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인터뷰] 고준희 "성숙해졌다? 쑥스럽고 간지러워요"

기사등록 2025/10/24 07:00:00

[서울=뉴시스] 고준희. (사진=고준희) 2025.10.23.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고준희. (사진=고준희) 2025.10.23.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전재경 기자 = "제가 럭셔리한 이미지였어요?"

배우 고준희가 22일 서울 압구정의 한 카페에서 기자에게 되물으며 웃었다.

10년 전 드라마 '그녀는 예뻤다' 시절에도, 지금도 '고준희 단발'은 스타일의 고유명사다. 깍쟁이 같고, 깐깐하고, 차가울 것이라는 이미지가 10년 넘게 쌓였지만, 정작 그녀는 의아하다는 반응이었다.

이런 반응은 그녀가 7개월 전 개설한 유튜브 채널 '고준희 GO'에서 비롯됐다. 그곳에서 그녀는 시크한 모습 대신 시장에서 라면 네 그릇을 맛있게 먹고, 지하철 포토박스에서 증명 사진을 찍는다. "동네언니 같다"는 말도 나온다.

"유튜브는 친구처럼 편안한 이미지를 주고 싶어서 시작했어요. 만약 털털한 모습을 보고 새롭다고 느끼신다면, 제가 보여드리고 싶던 걸 제대로 보여드리고 있는 거겠죠."

"기사화가 많이 되면 신기하죠"

[서울=뉴시스] 고준희. (사진=유튜브 채널 '고준희 GO' 캡처) 2025.10.23.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고준희. (사진=유튜브 채널 '고준희 GO' 캡처) 2025.10.23.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유튜브 초반, 고준희는 "깐깐하고 차가울 것 같다는 오해 때문에 상처받는다"고 말한 적이 있다. 그 이미지를 깨는 과정이 고통스러웠으리라 짐작하며 이 얘기를 꺼내자, 그녀의 반응은 의외였다.

"아, 그거요. PD님이랑 티키타카 한 거예요. 친구랑 대화하듯이 '그렇게 얘기하면 나 마음의 상처야' 딱 이 정도 분위기였죠. 근데 그걸 지금 와서 너무 진지하게 이야기하면 또 오해가 생길까봐 조심스러워요."

-유튜브 내용이 기사화가 많이 되니 부담스러운가?

"약간 그렇죠. 근데 신기해요. 아직까지 나 인기가 많구나.(웃음) '기사가 많이 나는 만큼 조회수도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싶어요."

-사생활 노출 부담은?

"그게 참, 경계선이 있는 것 같아요. 자연스러운 모습을 보여드리려고 시작한 건데, 아예 안 보여드릴 수도 없고, 그렇다고 억지로 설정할 수도 없으니까요. 그래서 '어디까지 오픈해야 하나' 그게 항상 고민이에요. 그냥 저도, 보는 분들도 서로 부담 안 느끼는 선에서 즐겁게 하려는 거죠."

-기억에 남는 촬영이 있다면?

"요새 엄마 아빠랑 같이 촬영을 몇 번 하고 있는데, 그게 기억에 남는 것 같아요. 저 혼자 할 때보다 엄마 아빠가 더 긴장을 하시고(웃음) 특별한 방송 촬영도 아닌데 긴장하시는 게 되게 귀여우시고, 저보다 더 잘하려고 하시고, 말씀도 더 잘하시는 것 같아요."

-구독자가 5만 명, 아쉽지 않나?

"저는 긍정적이에요. 목표를 잡고 '언제까지 얼마' 이렇게 스트레스 받고 싶진 않아요. 제가 재밌게 해야 보는 사람도 재밌을 것 같아요."

"멘탈 관리요? 처음 들어봐요"

[서울=뉴시스] 고준희. (사진=고준희) 2025.10.23.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고준희. (사진=고준희) 2025.10.23.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연예계 생활이 어디 '재미'만 있겠나. 고준희는 수년간 악성 루머로 힘든 시간도 보냈다. 대중의 시선 속에서 '멘탈 관리'는 필수일 터. 하지만 그녀는 '멘탈 관리'라는 단어 자체를 처음 들어본다는 듯 되물었다.

"멘탈 관리요? 멘탈 관리를 따로 받나요, 다른 사람들은? 전 그런 말 처음 들어보는 거 같아요." 옆에 있던 고준희 측 관계자가 "무너질 일이 없으셔서…"라고 거들었다.

"제가 멘탈이 강한지는 잘 모르겠고, 그냥 어느 정도의 스트레스는 다 갖고 있지 않나요? 저는 그 정도로 생각해요. 태어났으면 이 정도 스트레스는 받고 가야지. 뭐 이 정도의 스트레스도 없으면 어떻게 살아요?"

그녀는 말을 이었다. "저는 굳이 해결할 수 없는 고민과 불안을 미리 해서 뭐 하나, 그런 성격이에요. 눈앞에 있는 오늘 저녁에 뭐 먹을지, 오늘 인터뷰를 어떻게 잘 마무리할지, 이런 게 더 중요하죠."

연예계 생활 20여 년간 후회되는 일은 없었냐고 묻자, 그녀는 1초도 고민하지 않고 답했다. "있었겠지만, 저는 까먹어요. 안 좋은 걸 기억해서 뭐해요." 그녀의 '멘탈 관리' 비법은 '관리'가 아닌 '삭제'에 가까웠다.

-그래도 루머 같은 건 견디기 힘든 종류의 고통 아닌가?

"루머는 모든 연예인이 다 있죠. 저만 특별히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그냥 그걸 얼마만큼 받아들이고 하느냐의 차이 같은데…저는 가족이 많이 힘이 됐어요. 저를 믿어주는 제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에 잘 지내왔던 것 같아요."

-그런 일을 겪으며 더 성숙해진 건가?

"모르겠어요. 성숙해진 건가? 제가 제 입으로 '성숙해졌다'고 얘기를 하는 게 되게 쑥스러운 얘기인 것 같아서…저는 잘 모르겠어요."

마침 최근 그녀가 100억 원대 성수동 아파트로 이사한다는 뉴스가 떠올랐다. '성숙'은 쑥스러워했지만, '성공'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할까. 하지만 고준희는 '성공'이라는 단어에도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성공, 성숙…오늘 쑥스러운 단어들이 되게 많이 나오네요. 뭐가 성공이라고 하는 건지는…그건 자기만족인 것 같아요. 자기 입으로 '나 성숙했다' '나 성공했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나요?(웃음)"

그녀는 스스로를 "완전 A형에다가 완전 극 I(내향형)"라며 "그래서 되게 간지러워하는, 완전 되게 남자 같은 성격"이라고 규정했다.

-본명이 김은주더라. 배우 고준희가 아닌 인간 김은주는 어떤 사람인가?

"고준희로 너무 오래 살아 가지고.(웃음) 저는 배우 고준희와 인간 김은주는 다르다고 생각을 해본 적은 없는 것 같아요. 같은 사람이니까요."

-부모님은 뭐라고 하나?

"부모님이 '너는 T(사고형)가 분명하다'고 하죠.(웃음) 근데 저는 그냥 감성적인 것 같은데? 저 다큐멘터리 보고 울기도 해요."

-롤모델이 있나?

"어릴 때는 어떤 선배나 누구를 얘기를 했던 것 같아요. 근데 점점 나이를 먹으면서 특정되는 한 인물이라기보다는…그냥 나를 더 좋은 사람으로 만들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단발의 아이콘은 감사…마음을 웃게 하는 사람 되고파"

[서울=뉴시스] '그녀는 예뻤다' 고준희. (사진=유튜브 채널 'MBCdrama' 캡처) 2025.10.23.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그녀는 예뻤다' 고준희. (사진=유튜브 채널 'MBCdrama' 캡처) 2025.10.23.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어느덧 불혹의 나이가 된 고준희에게 '그녀는 예뻤다'가 딱 10년 전이라고 알려주자, "10년은 아닌 것 같아요. 한 7~8년 전"이라고 답했다.

옆에 있던 매니저가 스마트폰을 검색하더니 "2015년 10월, 딱 10년 전 맞다"고 했다. 그녀는 토끼 눈이 됐다. "어, 진짜?"

-10년 전과 지금, 달라진 게 있나?

"그때도 철이 안 들고 지금도 철이 안 들었어요.(웃음) 그때 1~2년 새 작품 4개를 동시에 했어요. 정신없이 일할 때라 10년이 지난 줄도 몰랐네요."

마흔이 됐지만 어릴 때나 지금이나 "똑같은 거 같다"고 했다. 결혼 생각은 "20대 때부터 늘 했다"고. 8년 전 예능에서 말한 '옆통 큰 남자가 이상형'이 아직도 회자되는 게 신기하단다. "'아는형님'에서 웃자고 한 얘기인데 제 멘트는 왜 이렇게 오래 따라다니는지 모르겠어요.(웃음)"

그렇다면 10년 넘게 따라다니고 있는 '단발의 아이콘'이라는 수식어는 족쇄가 아닐까.

"아니요. 족쇄라고 생각한 적 없어요. 감사하죠. 전지현 언니가 '긴 생머리' 아이콘으로 불리는 게 지루하다고 느낄까요?(웃음) '단발머리' 했는데 갑자기 '고준희' 이렇게 이름이 떠오르는 게 쉽지 않잖아요. 10년째 그렇게 불러주시는 게 신기하고 감사할 뿐이죠."

사실 데뷔 초엔 그 '도시적인' 이미지 때문에 고민도 했단다.

"신데렐라 같은 역할을 해보고 싶었어요. 가난한 집에서 왕자님 만나서 잘 되는. 근데 저는 키(173㎝) 때문에 안 된다는 거예요. 오디션을 봐도 다 떨어졌죠. '아, 나는 죽을 때까지 그런 건 할 수 없구나' 깨달았어요. 기자님이 얘기하신 것처럼 화려하게 생기고, 키 크고, 도시적인 이미지니까. 저한테는 가난하지만 성공하고 싶어 하는, 야망 있는 역할들만 들어왔어요."

-궁극적으로 어떤 여배우가 되고 싶나?

그녀는 잠시 생각하더니 의외의 단어를 꺼냈다. "재밌는 사람. 웃긴 사람이요."

-코미디 연기를 말하는 건가?

"아니요. 재밌는 게 꼭 코미디만은 아니지 않아요? 그냥 웃음을 주는 사람. 배꼽을 잡고 웃는 그런 게 아니고, 그냥 마음을 웃게 해 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 재미있는 걸 많이 하고 싶어요."

요즘 그녀의 가장 큰 행복은 "유튜브 아이디어 짤 때, 어떻게 하면 웃길 수 있을까 생각할 때"다. "SNL 출연 이후로 꽁트 하는 거에 맛 들인 것 같다"며 새로 촬영한 웹 예능 '그사세'가 공개된다고 홍보도 잊지 않았다.

"정말 재미있게 찍었거든요. 이거 기사에 재밌게 써주세요." 이 말을 하면서 고준희는 가장 환하게 웃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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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인터뷰] 고준희 "성숙해졌다? 쑥스럽고 간지러워요"

기사등록 2025/10/24 07:00:00 최초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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