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호 개그맨' 전유성 "하지 말라는 건 다 재미"…'코미디 창작 생태계' 구축

기사등록 2025/09/26 00:00:00

1980년대 슬랩스틱 대신 지적인 개그시대 열어

'네로 25시' 속 "얘는 무슨 말을 못하게 해" 유행어

1990년대 '전유성을 웃겨라'로 일반 관객 개그 참여 이끌어

1999년 출범한 KBS '개그콘서트' 개국공신

2012년 청도 '코미디철가방극장' 개관 산파 역할도

'컴퓨터, 일주일만 하면 전유성만큼 한다' 등 저서도 펴내

[서울=뉴시스] 2018년 8월 열린 제6회 부산국제코미디페스티벌 개막식 블루카펫 행사에 참석한 전유성의 모습. (사진=뉴시스 DB) 2025.09.25.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2018년 8월 열린 제6회 부산국제코미디페스티벌 개막식 블루카펫 행사에 참석한 전유성의 모습. (사진=뉴시스 DB) 2025.09.25.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폐기흉 악화로 인해 76세를 일기로 25일 별세한 코미디언 전유성은 '개그계 대부'로 통했다.

특히 '코미디 창작 생태계의 시스템'을 구축했다는 평가를 듣는다. 희극인이 코미디언으로 통하던 시대에 해당 말이 뒤떨어진 것 같다며 '개그맨'이라는 단어를 처음 사용한 인물로도 알려졌다. '개그맨 1호'인 셈이다.

고인은 서라벌예술대학 연극영화과를 졸업했다. 1969년 TBC 동양방송 특채 코미디 작가로 일하다가 코미디언으로 전향했다.

그가 등장하기 이전까지 코미디계는 슬랩스틱 등 주로 몸으로 웃기는 요소가 많았다. 하지만 1970~1980년대 전유성을 선봉으로 재치 있는 입담을 중심으로 한 지적인 개그들이 한 축을 이루면서 우리 코미디계 다양성이 싹 틔웠다.
[서울=뉴시스] 전유성의 생전 모습. (사진=국립국악원 제공) 2025.09.25.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전유성의 생전 모습. (사진=국립국악원 제공) 2025.09.25.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1980~1990년대 KBS 2TV '유머 1번지', '쇼 비디오 자키', MBC TV '청춘행진곡' '주말 코미디 극장' 등에서 활약했다. 특히 '쇼 비디오 자키'의 대표 풍자 유머 코너 '네로 25시'에 최양락과 함께 출연해 "얘는 무슨 말을 못하게 해"라는 유행어를 남기기도 했다.

1990년대 특히 SBS TV 예능물 '좋은 친구들'의 코너 '전유성을 웃겨라'를 통해 일반 관객의 개그 참여를 이끌어내며 코미디 창작의 지경을 넓혔다는 반응도 얻었다.

또한 1999년 출범해 KBS는 물론 국내를 대표하는 공개 개그 프로그램이 된 '개그콘서트'의 개국 공신 중 한 명이다. 이 프로그램은 관객을 대면한 대학로에서 검증이 끝난 코너를 메이저인 TV에 선보이며 대중성을 끌어올렸다. 일종의 개그 인큐베이터 역을 한 것이다.
[서울=뉴시스] 2019년 8월 열린 제7회 부산국제코미디페스티벌 개막식에 참석한 전유성의 모습. (사진=뉴시스 DB) 2025.09.25.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2019년 8월 열린 제7회 부산국제코미디페스티벌 개막식에 참석한 전유성의 모습. (사진=뉴시스 DB) 2025.09.25. [email protected]
2001년에는 '전유성의 코미디시장'을 창단해 개그 지망생들의 양성교육에 힘썼다. 전북 임실 예원예술대학교 코미디전공 전임강사로 김신영, 조세호 등도 키웠다. 그는 젊은 코미디언들 사이에서 '좋은 어른'이기도 했다. 김신영이 전유성이 눈을 감기 직전까지 그의 곁을 지키고, 조세호가 평소 전유성을 존경한다고 말해온 것이 그 증거다.

2007년 방송 은퇴 후에는 경북 청도로 내려가 2012년 '코미디철가방극장' 개관의 산파 역을 했다. 2018년까지 4400회에 달하는 코미디 공연을 통해 20만명이 넘는 관객을 모은 이 극장은 그간 코미디에서 소외됐던 지역 활성화에 크게 기여했다.

2019년엔 데뷔 50주년 기념 공연 '전유성의 쑈쑈쑈'를 열며 노익장을 과시했다.
[서울=뉴시스] 2019년 4월 열린 데뷔 50주년 기념공연 전국투어 '데뷔 50년만에 제일 큰 무대, 전유성의 쑈쑈쑈 : 사실은 떨려요' 제작발표회에 참석한 전유성의 모습. (사진=뉴시스 DB) 2025.09.25.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2019년 4월 열린 데뷔 50주년 기념공연 전국투어 '데뷔 50년만에 제일 큰 무대, 전유성의 쑈쑈쑈 : 사실은 떨려요' 제작발표회에 참석한 전유성의 모습. (사진=뉴시스 DB) 2025.09.25. [email protected]
2020년대 들어서는 JTBC '1호가 될 순 없어', MBC TV '나 혼자 산다' 등의 예능에서 지리산 인근 생활을 공개하기도 했다.

아울러 '코미디계 아이디어 뱅크'로 통할 만큼 재치, 위트가 넘쳐 난 고인은 글재주도 뛰어나 다양한 저서를 남겼다. '컴퓨터, 일주일만 하면 전유성만큼 한다' 'PC통신, 일주일만 하면 전유성만큼 한다' 같은 컴퓨터 서적과 '남의 문화유산 답사기', '조금만 비겁하면 인생이 즐겁다', '전유성의 구라 삼국지' 등을 펴냈다.

특히 '하지 말라는 것은 다 재미있다'는 전유성의 대표 저서이자 그의 평소 소신을 녹여낸 책으로, 다양한 분야에 대한 아이디어를 담아낸 에세이집이다.
[서울=뉴시스] 김신영(왼쪽), 고(故) 전유성. 사진은 2022년 10월 촬영됐다. (사진=김신영 인스타그램 캡처) 2025.09.25.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김신영(왼쪽), 고(故) 전유성. 사진은 2022년 10월 촬영됐다. (사진=김신영 인스타그램 캡처) 2025.09.25.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고인은 팬데믹 당시 코로나19를 겪은 데 이어 지난해 급성 폐렴, 부정맥 등으로 건강이 악화됐다. 몇 년 동안 체중이 16㎏이 빠질 정도로 어려운 시절을 보내왔다.

전유성은 지난 7월 초 폐기흉 관련 시술을 받았다. 이후 호흡 곤란 증상 등이 계속됐다. 지난달 6일 부산국제코미디페스티벌 부대행사 참석을 취소했다. 이후 전북 전주 전북대 병원에서 치료를 받아 눈을 감았다. 죽음 직전 위중한 때에도 병문안을 온 김학래 대한민국방송코미디언협회장에게 농담하는 등 끝까지 천생 개그맨이었다.

1993년 가수 진미령과 결혼해 2011년 이혼했다. 유족으로는 딸 제비 씨가 있다. 빈소는 서울아산병원에 차려진다. 장례는 희극인장이다. KBS 일대에서 노제도 치른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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