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지정학적 갈등 속 '中기여도 재평가' 시도
![[톈진=AP/뉴시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달 31일(현지 시간) 중국 톈진 메이장 컨벤션 전시센터에서 열린 2025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 환영 만찬에서 연설하고 있다. 2025.09.01.](https://img1.newsis.com/2025/09/01/NISI20250901_0000595932_web.jpg?rnd=20250901092322)
[톈진=AP/뉴시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달 31일(현지 시간) 중국 톈진 메이장 컨벤션 전시센터에서 열린 2025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 환영 만찬에서 연설하고 있다. 2025.09.01.
[서울=뉴시스] 김난영 기자 = 중국 당국이 전승절을 맞아 미국의 제2차 세계대전 기여도 평가 절하를 시도한다는 보도가 나왔다.
워싱턴포스트(WP)는 2일(현지 시간) "일본의 항복 80주년을 축하하며 중국은 러시아의 역할을 강조하는 동시에 미국의 지원을 폄하하는 방식으로 전시 역사를 재구성하려 하고 있다"라고 보도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등 주로 반(反)서방 우호국 정상이 참석하는 대규모 열병식 막후에서 조용한 여론전 내지 콘텐츠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이날 푸틴 대통령과 만나 양국을 "2차 세계대전 주요 승전국"으로 규정하고 상호 전승절 참여로 책임을 보여줬다고 자평했다.
시 주석은 지난 5월 러시아의 전승절 80주년 기념행사에 먼저 참석했고, 푸틴 대통령의 이번 방중은 그 답방 차원이다.
이번 전승절을 앞두고 관변 학자와 국영 언론, 싱크탱크 등도 2차 세계대전에서 미국의 지원을 경시하는 듯한 분석을 쏟아냈다. 당시도 지금도 미국은 자국의 이익을 위해 움직이는 나라라는 주장이다.
중국역사연구원이 이번 전승절을 앞두고 내놓은 역사 관련 비평에는 "(2차대전 기간) 미국의 대중국 원조 근본적 목적은 중국에서의 자국 이익 보호였고, 결코 동등한 관계에 기반한 원조가 아니었다"라는 문구가 실렸다.
역시 국가 지원을 받는 민족주의 성향 홍색문화연구원은 나아가 "미국의 원조가 없었더라도 중국에는 (일본을 상대로) 승리할 기회가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2차 대전과 관련해 중국 내에서 반미 정서를 자극하는 콘텐츠도 다수 제작·유포되는 것으로 보인다. WP는 최근 틱톡 등을 통해 제2차 세계대전 관련 인공지능(AI) 영상이 퍼지고 있으며, 일부는 노골적으로 미국을 겨냥했다고 전했다.
전쟁에 관한 서구식 내러티브를 비난하거나, 중국의 기여가 오랫동안 저평가됐고 이제 제대로 된 인정을 받을 자격이 있다는 식의 내용이다. 이와 관련해 중국의 기여를 강조하는 영상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고 한다.
한 영상에는 2차 대전 중국군 병사와 현대 인민해방군(PLA) 병사가 등장한다. 피범벅이 된 중국군 병사가 "우리가 이겼는가"라고 묻고, PLA 병사가 고개를 끄덕이는 것이다. 이 영상은 중국판 틱톡 더우인에서 '좋아요' 1900만 건을 기록했다.
아울러 중국 대형 영화업계는 자국 입장에서 한국전쟁을 다룬 영화 '지원군 : 웅병출격' 세 번째 시리즈를 대대적으로 홍보 중이다. WP는 해당 시리즈가 미국인을 "중무장했고 무자비하며 무능력하다는 나쁜 시각으로 묘사한다"라고 했다.
중국이 이처럼 2차 대전에서 미국의 기여도를 낮추려 드는 배경에는 양국의 패권 경쟁이 꼽힌다. WP는 "세계 초강대국인 미국과 중국 간의 긴장은 올해 들어 고조했다"라며 관세 전쟁으로 양국 경제 관계가 단절에 가까워졌다고 했다.
래너 밀터 하버드 케네디스쿨 교수는 "(2차 대전 당시) 중국과 미국은 서로를 필요로 했다"라며 "중국의 지속적 저항이 없었다면 미국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더 큰 문제를 겪었을 것이고, 미국의 재정 지원과 군사 조언이 없었다면 중국은 전쟁이 끝날 때까지 버티기 훨씬 어려웠을 것"이라고 했다.
WP는 아울러 당시 양국 협력의 상징으로 꼽히는 미국인 자원 부대 '플라잉 타이거스(Flying Tigers)'의 경우 지정학적 긴장을 극복했다고 전했다. 중국은 이번 전승절에 플라잉 타이거스 후손을 대거 초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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