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재판…주가조작 인지·통일교 청탁 대가성 주목

기사등록 2025/09/02 14:47:27

최종수정 2025/09/02 15:48:23

金, 주가조작 행위 인지하고 용인했나

여론조사 무상 제공-공천, 인과관계는

통일교 전달 명품, 선물인가 청탁인가

金, 진술거부권 행사…무죄 주장할 듯


[서울=뉴시스] 이영환 기자 =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 등을 받는 김건희 여사가 지난달 6일 오전 서울 종로구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사무실에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되고 있다. 2025.08.06. 20hwan@newsis.com
[서울=뉴시스] 이영환 기자 =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 등을 받는 김건희 여사가 지난달 6일 오전 서울 종로구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사무실에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되고 있다. 2025.08.06.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장한지 이소헌 기자 = 김건희 여사는 역대 영부인 중 최초로 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는 피고인이자 국내 최대 법원인 서울중앙지법에서 재판을 받는 사례로 기록됐다.

수사 과정에서 진술거부권을 행사한 김 여사 측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등 크게 세 가지 의혹과 관련해 무죄를 주장할 것으로 보여 향후 재판에서는 특검팀과 치열한 법리 다툼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법조계에선 김 여사의 도이치 주가조작 의혹 관련해선 범행을 인지했는지, 통일교 청탁 의혹에 대해선 대가성이 있었는지를 입증하는 것이 관건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은 전날 자본시장법 위반, 정치자금법 위반,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구속 기소된 김 여사 사건을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우인성)에 배당했다.

서울중앙지법은 전두환·노태우·이명박·박근혜·문재인·윤석열 등 전직 대통령들이 법의 심판대에 섰던 상징적인 장소로, 대통령의 배우자가 이곳에서 재판을 받는 것은 김 여사가 처음이다.

김 여사에게 적용된 세 가지 혐의별로 윤 전 대통령의 신분이 달라 향후 재판 쟁점과 사회적 파장도 각기 다르게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주가조작 인지했나…'미필적 고의' 관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자본시장법 위반)은 윤 전 대통령이 공직과 무관했던 때인 '민간인 김건희' 시절 연루된 것이다.

김 여사는 2009~2012년 이뤄진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서 자금을 대는 전주(錢主)로서 권오수 전 회장 등과 공모해 통정거래 등 3700여 차례 매매 주문을 하는 방식으로 8억1000만원의 부당이득을 본 혐의를 받는다.

김 여사 명의의 계좌 6개 중 대신증권·미래에셋증권·DS투자증권 총 3개의 계좌가 주가조작 일당의 2차 시세조종 행위에 동원됐다는 사실은 이미 권 전 회장 재판에서 드러났다.

[서울=뉴시스] 김근수 기자 =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이 지난달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KT 건물에 마련된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들을 수사하는 민중기 특별검사팀 사무실을 나서고 있다. 권 전 회장은 앞서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대법원 상고심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 벌금 5억원이 확정됐다. 2025.08.03. ks@newsis.com
[서울=뉴시스] 김근수 기자 =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이 지난달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KT 건물에 마련된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들을 수사하는 민중기 특별검사팀 사무실을 나서고 있다. 권 전 회장은 앞서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대법원 상고심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 벌금 5억원이 확정됐다. 2025.08.03. [email protected]


향후 재판에서는 김 여사가 권 전 회장 등의 주가조작 사실을 인지했는지 여부가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

비정상적인 거래를 인지하고도 묵인하고 이익을 취한 정황이 있다면 '미필적 고의'에 의한 주가조작 가담 혐의가 인정되는 것이다.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은 계좌를 반복적으로 제공했는지, 수익 발생을 용인했는지, 관련자들과 소통하며 공모 의사를 드러냈는지 등을 통해 유죄를 입증할 수 있다.

특검은 김 여사가 단순히 돈을 댄 '전주'가 아니라, 공범들과 주가 조작에 적극 가담해 8억1천만원 상당의 부당 이득을 얻었다고 특정했다.

여기엔 김 여사가 미래에셋증권 직원과 통화한 녹음파일이 결정적인 증거로 작용했다.

해당 녹취엔 주가조작 주도 세력에 "일단 40%를 주기로 했다"는 김 여사 육성이 담겼다. 김 여사는 "6대 4로 나누면 저쪽에 얼마를 줘야 하는 거냐", "거의 2억7천만원을 줘야 하는 것 같다"며 구체적인 금액까지 말했다.

특검은 김씨가 통화 당일 은행계좌에서 2억7천만원을 수표로 인출한 사실도 확인했다.

시세조종을 사전에 인지하고 수익 배분을 실행하려 한 정황까지 파악한 것이다.

문제의 통화 녹취는 지난 4월 가동된 재수사팀이 새로 확보한 증거다.

김영기 금융 전문 변호사(법무법인 화우)는 "미필적으로 정범이 불법적으로 시세를 조종한다는 인식이 있었다는 것만 있으면 주가조작 방조가 성립한다"며 "적극적으로 관여한 부분이 있다고 하면 방조를 넘어서 주가조작 공동정범으로 볼 소지도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여사 측은 주가조작 사실을 전혀 몰랐으며, 계좌만 맡겨 놓았을 뿐이라는 주장을 펼칠 가능성이 높다. 또한 주가조작으로 인해 오히려 손해를 봤다는 입장이다.

여론조사 무상 제공? 통일교 선물?…'대가성' 쟁점

명태균씨 공천개입 의혹(정치자금법 위반)은 윤 전 대통령이 대선 후보였을 때인 '대선 후보 배우자' 시절에 연루된 것이다.

김 여사는 지난 2022년 대선 당시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로부터 58회에 걸쳐 2억7000여만원 상당의 여론조사를 공짜로 받아본 후 그해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명씨와 친분이 있는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이 공천을 받도록 영향력을 행사한 혐의를 받는다.

이 사건은 여론조사 무상 제공이 정치자금법상 '불법 기부'에 해당하는지, 여론조사 무상 제공과 공천 사이 인과관계가 성립해 '대가성'이 있었는지에 대한 법리 다툼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통일교 청탁 의혹은 각각 윤 전 대통령이 대통령에 취임한 이후 '영부인 김건희' 시절 벌어진 사건이다. 액수는 가장 적지만 유죄로 인정되면 권력형 비리가 돼 파장이 클 것으로 보인다.

[가평=뉴시스] 배훈식 기자 = 김건희 여사 의혹을 수사하는 민중기 특별검사팀이 통일교 압수수색에 들어간 지난 7월18일 오후 경기 가평군 통일교 천원궁 모습. 2025.07.18. dahora83@newsis.com
[가평=뉴시스] 배훈식 기자 = 김건희 여사 의혹을 수사하는 민중기 특별검사팀이 통일교 압수수색에 들어간 지난 7월18일 오후 경기 가평군 통일교 천원궁 모습. 2025.07.18. [email protected]


김 여사는 2022년 4~8월 건진법사 전성배씨를 통해 통일교 전직 고위 간부에게 샤넬백 2개와 그라프 다이아몬드 목걸이 등 8000만원 상당의 명품을 받고 '캄보디아 메콩강 부지 공적개발원조(ODA)', '유엔(UN) 제5사무국 한국 유치' 등 통일교 현안 실행을 도운 혐의를 받는다.

이 사건의 경우 8000만원 상당의 금품이 단순히 지인간의 선물인지, 통일교 현안을 해결해달라는 청탁의 대가인지 등 '대가성'이 핵심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김 여사가 당시 공직자인 윤 전 대통령에게 통일교 측의 청탁을 전달하고 해결을 약속하는 등 '알선 행위'를 했는지 밝혀내는 것도 특검 측의 과제다. 특가법상 알선수재는 '공무원의 직무에 속한 사항'을 알선하며 금품을 받은 경우에 적용된다.

전문가들은 알선 행위가 있었는지를 입증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애초에 부정한 청탁이 있었는지를 밝히는 것이 범죄의 성립 요건을 충족시키는 데 더 근본적이라고 설명한다.

김의택 형법 전문 변호사(법무법인 성지파트너스)는 "재량권을 가진 일에 대한 돈을 받으면 뇌물죄, 권한을 가진 사람에게 말해주겠다고 하고 돈을 받으면 알선수재죄"라며 "알선수재는 알선 행위보다 알선의 대가를 받으면 성립하는 범죄여서 알선 행위를 실제로 하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대가가 있었다면 알선수재는 성립한다"고 분석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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