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총채, 미셀 캉드쉬 중앙은행 강연
![[워싱턴=뉴시스]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7일(현지시각) 워싱턴DC에서 열린 2024 국제통화기금(IMF) 춘계회의 한국 통화정책 관련 대담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IMF 춘계회의 영상 캡쳐). 2024.04.18.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24/04/18/NISI20240418_0001529277_web.jpg?rnd=20240418064852)
[워싱턴=뉴시스]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7일(현지시각) 워싱턴DC에서 열린 2024 국제통화기금(IMF) 춘계회의 한국 통화정책 관련 대담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IMF 춘계회의 영상 캡쳐). 2024.04.18.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남주현 기자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우리나라가 초저출산과 고령화 등에 구조적인 장기 침체에 빠지고 기준금리가 실효하한에 도달할 가능성을 우려하며 금융중개대출과 포워드가이던스 활용을 유용한 대안으로 제시했다.
이 총재는 18일 미국 워싱턴 D.C. 에서 국제통화기금(IMF)이 주최한 '미셀 캉드쉬 중앙은행 강연'에서 "한국과 같은 신흥국의 자체 문제로 구조적 장기침체에 빠지고 금리가 실효하한에 도달했을때 비전통적 통화정책을 사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비전통적 통화정책은 금리를 더 이상 낮춰도 효과가 없는 실효하한에 도달했을 경우 기존의 금리 조정만으로 경기 부양이 어려워졌을 때 사용하는 비상 수단이다. 양적완화(QE)와 마이너스 금리 등이 대표적이다.
이 총재는 우선 "한국은 초저출산과 빠른 고령화로 구조적인 장기침체에 빠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고, 금리가 실효하한에 도달할 수 있다"며 "중국과 태국과 같은 아시아 신흥국도 유사한 위험에 처해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시장 구조가 취약하고 외화부채 규모가 크며 기대인플레이션이 안착되지 않은 신흥국이 대규모의 확장적 재정 및 통화 정책을 시행하면 정책에 대한 신뢰를 얻기 어려워 투기적 공격으로 인한 급격한 통화가치 하락을 피하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총재는 또 스위스의 대규모 FXI(외환시장개입), 마이너스 금리 활용과 스웨덴의 양적완화 정책을 언급하며 "이들 국가와 달리 원화는 기축통화가 아니라 의도치 않은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면서 흑자도산과 무역분쟁, 은행간 시장 위축과 유동성 재분배 기능 약화를 우려했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양적완화는 부동산 불안을 야기할 수 있다고 봤다. 이 총재는 "한국의 경우 양적완화가 실물경제를 부양하기보다 부동산 가격 상승을 부채질하여 이미 심각한 저출산 문제를 더욱 악화시킬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 총재는 새로운 통합정책체계수단으로 대출지원제도(FFL)을 제안했다. 대출지원제도는 중앙은행이 시중은행에 저금리로 자금을 공급하고, 중소기업이나 자영업자 등 특정 부분에 대출을 유도하는 정책이다. 대표적인 한은 정책으로는금융중개지원대출 제도가 있다.
그는 "12월 한국의 계엄선포로 경제가 급속히 침체했지만, 환율 문제에 금리 인하를 보류하고 금중대를 활용해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에 선별적으로 지원했다"면서 "선별적 정책수단이 '크지만 무딘 칼(blunt tool)'인 금리정책의 한계를 어떻게 보완할 수 있는 사례"라고 소개했다.
이어 "금리가 실효하한금리에 근접할 때 부작용이 우려되는 비전통적 통화정책보다 대출지원제도같은 준재정적 정책수단이 더 효과적이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통합정책체계가 재정정책을 포함하도록 확장되고 있는 것처럼 대출지원제도를 추가 정책수단으로 검토해볼 만하다"도 했다.
이 총재는 또 포워드가이던스 실험, 이른바 'K-점도표' 제도도 유용하다고 했다.그는 "시장과의 소통 강화에 유용한 수단"이라며 "점도표 공개 시계가 확대되면 실효하한금리 상황을 포함한 다양한 환경에서 통화정책 방향을 시장과 더욱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채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미셸 캉드쉬 중앙은행 강연'은 IMF가 2014년부터 회원국 중앙은행 총재들을 초청해 글로벌 경제·금융 이슈에 대한 통찰을 나누는 자리다. 연준의 '잭슨홀 경제정책 심포지엄'과 유럽중앙은행(ECB)'신트라 포럼'과 더불어 글로벌 중앙은행계의 3대 주요 행사로 꼽힌다.
이 총재는 이번 강연으로 마리오 드라기 전 ECB 총재, 마크 카니 전 영란은행 총재(현재 캐나다 총리),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 구로다 하루히코 전 일본은행 총재에 이어 3대 행사에 모두 참여한 5 명중 한사람으로 이름을 올리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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