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계엄 저지 아닌 법적·기술적 조언"…판결문 적시

기사등록 2026/01/22 21:24:35

최종수정 2026/01/22 21:42:25

정족수 맞추기 혈안…반대 의견 미청취

[서울=뉴시스] 최진석 기자 = 12·3 비상계엄 관련 내란 방조 등 혐의를 받는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지난 21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6.01.21. myjs@newsis.com
[서울=뉴시스] 최진석 기자 = 12·3 비상계엄 관련 내란 방조 등 혐의를 받는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지난 21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6.01.21.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장한지 이수정 이소헌 기자 = 한덕수 전 국무총리에게 징역 23년을 선고한 재판부는 한 전 총리가 국무위원 소집에 협조하지 않았다면 12·3 비상계엄 선포되기 전 사전에 알려질 가능성이 있었다고 판단한 것으로 파악됐다.

한 전 총리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행위를 멈출 수 있었던 유일한 헌법적 권한을 가졌음에도, 오히려 안전한 내란을 위한 기술적 조력자 역할을 했다는 것이 재판부의 중형 판단 배경이다.

22일 뉴시스가 입수한 한 전 총리에 대한 판결문에 따르면, 윤 전 대통령은 비상계엄 선포 당일 밤 9시 29분경 대통령 집무실에서 국무회의 의사정족수와 무관하게 밤 10시 생방송으로 계엄 선포를 강행하려 했다.

이때 한 전 총리가 입을 열었다. "비상계엄을 선포하려면 국무회의 심의 요건을 갖추어야 하니 기다려 달라"는 취지로 말했다는 것이 판결문의 내용이다.

한 전 총리의 한 마디로 인해 윤 전 대통령은 '그렇게 하자', '좀 기다려 보자'는 취지로 말하며 국무회의 의사정족수를 채울 때까지 선포를 지연하며 이른바 '절차적 알리바이'를 만들 시간을 벌었다.

재판부는 이를 두고 "향후 닥칠 법적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국무회의 심의라는 외관을 반드시 갖추어야 한다는 법적·기술적 조언"이라고 못 박았다.

당시 국무위원 총수는 20명이었으므로, 국무회의 개의를 위한 의사정족수는 과반수인 11명이었다. 당시 대통령실에 도착해 있던 인원은 윤 전 대통령과 한 전 총리,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등 7명이어서 추가로 4명이 더 필요한 상황이었다.

판결문에 따르면, 한 전 총리는 이때부터 적극적으로 움직이는 모습을 보였다.

한 전 총리는 밤 9시 37분경 추가로 소집한 국무위원이 도착하지 않자 송미령 농림충산식품부 장관에게 전화해 비상계엄 선포 관련 설명 없이 "오고 있느냐. 빨리 오라", "더 빨리 오면 안 되느냐"라고 재촉하기도 했다.

또 "추가로 최상목, 오영주, 안덕근을 빨리 부르라. 보안손님으로 조치하라"는 취지로 지시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이를 두고 "계엄 계획이 사전에 알려져 정족수가 미달될 것을 우려한 행위"라고 지적했다. 나아가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지 못할까봐 우려했던 것은 아닌지 강한 의심이 든다고도 판결문에 적었다.

윤 전 대통령은 밤 10시 13분경 대통령 집무실에서 대접견실로 나와 자리에 앉았고 '여러분이 걱정을 많이 하지만 이것은 누구랑 의논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며 비상계엄 선포의 필요성과 정당성에 관해 발언했다.

1분 뒤인 밤 10시 14분경 조규홍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대통령실에 도착하며 마침내 의사정족수 '11명'이 채워졌다.

한 전 총리는 국무회의 부의장으로서 당연히 했어야 할 '비상계엄 선포에 관해 의견을 말해보라'라거나 '윤석열을 말려보라'라는 등의 말을 하지 않았다.

판결문에 따르면, 한 전 총리는 이때라도 실질적인 심의를 통해 국무위원들의 의견을 모으고 비상계엄 선포에 대한 명확한 반대 의사를 대통령에게 전달했어야 했다.

또 국무회의 간사인 행정안전부 의정관을 참석시켜 국무회의록을 작성하게 하고 국무총리와 위원들이 반대했다는 사실을 공식 기록으로 남길 의무가 있었다.

국무회의 부의장으로서 모든 국무위원에게 빠짐없이 소집을 통지해야 했다. 특히 세종시에 있는 위원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원격 영상회의' 방식을 적극적으로 제안했어야 한다.

그러나 한 전 총리는 영상회의 제안은커녕, 정족수를 맞출 수 있는 특정 위원에게만 전화해 "빨리 오라"고 독촉했는데, 이는 심의가 목적이 아니라 '머릿수 채우기'가 목적이었음을 보여준다는 것이 재판부의 판단이다.

오히려 한 전 총리는 국무회의가 심의기구라는 점을 이용해 "몇 명이 찬성하든 상관없이 선포할 수 있다"는 논리를 제공했다. '숫자만 맞추면 유효하다'는 식으로 내란의 문을 열어준 것이 됐다.

이후 윤 전 대통령은 밤 10시 27분경 이 사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재판부는 "서울에 있는 국무위원을 전원 소집하더라도 22:00 전에 모두 도착하지 못하거나, 비상계엄 선포 계획이 사전에 알려질 가능성이 있었다"며 "피고인은 12월 3일 내란이 성공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이러한 의무와 책임을 끝내 외면하고, 오히려 그 일원으로서 가담하기로 선택했다"고 지적했다.

양형 사유에서 "피고인은 국무총리로서 12·3 내란의 진실을 밝히고 그에 합당한 책임을 지기는커녕, 사후 자신의 안위를 위해 이 사건 비상계엄 관련 문건을 은닉하고, 비상계엄 선포가 적법한 절차에 따라 이루어진 것처럼 보이기 위해 허위공문서를 작성하고 폐기했으며 헌법재판소에서 위증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은 재판 과정에서도 허위로 진술을 번복하고 대통령실 CCTV 영상과 같은 객관적인 증거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등, 진실을 은폐하고 책임에서 벗어나고자 할 뿐"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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