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민주당 최상목 탄핵에 "정말 실망…우리나라 정치수준 이 정도인가"

[서울=뉴시스] 정윤아 한재혁 기자 = 한덕수 전 국무총리는 2일 더불어민주당이 최상목 전 경제부총리에 대한 탄핵을 추진한 것에 대해 "저는 어제 정말 실망했다"고 밝혔다.

한 전 총리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대선 출마선언 직후 기자들에게 "우리나라 정치수준이 정말 이 정도냐"며 "저는 무슨 이유인지 이해를 못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민주당이 지금 한미 2+2 통상회의에서 관세협상 주력부대로 활동하고 있는 최 대행을 왜 그리 갑자기 탄핵을 결정했는지 모르겠다"며 "정말 우리나라 정치 현실에 대해 비참함과 참담함을 느낀다"고 했다.

이어 "만약 최 대행이 그대로 탄핵됐다면 적어도 3개월은 직무정지가 됐을 것"이라며 "민주당이 그걸 원하는 건지 모르겠으나 우리나라와 국미을 위한 일이 아니다. 국가의 안정성과 대외 신뢰도 확보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한 전 총리는 "제 임기가 자정까지였기 때문에 제가 최 대행의 사표를 수리했다"며 "그 분이 직무정지돼 아무 일도 못하는 것보다는 차라리 사직서를 내고 나가서 국가를 위해 일하는 것이 보람있다"고 말했다.

그는 '탄핵정부 출신 총리가 대선 출마하는 건 부적절하다'는 지적에 대해 "탄핵을 초래해 국민들에게 충격과 좌절을 드린 점에 대해 국회에서도 여러 차례 사과를 드렸다"며 "그러나 이제 세상이 달라지고 있다. 미래를 위해 제도개혁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미래가 없다"고 했다.

이어 "이제 그런 문제는 우리 사법 절차에 의해 헌법재판소에서 결정을 내렸다"며 "우리는 이제 그런 결정을 존중하면서 미래와 젊은이들을 위해 힘을 모아야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 전 총리는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많은 대통령님을 모셨지만 한 번도 제 철학을 꺾어가면서 그 분들의 생각을 따라본적이 없다"며 "다만 저는 우리가 나아가고 수호해야할 대한민국의 가치인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사회적 약자 보호에 대해선 일탈한 적이 없다"고 설명했다.

한 전 총리는 '범보수 후보 단일화'에 대해 "저는 50년간 공무원 생활을 하면서 한번도 제 자랑을 해본 적이 없다"며 "이것이 장점이라고 말하는 게 쑥스럽다"고 했다.

그는 "저는 신뢰할 수 있는 안정적인 리더십을 갖고 있고 그걸 실행할 사람"이라며 "우리에게 절실하게 요구되는 것이 헌법개정이기 때문에 찬성하는 분들이라면 누구와도 협력하고 통합하겠다"고 강조했다.

한 전 총리는 북한 문제와 관련 "최근 북한이 러시아와 밀착하면서 세계적인 위협이 되고 있고 중국, 러시아, 북한 등 나라가 세계에 큰 문제를 일으키는 외교, 군사 위협을 가하고 있다"며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닌데 너무나 이상적이고 현실성 없는 일을 주장하는 분들이 많다"고 했다.

그는 "저는 대화의 문을 활짝 열고 구체적인 의제가 없더라도 정상회담을 하고 대화를 하겠다"며 "그러나 북한이 우리를 적국으로 분류해 모든 관계를 절연하고 비대칭전력을 증가한다면 당연히 우리도 억제력을 충분히 가져야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한미동맹을 기반으로 한국·미국·일본간 군사협력을 통해 한반도 평화와 번영을 보장하겠다. 그 어떤 정치적 집단과도 맞서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 전 총리는 이날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한 전 총리는 자신의 임기 3년 동안 개헌을 이룬 뒤 직을 내려 놓겠다는 임기단축 개헌을 골자로 한 비전을 발표했다.

한 전 총리는 "임기 첫날 '대통령 직속 개헌 지원기구'를 만들어 개헌 성공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며 "취임 첫해에 개헌안을 마련하고 2년차에 개헌을 완료하고 3년차에 새로운 헌법에 따라 총선과 대선을 실시한 뒤 곧바로 직을 내려놓겠다"고 말했다.

한 전 총리는 두번째 공약으로 '통상해결'을 들었다.

그는 "미국발 관세 폭풍이 불면서 전 세계 모든 나라의 가장 시급한 현안은 통상"이라며 "글로벌 무역질서가 뒤바뀌고 있다. 저는 지난 8일 미국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하면서 한미동맹의 굳건한 기반 위에 통상해법을 적극 모색하여 나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세 번째 공약으로 국민통합과 약자동행을 들었다.

한 전 총리는 "통합이 곧 상생"이라며 "남북이 나뉜 것도 통탄할 일인데 좌와 우로, 동과 서로 이제는 남녀가 또 중장년과 청년으로 갈라서야 하겠느냐"며 "보수 혼자 산업화를 이루지 않았고 진보 혼자 민주화를 이루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좋은 일자리, 쾌적한 주택, 편리한 교통, 질 좋은 의료, 세심한 육아지원, 든든한 노후 보장을 약속했다.

한 전 총리는 "저는 이길 수 있는 경제 대통령이고 좌나 우가 아니라 앞으로 나아갈 사람이며 약속을 지킨 뒤 즉시 물러날 사람"이라며 "저에게 가차 없이 쓴소리 하시는 분들, 대선 과정에서 경쟁하시는 분들을 한 분 한 분 삼고 초려해 거국통합내각에 모시겠다"고 말했다.

기자회견장에는 김기현·박성민·구자근·송언석·이종욱·이인선·추경호·성일종·김위상 국민의힘 의원들도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한 전 총리는 기자회견 후 국립현충원을 찾고, 오세훈 서울시장과 서울 종로 쪽방촌을 방문한다. 이후 광주 5·18민주묘지를 참배해 민주주의의 가치를 되새기고, 국민 통합의 의지를 드러낼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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