치하는 하나의 외교기구하고 비슷"하다면서 "오늘 이 상주대표부를 설치 하고 이 문제가 설정되면 그 다음에는, 상주대표부를 대사관으로 승격시키자고 제의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우려했다.

닷새 만에 이뤄진 3차 대표접촉에서 북측은 "합의서의 서문에 북과 남의 관계가 나라와 나라 사이의 관계가 아니라는 문구를 명기하는 것을 전제"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백남준 참사실장은 상주연락대표부와 관련해 "그것만은 뺍시다"라고 재차 요구했다.

남측의 이동복 남북고위급회담 대표 겸 국무총리 특별보좌는 "통합된 연락 기능을 우리가 합의하자 하는 것이 상주연락대표부 조항에 담겨져 있는 정신"이라고 했다.

백남준 참사실장은 '통상' 이라는 표현에 대해서도 국가 간 용어의 어감이 있다면서 "우리 형제들끼리 하는 것인데 거기에 맞는 표현은 찾아 쓰자"고 제안했다.

그해 11월 26일 4차 대표접촉에서 북측의 최우진 남북고위급회담 대표 겸 외교부 순회대사는 "이것을 평양과 서울에 어떤 명칭을 무엇이라 하든 간에 무슨 대표부를 설치하면 국가와 국가들 사이의 관계로서 이해된다"며 "국가들 사이에서의 관계처럼 돼서는 절대 안 되겠다"라고 말했다.

북한이 이처럼 반기를 든 것은 사회주의 경제권이 무너지고 남북 간 경제력 격차가 커지던 시기 상호 상주 인원을 두는 데 부담을 느낀 탓으로 풀이된다.

결국 남북기본합의서에는 상주연락대표부 관련 내용이 포함되지 않았다. 합의서는 "합의서 발효 후 3개월 안에 판문점에 남북연락사무소를 설치·운영한다"고 명시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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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30년 전에는 '두 국가론' 경계…南 '대표부' 제안 반대

기사등록 2025/09/02 10:00:00 최초수정 2025/09/02 10:2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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